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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승 같던 그의 반전···감정 건드리는 ‘라흐마니노프 블루’ [고전적하루]

중앙일보

입력

우울했던 음악가는 많습니다. 조증과 울증의 반복이 평생이었던 슈만, “새로운 도시에 가면 늘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던 유약한 차이콥스키. 하지만 작곡가의 불안하고도 병적인 내면을 이야기할 때 라흐마니노프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오디오 콘텐트 ‘고전적하루’ 일곱 번째 주인공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입니다.

라흐마니노프 24세에 초연한 교향곡 1번에 대한 혹평, 그래서 유발된 심각한 정신적 침체, 또 최면 요법에 힘입어 이를 극복하고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2번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는 참 유명합니다. 겉으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언제나 침착했으며, 수도승 내지는 청교도 같은 면모를 보였다는 이 사내의 내면이 얼마나 위태로웠는지 보여줍니다.

20세기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던 라흐마니노프. [중앙포토]

20세기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던 라흐마니노프. [중앙포토]

교향곡 1번은 “재앙에 가깝다”는 혹평을 받았다고 합니다. “잘못된 리듬, 불명확한 형식, 의미 없는 반복”(세자르 퀴)이라면서요. 첫 교향곡의 첫 연주가 너무 부담돼 공연장에서도 숨어있었다는 라흐마니노프는 비평에 무너졌습니다. 혹평이 꼭 부당했던 것 같진 않습니다. 초연을 맡은 오케스트라가 새로운 곡을 연습할 시간은 부족했고, 러시아의 명망 있는 지휘자였던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1865~1936)는 연주에 심각하게 임하지 않았습니다. 워낙 술을 좋아했던 그가 그날도 취해있었다는 증언이 훗날 나왔죠.

이런 사실들에도 위안을 받지 못한 주인공이 라흐마니노프였습니다. 그는 3년 동안 작곡을 하지 못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우선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야심작이었습니다. 모스크바 음악원 시절 ‘우상’처럼 생각했던 차이콥스키를 생각하며 쓴 교향곡이었죠. 기대와 야망이 컸던 만큼 실망도 거대합니다.

사람들의 평가에 유난히 예민한 사람이 있죠. 라흐마니노프가 그랬습니다. 이 모든 걸 극복하고 난 뒤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무대를 휘어잡던 1939년에조차 “새로운 작곡 방식을 습득하고 싶지만, 도저히 안 된다”는 자조적 글을 남겼습니다.

사실 가혹한 비평은 라흐마니노프 평생의 숙명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50년대 그로브 사전(Grove Dictionary of Music and Musicians)의 ‘오판’이 가장 유명한데요, 라흐마니노프를 두고 “지금은 인기가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고 썼죠. 지금까지 대대로 ‘완전히 틀린 예측’으로 놀림당하곤 하는 구절입니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21세기 세계 어디에나 있고, 들을 때마다 감정을 건드리며,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는 없는 작품들입니다.

첫 교향곡 혹평 후 작곡을 아예 못하던 그가 침묵을 깨고 1901년 완성한 피아노 협주곡 2번이야말로 메가 히트곡이죠. 갑자기 어떻게 이걸 썼을까요. 이미 알려진 대로 최면 요법 덕입니다. 혹시 과학적 근거가 없는 희한한 방법으로 우울을 극복했던 걸까요? 고전적하루 7화에서 그 이야기를 해봅니다. 지구인 대부분이 우울한 2021년 코로나의 여름에 해볼 만해서요.

중앙일보 J팟 채널 '고전적하루'(https://www.joongang.co.kr/Jpod/Channel/9)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고전적하루 모아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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