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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週 漢字] 惑(혹)-다양한 혹에 맞서는 나이 불혹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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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호 31면

한자 7/31

한자 7/31

흔히 마흔을 ‘불혹(不惑)’이라 부른다. 아닐 불(不)자와 미혹할 혹(惑)자가 합쳐져 ‘미혹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쉽게 세상일에 홀리지 않고 또렷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됐음을 의미한다. 『논어』 ‘위정편’에서는 “吾十有五而志于學(오십유오이지위학), 三十而立(삼십이립), 四十而不惑(사십이불혹), 五十而知天命(오십이지천명), 六十而耳順(육십이이순),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라고 했다. 이와 같이 불혹은 공자가 자신의 학문 수양 과정을 회고하는 내용 중에 나온 한자어다.

‘혹(惑)’자는 ‘或(혹자 혹’)과 뜻이 통용되는데 或은 ‘戈’와 ‘口’, ‘一’로 구성된 한자다. ‘戈’는 고대 사회에서 무기로 쓰인 ‘창’을 표현한 것으로 여기에 ‘성벽’을 뜻하는 ‘口’와 ‘경계’를 뜻하는 ‘一’이 더해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언제나 국방을 강화해야만 했던 ‘나라’를 가리키고 있다. 이후 ‘或’은 이렇게 성을 경비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혹시 모를 적의 침입에 대비한다는 의미가 생겼고, 그로 인해 ‘혹시’라는 뜻으로 널리 쓰이게 되자 ‘囗’을 더해 ‘國’으로 분화됐다.

걱정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或’에 ‘心’을 더한 惑도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이후 惑은 성을 오가는 사람들을 서로 수상하게 여긴다는 의미로도 사용되면서 ‘의심하다’는 뜻도 갖게 됐다. 나아가 잘못된 것에 기대를 거는 마음에서 ‘미혹되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사람의 마음을 혹(惑)하게 만드는 것은 많이 있을 터. 누군가의 마음을 빼앗고 싶은 ‘유혹(誘惑)’, 무언가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미혹(迷惑)’, 정신을 뺏겨 할 일을 모두 잊어버리게 하는 ‘현혹(眩惑)’, 누구를 가지고 싶거나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혹(魅惑)’,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무엇인가에 현혹돼버리는 ‘고혹(蠱惑)’ 등등.

이처럼 다양한 ‘혹(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며 어느 누구도 그 ‘혹(惑)’에 빠지거나 누군가를 빠지게 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이 모든 혹(惑)에 쉽사리 휘둘리거나 말려들지 않고 현명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시점이 ‘불혹(不惑)’인 것이다.

꼭 마흔의 나이라 해서 모두가 다 자신 있게 ‘불혹(不惑)’의 삶을 살아간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 번쯤은 쉼 없이 달려온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세상의 다양한 ‘혹(惑)’에 맞서 자신만의 길을 갈 준비가 됐는지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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