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한방

열대야 탓 잠 설치면 관절염 악화…침·뜸·약 통합치료 효과

중앙선데이

입력 2021.07.3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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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호 28면

생활 속 한방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낮의 찜통더위도 걱정이지만 최근에는 한낮의 열기와 습기가 유지되는 열대야가 사회 문제로 대두하는 실정이다. 기후 변화로 여름이 점점 더워지면서 열대야 일수는 자연스레 증가하는 추세다. 1973~2020년 평균 열대야 일수는 연간 5.7일이었으나 최근 10년(2011~2020년) 동안에는 9일로 3.3일이나 늘었다.

잠 부족하고 몸속에 습기 차면
관절 통증 일으킬 확률 높아져
6시간 이상 충분한 숙면 필요

반신욕·온찜질 하면 통증 완화
우유·생선 등 칼슘도 섭취해야

날씨로 인한 수면장애는 질환 불러

개인차가 있겠지만 열대야가 찾아온 날에는 적지 않은 이들이 쾌적한 수면을 하지 못해 피로를 호소한다. 부족한 수면시간은 건강과 직결된다. 날씨로 인한 수면장애는 대부분 일시적인 현상에 그친다. 그러나 장기간 지속할 경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 질환은 물론이고 뇌졸중·고혈압·부정맥 등 심혈관계 질환까지 유발한다. 관절 상태도 수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루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면시간은 일상생활 중 틀어진 골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시간이다. 수면은 경직된 몸을 이완하고 염증을 회복시켜 준다. 수면을 통한 휴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인체는 계속 스트레스 상태에 놓이고 근골격계 통증이 악화한다. 관절 건강을 위해 충분한 수면이 필수적인 이유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실제 수면시간이 관절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적인 연구로 증명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적절한 수면시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 무릎 관절염 통증 유병률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이 국내 50세 이상 성인 927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7~8시간 적정 수면 그룹보다 6시간 이하 짧은 수면 그룹에서 관절통 유병률이 높았다. 두 그룹 간 통증 발생에 대한 오즈비(Odds ratio) 값이 1.2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오즈비 값이란 집단 간 비교 시 특정 사건의 발생 가능성 차이가 유의미한지 검증하는 수치로, 평균치(1.00)를 기준으로 값이 높을수록 질환 위험이 커짐을 의미한다. 특히 연구팀은 관절염 환자의 경우 규칙적인 수면시간을 지키는 등 일상에서 예방과 관리를 병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고온다습한 여름철 환경이 관절통을 악화해 숙면을 방해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습도가 높아지면서 배출되지 못한 체내 수분이 신경계를 교란하기 쉽고 저기압에 관절의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서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호주 라트로브대 연구팀은 관절염 환자의 92%가 습도 때문에 증상이 악화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결국 수면과 관절 건강의 관계는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한쪽이 악영향을 받는 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름철 관절에 돌을 얹은 듯 묵직하고 뻐근한 통증이 찾아오는 증상을 한의적으로 ‘습병(濕病)’이라고 부른다. 습병은 습기가 땀구멍을 통해 몸속으로파고들면서 발생한다. 누적된 습기는 관절에 쌓이고 주변 근육 조직과 신경을 자극해 통증을 유발한다. 평소 관절통이 없는 사람이라도 장시간 습도가 높은 환경에 노출되면 습병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방에서는 관절염·관절통 치료를 위해 추나요법을 비롯한 침·약침, 뜸, 한약 처방 등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추나요법으로 틀어진 관절의 위치를 바로잡는다. 이후 침 치료를 통해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한약재를 정제한 약침으로 빠르게 염증을 해소해 통증을 줄인다. 뜸 치료는 경락과 경혈에 따뜻한 자극을 줘 체내 습기를 몰아내는 데 도움을 준다. 여기에 관절에 영양을 공급하는 한약을 환자 체질에 맞게 복용하면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대표적인 한방 치료법인 침 치료는 관절염 환자의 수술률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킨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의 국제학술지 게재 논문이 지난 10월 발표되기도 했다. 논문에 따르면 무릎 관절염 환자가 침 치료를 받을 경우 수술 확률이 70%가량 감소했다. 특히 이런 경향은 노인이나 여성에서 두드러졌다. 뜸도 효과 연구가 활발하다. 2015년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무릎 관절염 환자 212명을 뜸 치료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치료 전후 관절의 기능이나 통증 정도 등을 수치로 평가하는 척도인 골관절염지수를 비교한 결과, 뜸 치료군은 치료 전 대비 골관절염지수가 25.6%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대조군의 골관절염지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꿀잠 온도 24~27도, 습도 40~60%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의학적 치료뿐만 아니라 여름철 생활 패턴에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우선 수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숙면과 관절염 증상 개선에 가장 도움된다. 적절한 수면 환경은 온도 24~27도, 습도 40~60%다. 냉방기기나 제습기를 이용해 습한 환경을 관리하고, 과도한 냉방은 관절을 굳게 만들어 통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절전 기능과 타이머를 적절히 활용한다. 관절통이 있을 땐 따뜻한 물로 반신욕을 하거나 환부에 온찜질을 하면 통증 완화에 좋다. 또한 취침 전 사용하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의 청색광은 생체리듬을 깨뜨리고 대뇌의 수면 조절 중추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잠자기 최소 2시간 전에는 디지털기기 사용을 자제한다. 이와 더불어 평소 식단에도 신경 쓰는 것이 현명하다. 우유·생선·미역 등에는 칼슘과 비타민, 미네랄이 함유돼 있어 근육과 뼈의 생성을 돕는다. 현미를 비롯한 잡곡식은 비타민B·E, 마그네슘이 풍부해 퇴행성 질환 개선에 도움된다. 단, 과체중 혹은 비만한 사람은 무릎에 과도한 체중 부하를 가하기 때문에 과식은 금물이다.

한의학적으로 여름은 내실을 기하는 계절이다. 여름에 건강이 상하면 면역력 저하로 가을과 겨울에 쉽게 중병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더위를 이겨낼 보양식도 좋지만, 그보다도 건강에 중요한 것은 수면이다. 치료와 함께 평소 수면 관리를 적절히 병행한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면역력 증강 및 관절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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