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이상 기후, 세계 공급망 흔들려 수출 먹구름

중앙선데이

입력 2021.07.31 00:02

업데이트 2021.07.3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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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호 06면

하반기 한국경제 리스크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코로나19 극복에 따른 경기 과열을 걱정해야 했다.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한국은행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하지만 7월 들어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고 있다. 당장 거리두기 단계 강화로 7~8월 휴가철 성수기가 포함된 내수시장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중국·독일 홍수 등 기후변화까지 덮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경색되고 있다. 한국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마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동남아 락다운, 해상 운임 최고치
경제 버팀목 수출, 2분기 2% 감소

미·중도 하반기 성장률 둔화 전망
“한국경제 낙관할 수 없는 상황”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페이스북에 “2분기 경기 회복 흐름은 매우 고무적이나 마음 한편으로는 무거움이 교차한다”며 “델타 변이가 또다시 우리 경제의 리스크로 떠올랐다”고 적었다. 현재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이 딱 이렇다. 2분기까진 내수시장이 살아나면서 성장세를 보였지만, 7~8월 내수가 얼어붙으면 8월 40~50대 백신접종이 이뤄진 뒤 9월에 소비가 살아나더라도 적어도 3분기는 역성장할 수 있다는 우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8월 중순까지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3분기 성장률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한국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이다. 델타 변이와 중국·독일의 홍수 등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위축되면서 세계 경기가 심상치 않다. 당장 세계 주요 기업의 공장이 몰려 있는 동남아시아는 락다운(이동제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백신 접종률이 5~10%대에 머물면서 델타 변이 확산세가 심상찮다. 인도네시아는 신규 확진자가 하루 3만 명 이상씩 나오고 있고, 말레이시아에선 매일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공급망 교란과 물류·통관 지체 등에 따른 자재 수급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완성차업체인 도요타는 최근 베트남에서 부품을 조달하지 못해 태국과 일본 공장 일부 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로이터 통신은 25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는 부품 공급 차질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델타 변이 확산을 우려한 주요국이 컨테이너 반입 제한 조치 등을 시행하면서 해상 물류는 꼬이고 있다. 가이 플래튼 국제해운회의소 사무총장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글로벌 공급망에 위험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화물의 90%는 선박이 담당하고 있는데, 해상길이 꼬이면서 해상 컨테이너 운임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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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도 변수로 떠올랐다. 로이터 통신은 “거대 경제국인 중국과 독일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홍수가 글로벌 공급망을 더욱 파열시켜 수조 달러의 경제 활동을 손상시켰다”고 보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국채금리는 연일 하락세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한때 10년 만기 국채의 실질금리는 사상 최저치인 마이너스 1.12%까지 떨어졌다. 경기 회복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델타 변이 확산으로 타격을 입자 시중 유동성이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 몰리고 있는 때문이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지난해 여름 연 0.5%까지 내려갔다가 경기 회복 조짐을 보인 지난 4월엔 1.7%대까지 상승했다.

세계경제 생산량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하반기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3·4분기 미국 성장률을 종전보다 각각 1%포인트 하향 조정(3분기 8.5%, 4분기 5%)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상무부는 29일 2분기 성장률이 6.5%라고 밝혔다. 델타 변이가 확산하기 이전인데도 시장의 전망치(8.4%)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다만 1분기(6.3%)보다는 소폭 올랐다. 지난해 기저효과에 힘입어 1분기 18.3%까지 올랐던 중국의 성장률도 2분기엔 7.9%로 반토막 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8일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8.1%로 낮춰 잡았다.

세계 경기 둔화는 실물 경제에도 반영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의 수출은 2분기 자동차·액정표시장치(LCD) 등을 중심으로 2% 감소했다. 2분기 성장률에 대한 순수출(수출-수입) 기여도는 -1.7%포인트다. 내수시장이 2분기 성장률(0.7%)을 끌어올렸지만 수출은 반대로 끌어내렸다는 얘기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원료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한 뒤 수출하는 한국산업 특성상 해상 운임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의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7월(102.3) 대비 7.1포인트 하락한 95.2다. BSI 전망치가 100을 하회한 것은 올해 2월 이후 6개월 만이다.

한국경제가 델타 변이와 기후변화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델타 변이 확진자 증가에도 사망자 수가 급증하진 않고 있다는 점이다. 추가경정예산(추경) 약발도 남았다. 한은은 1차 추경(14조9000억원)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0.1~0.2%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는데, 2차 추경(34조9000억원)까지 감안하면 ‘돈의 힘’을 무시하긴 힘들다. 내수시장 위축 역시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도 “거리두기 단계가 12일부터 격상돼 정확하게 파악하긴 어렵지만 심리 위축 정도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은이 28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2이다. 이번 조사는 거리두기 단계 강화 이후인 12일부터 19일까지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19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지난달까지만 해도 시장을 지배했던 ‘낙관론’이 사그라들고 있다는 점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갑자기 델타 변이라는 변수가 등장한 만큼 현재로서는 한국경제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내수나 수출 모두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내 수출 물량의 절반 이상이 동남아 등 신흥국으로 가는데, 이들 지역의 델타 변이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만큼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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