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흔한 병…유방암 투병기

중앙선데이

입력 2021.07.31 00:20

지면보기

747호 21면

언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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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다잉
앤 보이어 지음
양미래 옮김
플레이타임

24.2%. 전체 여성암 중 유방암이 차지하는 비중이다(한국유방암학회). 국가별 발생률을 살펴보면 미국은 인구 10만명당 84.9명, 우리나라는 59.8명이 유방암 진단을 받을 정도로 유방암은 여성에게 ‘흔한’ 암으로 꼽힌다.

유방암과 사투를 벌인 세계 유명 여성작가들도 적지 않다. 마흔하나에 유방암을 겪은 수전 손택, 마흔둘에 유방암으로 사망한 앨리스 제임스, 사망에 이를 때까지 유방암을 숨긴 레이철 카슨 등은 살아생전 유방암을 앓으며 작품 곳곳에 병마와 싸운 흔적을 남겨놓곤 했다.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 역시 유방암이란 화살을 피해갈 수 없었다. 비혼모인 그는 마흔 한살에 ‘삼중 음성 유방암’이라는 생존율이 유난히 낮은 암 진단을 받는다. 살기 위해 항암 치료를 시작하지만 그 과정에서 저자는 수시로 외롭고 비참함을 느낀다. “섹시하고 저돌적이게 요구받는 여자”가 속눈썹과 음모가 모조리 빠지면서 어떻게 분해되고 사라지게 되는지를 온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펜을 잡았다. 여성 혼자서 이겨내야 하는 쓸쓸함, 서글픔을 집단으로 소통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암과 맞서 싸워 이긴 개인의 서사 수준을 뛰어넘어, 여성 환자들과 고통에 대해 대화하고 진정한 여성성을 회복하기 위해 결속하는 투쟁기다.

이뿐 아니다. 책은 질병이 이윤 추구로 치환돼 작동하는 의료 산업 시스템도 함께 고발한다. “최대 이익을 위해 체계화된” 병원은 모든 게 돈에 따라 움직인다. 유방 절제 수술을 마친 저자는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마취가 다 깨기도 전에 쫓겨나듯 강제 퇴원을 당한다. 살 수 있다는 믿음보다 스스로 수백만 달러짜리 사치를 감당할 자격이 있다고 여기는 ‘정신승리’가 암 환자에게 더 필요한 오늘날 의료 체계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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