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19에 '찾아오는 동물원' 인기…"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중앙일보

입력

이동전시수업에서 어린 관람객들이 스컹크를 만지고 있는 모습. 스컹크는 광견병의 대표적 숙주동물이다. 사진 어웨어

이동전시수업에서 어린 관람객들이 스컹크를 만지고 있는 모습. 스컹크는 광견병의 대표적 숙주동물이다. 사진 어웨어

"7살 된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 두꺼비, 긴코너구리, 아기 돼지 이런 게 매주 온다는데 너무 불편해요. 오늘은 돼지가 계속 울었다고 그러는데 마음이 안 좋네요. 제가 오버하는 건가요?"

최근 한 온라인 맘 카페에 유치원 학부모가 '이동형 동물원'에 대해 올린 글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아이들의 체험학습 기회가 줄어들면서 이동형 동물원을 이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이는 일명 '찾아가는 동물 수업'으로 유치원·문화센터 등에서 이동 동물 전시 업체와 계약을 맺고 동물을 데려와 전시하거나 직접 만져보게 하는 등 체험을 진행한다. 체험 동물은 주로 패럿, 거북이, 토끼, 기니피그, 새끼 돼지처럼 운반이 쉬운 작은 개체로 구성돼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이전처럼 아이들의 현장 체험 학습에 한계가 많은 상황이 반영된 흐름이지만 "이렇게까지 체험을 해야 하냐"는 의견과 "교육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라는 입장이 대립한다.

"동물 학대" vs "교육 목적"

포털 사이트나 SNS에 '찾아가는 동물 체험'을 검색하면 실제 관련 업체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 시설의 후기 게시글이 다수 나온다. 아이들이 동물들을 만지는 장면을 찍어 올리며 전국 어느 곳이나 수업이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모습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동 동물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A업체 홈페이지에는 동물 설명 듣고 만져보는 체험, 동물들과 사진찍기 등을 수업 진행 순서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동 동물원' 형식의 체험 행사를 두고 동물권과 안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지역 한 맘 카페에는 "동물을 관찰 거리로만 여기는 수업 자체가 별로다. 이런 얘기를 하면 유치원에 예민하게 낙인찍힐까 무섭다"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만지고 사진 찍은 거 보면 학대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는 글이 올라왔다.

다른 학부모는 "코로나19도 그렇고 메르스나 조류인플루엔자도 동물매개 전염병이지 않냐"며 "동물 매개 전염병이 얼마나 많은데, 너무 비위생적이고 야만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의 체험 활동이 부족하기 때문에 교육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네티즌은 "직접 동물을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학습과 동물 복지 사이 그 간극이 애매하다"며 "책이나 영상으로 보는 거랑은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남양주에서 6살짜리 아이를 기르는 임모(36)씨는 "직접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을 가기 꺼려지는 시기인 데다, 아이들이 좋아하니 학부모 만족도가 높은 게 사실"이라며 "심지어 한 지인은 그 프로그램이 좋다는 이유로 한 유치원만 고집하다가 어렵게 추첨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SNS에 '찾아가는 동물원'을 검색하면 게시글이 다수 나온다. 온라인 캡처

SNS에 '찾아가는 동물원'을 검색하면 게시글이 다수 나온다. 온라인 캡처

"생명을 '소비'하는 이동 동물원, 사라져야"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들은 낯선 곳으로 이동하면서 고통을 받게 되는데, 이차적으로 어린아이들이 직접 만지는 체험까지 하게 되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받다가 체력이 떨어지면 죽게 되는데,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폐기처분 하는 방식으로 버려진다"고 했다.

조 대표는 생명을 소비하는 방식의 교육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어린아이들에게 '생명 감수성'을 제대로 교육해 사회적으로 이타심을 길러야 하는 교육 현장에서 생명을 '소비 경험'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3월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이동 전시의 금지' 조항을 신설해 동물원·수족관 보유 동물을 해당 시설 이외에서 전시하는 행위를 금지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