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경비단 집단 열사병···'꼰대행정' 경찰청장 징역형감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7.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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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의 촉 : 정부발 중대재해

경계 근무 중인 101경비단. 사진 경찰청

경계 근무 중인 101경비단. 사진 경찰청

서울경찰청 101 경비단 신입 경찰관 3명이 26일 폭염 속에 훈련하다 실신했다. 열사병이다. 이 중 한 명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중태에 빠졌다.

이는 올해 1월 제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상 중대재해다.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 유해요인으로 급성 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재해다. 12일 입법예고된 중대재해법 시행령에는 열사병도 급성 중독 등에 의한 직업성 질병으로 적시돼 있다. 폭염 때는 생명을 해칠 위험이 있으니 일을 시키지 말라는 얘기다. 그런데 경찰은 훈련을 강행했다. 한 명이 중태에 빠지는 등 3명이 동시에 쓰러져 중대재해법과 시행령에 정확히 부합하는 범법 행위를 한 셈이다.

고용노동부 고위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내년 1월)됐다면 중대재해에 따른 기관장 수사와 처벌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 중대재해법은 책임 주체로 민간 기업의 사업주뿐만 아니라 중앙행정기관장, 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도 포함하고 있다. 사망 시 징역 1년 이상 또는 벌금 10억원 이하에 처한다. 부상·질병 때는 징역 7년 이하 또는 벌금 1억원 이하에 형벌을 받는다. 법인 또는 단체나 기관에도 사망 시 50억원 이하 벌금, 부상·질병 시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처벌을 면하는 길은 안전확보 의무를 다했을 때다. 경찰청의 혹서기 훈련지침에는 폭염 경보가 내려지면 야외훈련을 하지 않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한 뒤 경찰은 "폭염 경보를 폭염주의보로 착각해 훈련을 강행하면서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기업으로 따지면 완벽한 경영진의 귀책사유에 의해 발생한 재해다. 온전히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 따라서 민간기업의 최고경영자(CEO)격인 경찰청장이 중대재해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다. 좀 더 확장하면 101 경비단은 청와대 경호 담당이니 대통령은 면책 특권으로 비껴갈 수 있어도 국무총리나 행정안전부 장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국 이번 101 경비단의 열사병 집단 재해는 정부가 중대재해법을 어긴 꼴이 됐다. 더욱이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수사를 해야 하는 주체(경찰)가 수사 대상이 돼 자신을 수사해야 하는 희한한 상황이다.

고용부는 작은 건설현장에서 산재사고가 발생해도 원청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왔다.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대우·현대 등 대형 건설사를 대상으로 현재도 특별근로감독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그대로 원용하면 경찰청, 나아가 행정안전부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할 판이다.

물론 공무원은 근로자가 아니기에 근로감독의 대상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이 사고에 대해 중대재해법의 잣대로 들여다보는 정치권이나 정부, 언론을 찾아보기 힘들다. 노조도 가타부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재해가 발생하면 예외없이 중대재해법을 소환하던 그동안의 행보와는 정반대다. 그래서 "중대재해법이 온전히 기업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안전사고 예방은 정부라고 예외가 없다. 솔선수범해야 할 정부에서 집단 열사병(직업성 질환)이 발생한 것은 정부조차 중대재해에 대한 경각심이 없다는 방증이자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생명은 똑같은데 더 엄격해야 할 정부 측은 제외된 듯한 느낌"이라며 "이래서야 민간이 법을 준수하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법(중대재해법)은 만들어놓고 정부조차 뒷수습이 안 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참에 정부의 행정 체계와 관행을 산업안전이란 측면에서 전면 재검토하고, 정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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