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비밀누설한 송영길···"당대표 리스크" 이말 또 떠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30 18:21

업데이트 2021.07.30 21:39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백신 공급에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안심시키려고 했던 말인데, 논란이 일자 본인이 무척 민망해하더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백신 계약 비밀 누설’ 여진이 사흘째 이어진 30일 송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이 한 말이다. 송 대표는 지난 28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모더나의 백신 공급 지연과 관련해 “원래 25일에 75만 회분, 31일 121만 회분 등 196만 회분을 받기로 한 게 연기가 된 것”이라며 “일단 130만~140만 회분 정도를 다음 주에 받는 것으로 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말에 보건당국은 철렁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부분이 다른 경로로 공개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협상 중인 백신 수량을 밝히는 건 자칫 비밀유지협약 파기 논란을 불러 공급 차질을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지난 29일 “신규 공급 물량을 사전에 얘기했다면 위반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모더나의 귀책으로 공급이 지연된 것이기 때문에 위반이 아니다”라고 진화를 시도했지만 논란이 가시지 않자 송 대표는 이후 유감 표명도 없이 말문을 닫았다.

논란은 김부겸 국무총리(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가 30일 중대본 회의에서 “8월 6일 또는 7일에 모더나 백신 130만회 분이 국내에 공급될 예정”이라며 “이와 별도로 8월 중에 850만회 분이 제때 공급되도록 협의가 마무리됐다”고 공식발표를 하고 나서야 일단락됐다. 여당 대표의 실언을 총리가 수습하는 모습에 민주당에선 “당 대표가 당 최대 리스크”(지난 6일 페이스북)라던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독설이 다시 회자됐다.

조국 사과, 법사위 양보 등 결단의 90일…제 살 깎은 설화

송 대표는 5·2 전당대회에서 홍영표 의원을 불과 0.59%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당선된 뒤 “민주당이 변화해 나가겠다”며 ‘쇄신론’을 전면에 내걸었다. 그 뒤 90일은 결단의 연속이었지만 송 대표는 늘 그 전후에 터진 설화로 삐끗했다.

당선으로 인한 기대는 “남편이 술 먹다가 혼자 돌아가신 분도 있고, 여자는 바람 나서 가정이 깨진 곳도 있다”(5월 7일)는 말이 낳은 기러기 부부 비하 논란과 문재인 대통령 방미 직전 터진 “미국 민주주의는 2등급”(5월 17일) 발언으로 반감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1일 당대표 토론배틀 공개방송을 가졌다. 송 대표는 당시도 "친문 강성 세력이 변해야한다. 당의 외연확장이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1일 당대표 토론배틀 공개방송을 가졌다. 송 대표는 당시도 "친문 강성 세력이 변해야한다. 당의 외연확장이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6월엔 ‘조국의 시간’ 출간 직후 ‘조국 사태’ 대국민 사과(6월 2일)→부동산 의혹 의원 탈당 권고(6월 8일)→종부세 완화 방향 전환(6월 18일) 등으로 숨가빴다. “송 대표가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결단들”(지도부 일원인 의원)이라는 당내 평가도 이었지만 그 감흥은 6월 17일 버스 기사 책임론 논란으로 꺾였다.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열린 당정협의 자리에서 “운전자의 본능적인 감각으로 뭐가 무너지면 액셀러레이터만 조금 밟았어도 사실 살아날 수 있는 상황인데 하필 버스정류장 앞에 이런 공사현장이 되어있으니…”라고 말한 게 ‘버스 기사 책임론’으로 읽히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7월 들어서도 송 대표는 ‘성폭력 사건 2차 가해’ 의혹을 받던 양향자 의원 제명과 경선 시기를 둘러싼 대선 주자 간 신경전 조율 등 난제들을 해결해 왔지만 결국 7월의 마침표도 백신 계약 비밀 누설 실언으로 찍었다.

與 주자들 격돌에 리더십 휘청…“송영길이라 이 정도” 평가도 

최근 대선주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송 대표의 영이 서지 않는 일이 늘고 있다. 송영길 지도부가 지난 23일 여야 합의로 21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넘기자 대선 주자들은 “법사위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이 지사)라거나 “합의가 아닌 ‘야합’”(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백제’ 논쟁이 격화하자 송 대표는 ‘원팀 협약식’(지난 28일)을 주선했지만 당내선 “형식적 신사협정”(호남 초선 의원)이란 시큰둥한 반응이 적잖다. 누구나집, 소형원자로(SMR) 등 ‘송영길표 공통공약’도 추진해 왔지만 냉큼 받겠다는 캠프가 없는 상황이다. 탈당을 권유받은 투기 의혹 의원들 중 5명은 경찰의 판단이 끝날 때까지 버티겠다는 태세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대선 예비후보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원팀 협약식'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송 대표, 추미애,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김두관, 이재명 후보, 이상민 선거관리위원장. 임현동 기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대선 예비후보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원팀 협약식'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송 대표, 추미애,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김두관, 이재명 후보, 이상민 선거관리위원장. 임현동 기자

충청권의 한 초선 의원은 “대표는 경선의 관리자여야 하는데 송 대표가 너무 자기 색깔을 앞세우다 보니 각 캠프에 속한 의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연이은 ‘결단’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시각이다. 친문 그룹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말을 거칠게 해서 자신의 권위를 깎아 먹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켠에선 여전히 “잦은 설화는 문제지만 다른 사람이 대표가 됐다면 당은 벌써 쪼개졌을 것”(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이란 평가도 나온다. 또 다른 충청권 의원은 “송 대표가 4·7 재보선 패배의 충격 속에서도 대선 주자 간 경선룰 분쟁을 무난히 수습해 경선 흥행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은 인정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계파색이 옅은 서울의 한 재선 의원은 “대선 승리는 송 대표 개인의 정치적 입지와도 연결돼 있다”며 “경선 후유증 봉합과 중도층 규합이 송 대표의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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