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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대선 핵심공약에 기본소득 누가 넣었나…전·현직 민주연구원장 진실게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대선 예비후보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원팀 협약식'에서 '대선 핵심공약 원팀 협약서'에 서명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노웅래 민주연구원장, 추미애,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김두관, 이재명 후보, 송영길 대표.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대선 예비후보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원팀 협약식'에서 '대선 핵심공약 원팀 협약서'에 서명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노웅래 민주연구원장, 추미애,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김두관, 이재명 후보, 송영길 대표. 뉴스1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지난달 말 작성한 ‘핵심공약 테마’에 생활기본소득보장이 들어간 것을 두고 여당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 일각에서 “특정 후보의 대표 공약이 들어갔다”며 불공정 논란을 제기한 상황에서, 전·현직 민주연구원장은 서로 “내가 넣은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발단은 최재성 민주당 의원이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최 의원은 “당 민주연구원 대선 정책 기획안에 생활기본소득이 들어있는데 기본소득은 특정 후보(이재명 경기지사)의 대표 공약이라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이어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매는 정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심판 역할을 하는 당 지도부와 보직자는 당장 선수 라커룸에서 나와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이 발표한 당 핵심공약 10대 테마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이 발표한 당 핵심공약 10대 테마

민주연구원이 지난달 작성한 ‘대선 핵심공약 개발 계획’ 문건에는 핵심공약 테마 11가지 중 하나로 ‘생활기본소득보장’이 ‘정년연장·연공제폐지·임금피크제 연동 신(新)고용정책’과 함께 명시돼 있다. 민주연구원은 문건에서 “9월 핵심공약 선정 및 대선후보 맞춤형 담론 개발”, “9월 말 대표 및 최고위원 보고”를 거쳐, “10월 초 대선후보 보고”를 하겠다고 명시했다. 이 문건은 지난달 28일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원팀 협약식’에서 각 후보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특정 후보에 치우쳤다는 최 의원의 지적에 노웅래 민주연구원장은 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기본소득 정책이 이재명 지사만의 것이냐”고 반문했다. 노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복지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결할 대안으로 연구하고 있고 당에서도 더 폭넓고 두터운 복지를 하기 위해 가능성을 살펴보겠단 건데, 이 지사가 공약으로 냈다고 연구도 하지 말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활기본소득이 당 10대 핵심공약 테마에 들어간 것은 송영길 대표 체제에서 내가 민주연구원장이 되고서 넣은 것도 아니다”며 “앞서 홍익표 의원이 민주연구원장으로 있을 때 6번이나 회의를 해서 만들어놓은 것을 그대로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낙연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인 홍익표 전 민주연구원장이 이낙연 대표 체제에서 결정한 사안이니 공정성에 문제가 없단 취지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민주연구원장·왼쪽)과 홍익표 의원(전 민주연구원장·오른쪽)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민주연구원장·왼쪽)과 홍익표 의원(전 민주연구원장·오른쪽)

하지만 홍 전 원장은 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내가 민주연구원에 있을 때까지는 생활기본소득은 10대 핵심공약 테마로 검토되지 않았다. 민주연구원장일 때 받았던 최종 버전을 열어봤는데 분명히 없었다”고 반박했다. 현직 민주연구원장이 “원래 있던 기조를 그대로 발표한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전직 원장이 “재임 중엔 생활기본소득이 핵심공약 테마가 아니었다”고 반박하면서, ‘누가 언제 생활기본소득을 넣었는지’는 전·현직 민주연구원장 간 진실게임 형국이 된 것이다.

생활기본소득 공약이 논란이 되는 건 이낙연·정세균 등 경쟁 후보들이 기본소득 정책을 두고 이 지사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서다. 자칫 송영길 대표 지도부의 대선 경선 관리 공정성 논란이 일 수도 있는 지점이다. 앞서 송 대표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 전 벌어진 경선연기 논란 때 ‘연기 불가’ 결정을 주도하면서 불공정 시비를 겪은 바 있다. 이낙연 캠프의 정운현 공보단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송영길 대표가 이재명 후보 편을 든다는 오해를 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공정해야 할 심판이 이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노 원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민주연구원의 생활기본소득에 대한 연구는 전임 이낙연 대표 시절, 홍익표 연구원장 때 연구한 주제다. 송영길 대표 취임 이후 별도로 연구한 바 없다”며 “애꿎은 심판만 탓하다 보면, 정작 실력은 늘지 않는 법이다. 정정당당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반드시 정권 재창출을 이뤄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길 대표 측 관계자는 “당이 대선 공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6명 후보의 공약을 전체적으로 점검해보고 있는 것인데 마치 당의 대표 공약으로 확정된 것처럼 말하는 건 사실관계가 틀린 지적”이라며 “9월 말까지 1차적인 안을 만들고 10월에 후보가 결정되면 후보 측과 조율해서 연말까지 최종 공약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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