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남북 영상회의 시스템 구축, 대북 물자 반출 재개”

중앙선데이

입력 2021.07.3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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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호 05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27일 사상 처음 소집한 전군 지휘관·정치간부 강습회에서 지휘관들의 경례에 답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27일 사상 처음 소집한 전군 지휘관·정치간부 강습회에서 지휘관들의 경례에 답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정부가 최근 복원된 남북 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해 북측에 남북 영상회담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또 지난해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 이후 전면 중단됐던 민간 차원의 대북 물자 반출도 재개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곧바로 이날 오후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협력 물자 반출 신청 2건을 승인했다.

민간단체 대북 인도협력 2건 승인
일각선 “공무원 피격 답 없는데” 우려

통일부 “한·미 연합훈련 연기 바람직”
백신·방역 지원은 여건 맞을 때 추진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3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제(29일) 영상회담 시스템 구축 문제를 협의하자고 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제의했으며 북측이 문건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통일부는 이미 코로나 상황을 고려하면서 남북 간에 방역 우려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해 놓았다”며 “연락 채널 재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영상회담과 안심 대면 회담 등 코로나 상황에서도 남북대화가 가능하도록 대화 시스템을 조속히 완비하겠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지난 4월 서울 남북회담본부 회담장에 구축된 영상회의실을 공개한 바 있다. 또 회담본부와 판문점 평화의 집 회의장을 화상으로 연결해 남북 비대면 회담 상황을 가정한 시연회를 열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27일 개통된 남북 연락 채널을 통해 기상·재해재난·감염병 관련 정보를 우선 교류할 방침이다.

청와대 “통신선 복원, 한·미 훈련과 무관”

이인영

이인영

이 장관은 민간 차원의 인도적 대북 물자 반출을 승인하기로 한 데 대해 “민간단체들의 지속적인 요청이 있었다”며 “북한의 상황, 특히 보건·영양 물품의 시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북한이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공동 조사 요구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북 물자 반출을 재개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공동 조사와 진상 규명에 응하게 할 지렛대가 마땅찮은 상황에서 그나마 쥐고 있던 카드까지 버리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무슨 일이든 0에서 1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렵다”며 “남북 연락 채널이 어렵게 재개돼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협력 토대가 마련된 만큼 통일부는 연락 채널을 안정화하고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연락 채널 재개를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성을 보이는 가운데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다음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은 연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 사태가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훈련을 실시하지 말고 연기하는 게 합리적이다. 꼭 필요하면 적절한 시점에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남북 통신선이 복원된 직후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통신선 복원과 한·미 연합훈련은 무관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은 것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다. 그런 만큼 이날 고위 당국자의 발언은 정부가 한·미 연합훈련 취소 또는 연기를 통해 남북 및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살리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미 연합훈련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를 고려해 연기·축소됐으며,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실시된 지난 3월 연합훈련도 코로나19 여파로 축소된 바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은 규모 축소가 아닌 전면 연기 또는 취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월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 연합훈련 중단을 남북관계 개선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지금이 한·미 공조를 통해 대북 관여를 본격화할 수 있는 적기”라며 “한·미동맹을 통해 기회를 최대한 살려내야 한반도 평화 정착과 비핵화 협상에 있어서 매우 유익한 성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심사인 대북 코로나 백신 지원 여부에 대해 이 당국자는 “정부 안에서는 아직 검토한 바 없다”면서도 “한국 국민의 집단 면역 형성 여부와 백신 지원에 대한 북측 의사 등을 모두 고려해 때가 되면 논의 의제로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과 ‘방역’을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방역 장비·시스템과 관련한 일을 선행하고 백신 지원 문제는 또 서로 여건이 맞을 때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4차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 열려 있어”

통일부는 현재 남북 통신선 복원에 따라 향후 논의 의제로 올릴 만한 안건 30여 개를 1차로 선별해 정리 중이라고 한다. 오는 9월 추석 계기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개성공단 재가동 등도 검토 대상이다. 통일부는 향후 북측과 목록을 교환해 서로의 우선순위를 확인한 뒤 논의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 당국자는 4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서는 “현재로선 논의된 바 없지만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30일 남북 통신선 복원에 대해 “신뢰 회복과 화해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북한의 경제난 때문이란 분석에는 “남북관계 회복을 바라지 않는 세력의 자의적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은 남북 통신선 복구 이후 조선중앙통신 등 대외용 매체에만 관련 소식을 싣고 있을 뿐 노동신문 등 북한 주민이 볼 수 있는 대내용 매체에서는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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