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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소방본부, 폭염119구급대 운영…부모님 연락 안 될 때는 ‘041-119’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4일 오후 4시쯤 충남 119상황실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예산군 덕산면에서 마을 노인이 폭염에 쓰러져 탈진했다는 주민의 신고였다. 출동한 119구급대는 집 근처 밭에서 쓰러져 있는 A씨(84)를 발견,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다행히 A씨는 의식을 회복했지만, 주민이 발견하지 못했다면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었다. A씨는 “일하다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끼고 쓰러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1일 충남 홍성군 갈산면에서 열경련 환자가 발생하자 출동한 119구급대원이 얼음조끼를 입히며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사진 충남소방본부]

지난달 1일 충남 홍성군 갈산면에서 열경련 환자가 발생하자 출동한 119구급대원이 얼음조끼를 입히며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사진 충남소방본부]

앞서 지난 6월 9일 충남 청양군에서도 B씨(91.여)가 집 마당에 쓰러져 있는 것을 집배원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평소 B씨가 가족 없이 혼자 사는 것을 알고 있던 집배원이 근처를 지나던 중 다행히 발견했다고 한다.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된 B씨는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신고 접수하면 구급대원이 직접 현장 출동·확인

충남소방본부가 홀로 사는 어르신이나 고령의 부부가 사는 집을 대상으로 직접 찾아가서 안전을 확인하는 ‘폭염119구급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1일 밝혔다. 고령의 부모님이나 친척이 연락되지 않는 등 위기상황이 의심되거나 먼 거리에 있어 가기 어려운 경우 충남119(041-119)로 연락하면 소방대원이 직접 출동,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결과를 통보해주는 서비스다.

충남소방본부 최장일 구조구급과장은 “열사병 등 응급상황에서 즉시 도움을 받기 어려움 어르신들은 폭염에 더 취약하다”며 “멀리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가족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충남소방본부 119구급대원들이 출동 전 얼음조끼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충남소방본부]

충남소방본부 119구급대원들이 출동 전 얼음조끼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충남소방본부]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올해 충남 도내에서 119로 이송된 온열환자는 4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40%가량 늘어난 수치다. 전체 환자의 59%가 60세 이상 고령층이다. 지난 6월 12명이던 온열환자가 7월에는 32명으로 급증했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최근 5년간 전국 온열환자는 1만1144명으로 이 가운데 96명이 사망했다.

충남도, 무더위 쉼터 운영·재난도우미도 투입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충남도는 9월 말까지 폭염대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폭염 특보 단계에 따라 종합상황반·재난안전대책본부도 가동할 방침이다. 더위에 취약한 주민을 위해 실내 무더위 쉼터 4767개, 실외 쉼터 51개를 지정·운영할 예정이다. 건강보건 전문인력과 노인 돌보미·사회복지사 등 5만1985명의 재난도우미도 활용, 독거노인·거동이 불편 주민을 돕기로 했다.

폭염에도 밭일 등 야외활동이 이어질 것에 대비, 농·어촌지역에서 가두 안내방송을 강화하고 무더위 시간대 건설사업장 근로자의 작업 중단도 권고할 방침이다. 도내 횡단보도에 690개의 그늘막을 설치하고 도로 노면 온도를 낮추기 위해 살수차량도 운영한다. 폭염 예방대책의 하나로 ‘양산 쓰기’ 운동에도 나섰다. 양산을 쓰면 체감온도가 10도가량 낮아지고 피부암과 피부질환을 유발하는 자외선도 차단할 수 있다고 한다.

양승조 충남지사(앞줄 가운데)가 지난달 30일 홍성에서 양산 쓰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양승조 충남지사(앞줄 가운데)가 지난달 30일 홍성에서 양산 쓰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충남소방본부는 도내 119구급차 110대를 ‘폭염 구급차’로 지정하고 얼음조끼와 아이스팩·생리식염수 등 9종의 폭염 관련 구급장비를 준비했다. 다른 구급 출동으로 공백이 발생할 것에 대비, 소방펌프차 80대에 구급장비를 추가로 보충했다.

충남소방본부 김상식 구급팀장은 “탈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시원한 장소로 이동한 뒤 곧바로 119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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