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합당’ 보다 여름휴가? 그는 왜 상주에 가야 할까

중앙일보

입력 2021.08.01 14:02

업데이트 2021.08.01 14:58

2019년 이준석 당시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법인택시 운전기사로 일할 때의 모습. 뉴스1

2019년 이준석 당시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법인택시 운전기사로 일할 때의 모습.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여름 휴가가 때아닌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국민의당과의 합당 논의 시한을 다음주(8월 2~8일)로 못박으면서 그 이유를 그 다음주(8월 9~15일) 시작되는 자신의 휴가 일정 때문이라고 적시했다. 그러자 국민의당 협상 책임자인 권은희 의원이 다음날인 1일 “이준석 대표 휴가 일정이 내년 더 나은 정권 교체를 위한 대선에서 그렇게 중요한 일정인 줄 몰랐다”고 꼬집으면서 이 대표의 휴가 일정이 부각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왜 꼭 그 때 휴가를 가야 할까. 휴가철에 휴가를 가는 건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 대표에게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지난달 20일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당 대표도 휴가는 가야 한다. 그래야 비서실 당직자들이 휴가를 간다”고 적은 뒤 “그래서 이번 여름에는 미리 예약해뒀던 개인택시 양수양도 교육을 받으러 간다”고 예고했다.

권은희 “이준석 휴가가 정권교체 대선에서 그렇게 중요한가” 꼬집어

엘리트 정치인이자 30대 제1야당 대표라는 신화를 쓴 이 대표가 개인택시 양수는 또 무슨 말인가. 여기에는 2년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시절 직접 택시를 몰고 민심을 청취했던 경험이 깔려 있다. 2019년 2월부터 두 달 동안 그는 당시 택시업계와 ‘타다’ 등 승차공유서비스업계 간의 갈등을 해결할 방법을 찾겠다며 법인 택시 운전을 해본 경험이 있다. 그는 당시 직접 택시 회사에 취직해 하루 평균 9시간을 운전하며 매일 사납금을 냈다. 당시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택시 정책은 요금 체계가 굉장히 경직돼 있다”며 “수요·공급 고민 없는 일괄 요금 인상으로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당시 택시업계의 의견을 들은 뒤 택시업계의 고충을 꾸준히 듣겠다고 약속했고 이번에 그 실천을 위해서 개인택시를 인수하려 하는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그렇더라도 왜 하필 이 중요한 때에 꼭 개인택시 양수 교육을 받아야 할까.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 원래 개인택시 면허는 아무나 취득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일정 요건을 갖춘 개인택시 사업자만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올해부터 양수요건이 완화됐다. 일정 기간 무사고 운전 경력을 갖추고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시행하는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한 경우 개인택시 면허를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양수 교육을 받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5일(40시간)이다. 휴가 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교육장은 경북 상주와 경기도 화성 두 군데다.

휴가 일정을 조정하기 더 어려운 이유는 최근 개인택시 양수 교육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폐업한 자영업자나 실직자들이 대거 개인택시 양수에 관심을 가지면서 원하는 때 교육을 받는 것 자체가 무척 어려운 일이 됐다. 바뀐 규정이 첫 적용된 지난 1월 1일에는 신청자가 대거 몰려 올해 상반기 교육 일정 예약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는 일까지 벌어기도 했다. 코로나 시대의 슬픈 자화상인 셈이다.

코로나 사태로 개인택시 교육자 몰려 일정 변경 어려워 

이 때문에 8월 9~13일 교육 일정을 예약한 이 대표로서는 일정을 바꾸고 싶어도 쉽게 바꿀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0일 페이스북에 이러한 교육 일정을 캡처해 올린 뒤 “개인택시 양수양도교육 교육장이 경상북도 상주에 있다”며 “낮에는 교육을 받고 저녁 시간에는 방역 상황을 봐가면서 평상시에 방문하기 어려운 경상북도 지역(김천, 예천, 상주, 안동, 문경 등)의 당원들을 찾아뵙다”고 썼다. 이어 “2년 전 택시운전을 하면서 택시업계의 고충과 꾸준하게 함께 하겠다는 택시업계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개인택시 인수 뒤 주말 등을 이용해 직접 택시를 운전하며 민심을 들을 계획이다.

이 대표가 개인택시 양수 교육 때문에 정해진 휴가 일정을 변경하기 어렵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에도 논쟁은 이어졌다.

구혁모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해당 기사를 페이스북에 게시한 뒤 “대통령의 휴가 일정도 모르는데 난데없이 전 국민이 이준석 대표의 휴가 일정을 알게 되는 것 같다”며 “개인택시 연수받는 게 공당의 합당보다 중요하진 않을 텐데요”라고 비판했다. 그런 뒤 “그냥 휴가 가지 마세요. 버스 기름도 넣고 정비도 해야죠. 표도 확인하고 예약자도 계속 받아야 하는데 어딜 갑니까”라고 적었다.

“대통령 휴가도 모르는데 난데없이” vs “청개구리 심보냐”

그러자 이 대표도 곧바로 반격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국민의당은 이제 저한테 왜 휴가 가냐고 하는데 어질어질하다”며 “그럼 역으로 휴가 안 가면 합당하냐”고 되물었다. 이어 “합당 의지가 있으면 만나자는 제안부터 받으면 되지 이제는 개인택시 기사분들과 제가 몇 년 전부터 했던 약속을 버리고 합당할지도 안할지도 모르는 국민의당에 제가 대기타고 있어야 하느냐”며 “무슨 청개구리 심보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휴가 간 기간 동안에 굳이 합당 협상을 해야 한다면 교육 마치고 저녁에 서울 올라오겠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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