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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찾은 이재명, 빈집 침투 이낙연…캠프간엔 ‘닭 칼’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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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양강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30일 전국을 무대로 대전(大戰)에 돌입했다. 현직 도지사 신분이라 외부 활동에 제한이 있었던 이 지사는 이날 하루 휴가를 내고 3박 4일간의 전국 순회를 시작했고, 이 지사가 안방을 비운 날 이 전 대표는 경기도를 찾았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대구 찾은 이재명…“선비 정신 가진 거인, 잠에서 깨길”

이 지사는 이날 대구ㆍ울산을 시작으로 부산ㆍ경남(31일), 전북ㆍ충남(내달 1일), 대전ㆍ충북(내달 2일)을 나흘간 순차적으로 방문한다. 출마 선언 날(1일) 고향인 경북 안동을 찾았던 데 이어 첫 순회지로 대구를 택한 건, ‘민주당 내 영남 주자’로서의 외연 확장성을 강조하는 동선이다. 또 첫 일정인 대구 달서구 ‘2ㆍ28 민주 의거 기념탑’ 참배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처음 했던 유세 일정과도 같다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0일 오전 대구 2.28민주의거 기념탑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0일 오전 대구 2.28민주의거 기념탑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뉴스1

기념탑 참배 후 “경북 ‘도민의 노래’(도가ㆍ道歌)를 아직 흥얼거릴 정도로 경북에 대한 애정이 많다”며 영남 표심에 구애한 이 지사는 “군사 정권 때는 대구ㆍ경북(TK)이 수혜 받았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머슴이 주인을 배신해도 빨간 색깔 때문에 예뻐해 주면 (머슴이) 뭐하러 일하려고 하겠나”라며 “영남은 선비들의 개혁ㆍ저항 정신이라는 위대한 정신을 가진 거인이다. 거인이 잠에서 깨어나길 기다리겠다”라고도 했다.

전통적 보수 텃밭인 영남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야권 인사 지지율이 높게 나오자, 이를 견제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쓰인 “대구·경북이 대리인들을 일꾼이 아닌 지배자로 여기면서 지배당한 측면이 있어 아쉽다” 등의 말은 TK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을 깎아내리는 표현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지사는 “고향 어르신들, 서울 근처로 이사 간 저 이재명 아들 많이 좀 잘봐주이소”라고 사투리도 썼다.

이후 이 지사는 대구에서 전태일 열사 옛집터를 방문하고 대구 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한 뒤 울산으로 이동해 북구 ‘노동역사관 1987’을 찾았다. 이 지사 측은 향후 일정과 관련해 “도정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번 순회를 시작으로 전국 지역민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본선에서 승리할 후보는 결국 이재명이라는 것을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李 빈집 찾은 이낙연…“경기도에서 북부 떼 분도하자”  

이 지사가 휴가를 내고 떠난 경기도엔 이낙연 전 대표가 방문했다. 그간 고향인 호남을 주축으로 충청ㆍ강원ㆍ영남 등을 돌았던 이 전 대표는 이날 경기 의정부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국가균형발전 및 경기도 분도 관련 좌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표는 “오랜 기간 상대적인 낙후를 겪고 있는 경기 북부를 경기도에서 나눠 경기북도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며 경기도 분도를 공약으로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3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도청 북부청사 잔디광장에서 국가균형발전 및 경기도 분도 관련 좌담회를 갖고 참석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철 의원, 이낙연 전 대표, 오영환 의원. 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3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도청 북부청사 잔디광장에서 국가균형발전 및 경기도 분도 관련 좌담회를 갖고 참석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철 의원, 이낙연 전 대표, 오영환 의원. 뉴스1

경기도 분도는 1987년 대선 때 노태우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이래, 선거마다 나오는 논쟁적 의제다. 2018년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 때도 이 지사의 맞상대였던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분도를 주장했다. 이 지사는 “(분도를 하면) 경기북부가 재정적으로 나빠지는 것은 분명하다”(지난해 10월) 등의 이유로 반대해왔다. 도내에선 지역에 따라 찬반이 갈리는 첨예한 문제다.

이 전 대표는 “경기 북부는 안보라는 이름으로 접경 지역 규제에 묶여서 희생을 강요받아왔다. 이제는 말이 아닌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수행실장으로 같이 온 오영환(경기 의정부갑)의원도 “경기 북부가 특별한 희생을 감당해왔지만, 지금껏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달콤한 말만 있었다”라고 했다.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은 이 지사가 자주 쓰는 어구다.

이 전 대표는 31일과 다음달 1일엔 인천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인천에 이어 다음 주에는 TK(대구ㆍ경북) 방문이 예정돼있고, 그 다음 주엔 충청을 가는 등 활발하게 전국을 계속 다닐 예정”이라고 말했다.

盧 탄핵ㆍ백제 이어 이번엔 닭 칼 논쟁

순회 대전과 동시에 양측의 신경전도 계속됐다. 주 논쟁 소재는 ‘소 칼ㆍ닭 칼’이었다. 그간 “이 전 대표의 전남지사 시절 공약 이행률이 낮다”고 이재명 캠프가 비판해온 것과 관련, 이 전 대표가 이날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닭 잡는 칼과 소 잡는 칼은 다르다”고 맞받은 게 계기가 됐다.

이에 이재명 캠프 현근택 대변인은 “전국에 있는 지자체장들은 전부 닭 잡는 칼만 갖고 있다는 것인가. 소 잡은 칼을 갖고 있으면 뭐합니까. 닭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라며 “이 전 대표가 전남지사를 할 때 시민단체 공약이행 평가에서 전국 꼴찌를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논평을 냈다.

그러자 이낙연 캠프 배재정 대변인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탄생 직후 이 전 대표는 국무총리로 임명됐다. 4년의 임기를 통틀어 공약 이행률을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치 전학 간 학생에게 ‘나머지 시험을 안 봤으니 낙제생’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흑색선전”이란 논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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