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면서 이기는 매직 골프

장타 칭찬하는 동반자, 멘탈 흔드는 게임스맨십 의심

중앙선데이

입력 2021.07.3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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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호 25면

즐기면서 이기는 매직 골프

골프 삽화

골프 삽화

미드 아마추어 골프 협회의 고수인 최원철 삼원 회장은 “라운드 중 퍼트를 칭찬하는 동반자라면 고마워하고, 드라이버 거리를 칭찬하는 동반자는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퍼트는 덕담을 들으면 자신감과 리듬감이 생기지만, 장타에 관한 얘기를 들으면 더 멀리 치려고 힘이 들어가다가 망가지기에 십상이라는 거다.

상대방 집중력 방해하려는 전략
칭찬 신경쓰다 스윙 망치기 일쑤

코스 내선 조언 듣거나 교정 금물
확고한 자기만의 플레이 지켜야

스포츠에는 게임스맨십(gamesmanship)이 있다. 말이나 행동으로 상대의 집중력을 흩트려 경기력을 떨어뜨리려는 시도를 말한다. 에티켓에 어긋날지는 몰라도 규칙 위반은 아니다. 야구에서 투수가 1루에 견제구를 너무 많이 던지거나, 타자가 배터 박스를 자꾸 들락날락하면서 상대의 신경을 거슬리는 것이 게임스맨십이다.

타이거 우즈도 한다. 그는 『나는 어떻게 골프를 하나』라는 책에서 “상대의 머릿속에 들어가 그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 유리하고, 그것은 골프라는 게임의 일부”라고 했다. 그의 전직 코치는 “우즈는 짧은 퍼트를 먼저 홀아웃해 갤러리가 움직이게 하고 상대가 소음 속에서 퍼트하게 만든다. 티잉 그라운드엔 상대보다 늦게 도착해 박수 소리로 상대를 위축시키며, 느린 선수와 경기할 때는 빨리 걷고 빠른 플레이어와 할 때는 일부러 천천히 걷는다”고 했다.

가짜 뱀 던져 잭 니클라우스 무너뜨려

리 트레비노

리 트레비노

리 트레비노(사진)는 1971년 US오픈 연장전을 앞두고 가방에서 가짜 뱀을 꺼내 상대인 잭 니클라우스에게 던졌다. 워낙 짓궂은 트레비노라서 장난이려니 했는데 니클라우스는 경기 내내 뱀을 생각하게 됐고 경기에 졌다.

아마추어 골프에선 행동보다는 언어를 통한 게임스맨십이 많다. 이른바 구찌(일본어로 입을 뜻함)다. 그리고 가장 잘 통한다. 골프는 동반자와 딱 붙어 다니면서 계속 대화를 하고, 멈춰 있는 공을 치는 스포츠라서다. 빨리 날아오는 공을 치는 야구 선수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러나 사뿐히 놓여 있는 공을 보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럴 때 불쑥 동반자가 한 마디 꺼내면 복잡해진다.

OB 같은 장애물을 언급하는 것은 대부분 구찌다. 가까이서 스윙을 지켜보거나, 스윙 중 말을 하는 것도 방해요소다. 드라이버 거리, 특정 스윙 동작을 칭찬하거나 레슨을 해달라는 것도 구찌일 수 있다. 그래서 요즘엔 “골프장에서는 퍼트 컨시드 주는 ‘OK’ 빼고는 다 구찌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모든 골퍼가 다 그렇게 사악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게임스맨십이고 무엇이 선의의 언어인가. 문제는 수용자다. 예민한 골퍼는 응원이나 도움을 주려는 말에도 영향을 받는다. 피니쉬 자세가 멋지다는 등의 칭찬에도 스윙이 무너져내린다. 그 생각을 하다가 자기의 스윙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골프를 하면서 말을 안 할 수는 없다.

골프 멘탈을 가르치는 이종철 프로가 설명한 구찌에 약한 골퍼 다섯 가지 유형이다.

자신을 믿어야 상대 ‘구찌’에 안 당해

첫째, 분석적 성향이 강한 골퍼다. 생각이 많고 자기 스윙에 만족감이 없으며 스윙을 자주 찍어보는 골퍼들은 평가 혹은 조언을 받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욕심에 필드에서도 스윙 동작을 추가시켜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둘째, 실수에 예민한 골퍼다. 미스 샷에 화를 내고 절망하는 골퍼는 골프가 실수의 게임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자신의 실력 부족 혹은 잘못된 스윙 탓이라고만 생각한다. 동반자가 주는 정보를 걸러 듣지 못한다.

셋째, 완벽주의 골퍼다. 실수나 결점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이 끊이질 않는다. 동반자의 말은 미스 샷을 더 두렵게 만들어 몸을 경직시킨다.

넷째, 스코어 집착이 큰 골퍼다. 더 멀리 치고, 더 가까이 붙이려 하다 보니 상대의 부추김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 한 마디가 미스 샷의 실마리가 된다.

다섯째, 타인을 의식하는 골퍼다. 지고 싶지 않고, 실수를 보이고 싶지 않고, 상대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조급해진다. 상대의 말 한마디는 타인을 더욱 의식하게 하고, 결국 집중력 저하로 미스 샷을 치게 된다.

결국 골프장에서 상대의 말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위 다섯 가지 유형과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이종철 프로는 “실력이 어떻든 골프 코스 안에서는 확고한 자신만의 방식이 있어야 하며 소신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초보자가 아니라면 골프 코스에서 조언을 듣거나 스윙을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 골프는 능숙한 동작을 해야 하고, 이는 무의식적일 때 나오는 데 조언을 듣고 동작을 생각하다 보면 몸이 경직된다”고 말했다.

게임스맨십이라는 말은 1968년 영국인 스티븐 포터가 만들었다. 그는 “게임스맨십의 공격에 가장 좋은 수비는 자신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종철 프로는 “골프 코스에서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는 사람은 일상에서도 비슷하고 자기 주도적이 아니며 자존감이 낮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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