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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대회 5이닝 선발이 없다, 도쿄에서 확인한 뼈아픈 현실

중앙일보

입력

29일 일본 도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김경문 감독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일본 도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김경문 감독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대회에서 5이닝을 소화해줄 선발 투수가 없다. 도쿄에서 확인한 한국 야구의 뼈아픈 현실이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도쿄올림픽 조별리그(B조) 2경기를 1승 1패로 마무리했다. 지난달 29일 이스라엘을 연장 승부 끝에 간신히 제압했지만 31일 미국에 무릎 꿇었다. 미국전 패배로 김경문 감독의 올림픽 본선 10연승 행진도 막을 내렸다. 김 감독은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이끌었다. 야구는 베이징 대회를 끝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 지위를 잃었고 13년 만에 부활했다. 대표팀은 대회 2연패를 노리지만 조 1위가 아닌 2위로 밀려나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조별리그에서 확인한 문제점 중 하나는 선발 투수다. 대표팀은 이스라엘전 선발 투수 원태인이 3이닝(4피안타 1피홈런 2실점)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김경문 감독은 원태인의 투구 수 48개에서 불펜을 가동했다. 뒤이어 나온 최원준(3이닝·투구 수 42개)-조상우(2이닝·투구 수 24개)-오승환(2이닝·투구 수 30개)이 각각 멀티 이닝을 책임졌다. 연장 승부치기 끝에 승리는 따냈지만, 선발 조기 강판으로 불펜 부담이 누적됐다.

이틀 뒤 열린 미국전도 비슷했다. 선발 투수 고영표가 4와 3분의 2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3회까지 무실점 호투하던 고영표는 4회 트리스턴 카사스와 5회 닉 알렌에게 각각 투런, 솔로 홈런을 맞고 교체됐다. 5회부터 가동된 불펜은 투수 4명(고우석→김민우→김진욱→박세웅)을 소진한 끝에 마무리됐다. 조별리그 2경기 모두 불펜 소모가 컸다. 이번 올림픽은 단기간 여러 경기를 치러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이 예고됐다. 그만큼 선발 투수가 긴 이닝을 책임지고 적재적소 불펜을 투입하는 게 중요한 데 쉽지 않다.

31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B조 예선 한국과 미국의 경기.   선발투수 고영표가 3회말을 무실점으로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B조 예선 한국과 미국의 경기. 선발투수 고영표가 3회말을 무실점으로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A조 1위를 차지한 일본은 180도 상황이 다르다. 일본은 28일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선발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6이닝 2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쾌투했다. 31일 멕시코전에선 모리시타 마사토가 5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2실점 승리투수가 됐다. 선발 투수가 버텨주니 마운드 운영에 계산이 섰다. 톱니바퀴처럼 투수가 교체됐다. 그만큼 불펜이 느끼는 부담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은 최종엔트리가 발표됐을 때부터 '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역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올림픽 참여가 막히면서 류현진(토론토),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의 출전이 불발됐다.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 있는 양현종까지 빠지면서 선발진이 헐거워졌다.

도쿄올림픽에서는 이들의 공백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관건이었다. 이스라엘전에 앞서 만난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류현진과 김광현이 없어서 약하다고 하지 않나. (위기를 극복하면) 영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조별리그 2경기에선 기대했던 '영웅'이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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