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찔렀다…'도전자' 박상영의 날아 찌르기

중앙일보

입력 2021.07.30 20:10

업데이트 2021.07.30 20:10

한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 박상영이 30일 일본 마쿠하리메세 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꺽은 뒤 포효하고 있다. 지바=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 박상영이 30일 일본 마쿠하리메세 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꺽은 뒤 포효하고 있다. 지바=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박상영(26·울산광역시청)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남모를 부담이 컸다. 그는 5년 전 열린 리우올림픽에서 에페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결승전 10-14로 뒤지던 걸 내리 5득점해 기적 같은 드라마를 완성했다. 에페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건 한국 펜싱 역사상 그가 처음이었다.

박상영은 지난 6월 진천선수촌  인터뷰에서 "이번 올림픽은 부담도 많이 된다. 더 잘해야 한다는 욕심도 큰 만큼 어깨도 무겁다. 리우 때처럼 긍정적인 힘을 받아서 두려움 없는 경기를 하겠다"며 "승자가 아닌 도전자의 입장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도쿄올림픽은 도전자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전자' 박상영은 대회 2연패 달성엔 실패했다. 지난 25일 열린 개인전 8강에서 세계랭킹 1위 게르겔리 실크로시(헝가리)에게 12-15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그는 단체전에서 전매 특허 '플래시' 날아 찌르기를 앞세워 한국 펜싱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박상영은 권영준(34·익산시청), 마세건(27·부산시청), 송재호(31·화성시청)와 호흡을 맞춰 30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45-42로 꺾었다. 남자 에페 단체전에서 올림픽 메달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 한국 펜싱이 올림픽 단체전에서 메달을 딴 종목은 남자 사브르(2012 런던, 2020 도쿄 금메달), 여자 에페(2012 런던, 2020 도쿄 은메달), 여자 플뢰레(2012 런던 동메달)뿐이다.

한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이 30일 일본 마쿠하리메세 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꺽은 뒤 큰절을 하고 있다. 지바=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이 30일 일본 마쿠하리메세 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꺽은 뒤 큰절을 하고 있다. 지바=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박상영은 고비마다 대표팀을 위기에서 건져냈다. 8강에선 유럽 강호 스위스를 상대로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30-34로 뒤진 마지막 9세트에 나선 박상영은 백전노장 벤자민 스테픈을 거침없이 몰아붙여 44-39로 경기를 마쳤다. 날아 찌르기에 무방비로 노출된 스테픈은 9라운드에서만 무려 14점(5점 획득)을 헌납하며 백기를 들었다.

준결승 일본전을 패한 박상영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다시 빛났다. 34-34 동점에서 마지막 9세트에 나섰고 스위스전과 마찬가지로 중국 마지막 주자 동차오를 날아 찌르기로 무너트렸다. 그는 대회 전 "힘들 때 (리우 결승전) 영상을 많이 본다.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는데 그 영상을 보면서 (다른 선수들도) 못 이길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영은 도쿄에서 개인전 아쉬움을 단체전에서 풀어냈다. 그의 별명인 '플래시'처럼 전광석화 같은 날아 찌르기로 올림픽 2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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