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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유발 심근염 치명률 높지 않다는데…병장은 왜 숨졌나[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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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스더 복지팀장의 픽: mRNA 백신과 심근염·심낭염

지난 19일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접종할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9일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접종할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26일 50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습니다. 8월 말부터 18~49세 접종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앞으로는 화이자ㆍ모더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이 주로 쓰이게 됩니다. 그런데 mRNA 백신은 젊은 층, 특히 남성에게서 심근염ㆍ심낭염 등 심장 질환을 유발할 우려가 있습니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심근염 등 부작용 우려가 있지만, 발생률이 높지 않고, 만에 하나 발생하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사망에 이를 가능성은 작다고 말합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도 심근염을 우려해 백신을 피할 이유는 없다고 하죠. 그런데 국내에서 전역을 앞둔 육군 병사가 화이자 접종 뒤 심근염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최근 백신과 그의 사망 간의 인과성이 인정된다는 당국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밝힌 내용을 토대로 왜 이런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것인지 되짚어봤습니다.

서울에 있는 육군 모 부대 소속 20대 A 병장은 평소 기저질환 없이 건강했습니다. A 씨는 지난 6월 7일 화이자 백신을 1차 접종했습니다. 접종 6일 뒤인 6월 13일 오전 1시경 A 씨는 같은 생활관을 쓰는 동료 병사에게 가슴 통증과 컨디션 저하를 호소했다고 합니다. 7시간가량 흐른 이 날 오전 8시쯤 그는 생활관 침상 옆 바닥에서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동료 병사들은 119가 올 때까지 A 씨에게 심폐소생술을 했고,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습니다. 전역을 일주일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실시한 부검에서 심근염이 확인됐고, 지난 23일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은 “A 씨 사망은 백신과 인과성이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놨습니다.

심근염은 심장 근육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가슴 통증이 대표적인 증상이고 여기에 더해 두근거림,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하면 호전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A 씨도 가슴 통증 증상을 느끼고 주변에 이야기했습니다. 이때 바로 응급실로 달려갔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권근용 방대본 이상 반응조사팀장은 “A 씨는 사망 당일 1시경 가슴 통증과 컨디션 저하를 동료 병사에게 이야기한 정황이 있으나 당직자에게 전달하거나 진료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방역 당국은 화이자나 모더나를 맞은 뒤 가슴 통증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으라고 안내합니다. 그런데 이런 주의사항이 국민에 안내된 건 지난달 29일입니다. A씨가 백신을 맞던 지난달 7일에는 이런 안내가 없었습니다. 가슴이 아파도 백신 이상 반응을 의심할 수 없었던 거죠. 방대본은 "지난달 23일 미국 예방접종 전문위원회가 백신과 심근염의 관련성 결과를 발표하자 국내 자문단 논의를 거쳐 심근염 주의사항을 알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미국에선 올 봄부터 백신 접종과 심근염 관련성이 제기됐습니다. 5월24일 CDC는 mRNA 백신 접종 뒤 젊은 층에서 심근염 발생률이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만약 접종자들에게 좀 더 빨리 심근염의 주요 증상과 대처법이 안내됐더라면 어땠을까요. 또 군대라는 특성도 작용했을 거로 보입니다. A 씨가 민간인이었다면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이 나타났을 때 병원 응급실을 찾기 쉬웠을 겁니다.

A 씨에게 나타난 심근염이 일반적인 심근염과 다른 점도 있었습니다. 김계훈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심근염은 주로 좌심실에 이상이 오는데 A 씨는 드물게 심실 전도계 부분에 염증이 침범했다. 심장 기능이 나빠져 사망한 게 아니라 악성 부정맥이 생기면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군에 있다 보니 증상 등의 표현을 잘 못 했을 가능성이 있고 그러다 보니 이미 늦어진 상태에서, 하필 운 나쁘게 염증이 전도계에 침범했다. 그렇다 해도 병원에서 모니터가 됐다면 환자를 놓칠 일이 없었을 텐데 악성 부정맥이 생긴 뒤 조처되지 못한 채 사망 직전 발견된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반적인 심근염과 달리 시작 부위가 심장의 전기 자극을 만들어내는 전도계였고 그 영향으로 악성 부정맥이 생겼는데 치료가 바로 이뤄지지 않아 사망에 이르렀을 것이란 얘기죠.

A 씨 사례는 매우 드물고 이례적인 상황이 겹친 것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심근염ㆍ심낭염은 치명률이 높지 않고, 대부분 치료 없이 호전된다고 설명합니다. 심근염 환자 중 10% 정도가 진행이 빠른 전격성 심근염으로 진행하고, 그 경우 사망률은 10~20% 수준이지만 전격성 심근염 자체가 드물어 전체 심근염 사망률을 따져보면 2% 이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심근염이 생겨 심장 기능이 나빠지더라도 치료하면 1~2주 안에 회복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까지 약 3억회 접종 가운데 1226건의 심근염ㆍ심낭염이 발생했습니다. 100만명당 4명 수준인데, 대다수는 치료 후 호전됐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화이자 2차 접종 이후 심낭염(심장을 둘러싼 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 발생한 20대 남성이 병원 치료를 받고 회복한 사례가 나왔습니다. 지난 29일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20대 남성 B 씨는 11시간 뒤 가슴 통증 증상이 나타나자 병원을 찾았고 심낭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는 치료를 받고 회복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CDC, EMA, 질병청의 공통된 입장은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보다 코로나 19를 피해서 얻는 이득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에 걸려 심근염이 생기기도 하기에 더욱 그렇다고 합니다. 대신 접종 이후 며칠간 몸 상태를 잘 확인하고 평소와 다른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빨리 대처해야 합니다. 화이자나 모더나 접종 이후에는 가슴 통증이 나타나지 않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접종 후 4일 이내, 16~24세 남성에서 심근염ㆍ심낭염이 빈발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심낭염은 가슴 통증이 더 특징적이라, 증상만 갖고도 의심합니다. mRNA 백신을 맞고 수일 내 숨을 깊이 들이쉬거나 자세를 바꿀 때, 기침할 때 통증이 심하면 심낭염일 수 있으니 심전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가슴 통증에 더해 두근거림, 호흡곤란 등까지 나타나면 심근염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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