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민주항쟁'문구 논란…김주열 열사 동상 제막식 무기 연기

중앙일보

입력 2021.07.31 08:00

업데이트 2021.07.31 08:54

김주열 열사 생전 모습. [중앙포토]

김주열 열사 생전 모습. [중앙포토]

1억5000만원 들여 김주열 열사 동상 건립
4·19 혁명 도화선이 됐던 3·15 의거의 희생자인 김주열(1943~1960) 열사 동상 제막식이 무기한 연기됐다.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인 마산합포구 중앙부두에 세워진 동상 추모판에 ‘4·11민주항쟁’이라는 문구를 놓고 관련 단체 의견이 대립하면서다.

30일 창원시 등에 따르면 최근 중앙부두에 경남도 예산 등 1억 5000만원을 들여 김주열 열사 동상을 건립했다. 당초 지난 29일 동상 제막식이 열릴 예정이었다. 창원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와 함께 3·15의거 관련 단체들이 동상 밑 추모판에 새겨진 문구에 대해 이견이 있어 제막식을 무기한 연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열사 시신 인양지에 세워진 동상은 기단을 포함해 5m 높이다. 청동(브론즈) 재질로 교복을 입고 가슴에 손을 얹은 김주열 열사가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김 열사는 마산상고(현 마산용마고) 1학년이던 1960년 3월15일 이승만 정권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실종됐다. 이후 4월 11일 김 열사가 마산 앞바다에서 눈에 최루탄이 박혀 숨진 채로 발견되면서 또다시 의거가 일어났고 결국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당시 김 열사 시신을 마산 앞바다에 버릴 때 차량을 운전한 기사 등의 증언에 따르면 경찰은 원래 김 열사의 시신은 야산에 묻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가는 도중에 마산제1부두(현 가고파 국화축제장)앞 바다에 버리기로 계획을 바꿨다. 이후 부두에 있던 철사를 이용해 김 열사의 시신과 돌을 한데 묶어 바다에 던졌다. 그러나 철사가 느슨하게 묶인 탓인지 김 열사의 시신은 4월 11일 마산 중앙부두 쪽에서 떠올랐다. 김 열사의 처참한 모습은 사진을 통해 마산뿐 아니라 전 세계로 알려졌다.

1960년 4월 11일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발견된 고 김주열 열사. [중앙포토]

1960년 4월 11일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발견된 고 김주열 열사. [중앙포토]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앙부두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 아직 제막식 전이어서 동상이 포장된 채 있다. [사진 창원시]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앙부두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 아직 제막식 전이어서 동상이 포장된 채 있다. [사진 창원시]

기념사업회 "'4·11민주항쟁'표현 들어가야" 
이런 역사적 배경을 근거로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열사의 동상에 ‘4·11 민주항쟁’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매년 김 열사의 시신이 발견된 4월 11일을 ‘4·11 민주항쟁’이라고 부르며 인양지에서 추모제를 해왔다.

김영만 김주열기념사업회 상임고문은 “3·15의거가 부정선거에 대한 항거라면 4·11은 정권의 압박으로 잦아 들어가던 의거에 다시 기름을 부어 4·19 혁명을 만들어 낸 또 다른 의거였다”며 “이런 4·11의 역사적 의미를 또렷이 되살려야 3·15 의거의 역사적 의미도 더욱 풍성해진다는 의미에서 4·11 민주항쟁을 추모판에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3.15의거기념 사업회 "'3·15 2차 의거'가 맞아" 
반면 3·15의거기념사업회 측은 ‘4·11 민주항쟁’이 아니라 ‘3·15 2차 의거’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남기문 3·15의거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1960년 3월 15일부터 4월 13일까지 마산지역에서 부정선거에 항의해 발생한 민주화운동을 3·15의거라고 법률은 정의한다”며 “법률적으로나 학술적으로 4월 11일은 3·15 2차 의거로 사용돼 왔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을 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현재는 김주열 열사 동상의 추모판 글귀를 놓고 양 단체가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접전을 최대한 빨리 찾아 조속한 시일 내에 제막식을 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주열 열사 고향인 전북 남원시에는 2018년 4월 19일 김 열사 추모공원에 높이 3m의 동상을 세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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