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쥴리 조롱'…벽화·뮤비가 들춰낸 與 '젠더 리스크'

중앙일보

입력 2021.07.30 16:27

업데이트 2021.07.30 16:53

“후보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결혼 전 사생활을 폭로한 벽화 설치에 유감을 표한다.”(이용빈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씨를 조롱하는 ‘쥴리 벽화’가 언론에 보도된 지 이틀 만인 30일 민주당에서 나온 논평이다. 이 대변인은 논평에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의혹 검증이나 해명보다 SNS 등을 통한 마녀사냥식 무차별 공격과 흠집내기로 개인과 그 가족들이 겪는 피해가 심각하다”며 “분열과 증오를 일으키고, 혐오의 정치를 만드는 행위는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벽면에 그려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 문구를 서점 관계자가 페인트로 지우고 있다. [뉴스1]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벽면에 그려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 문구를 서점 관계자가 페인트로 지우고 있다. [뉴스1]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에게 “요즘 논란되는 종로의 한 서점 벽화 문제 관련해 송영길 대표와 지도부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도 존중돼야 하나, 인격 침해 등 금도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점, 부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일 윤 전 총장을 향한 비판과 의혹 제기가 쏟아지던 민주당에서 윤 전 총장 가족에 대한 공격 자제를 요구하는 공식 메시지가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 종로구 한 서점 건물 벽면에 이 벽화가 등장한 사실이 처음 알려진 28일과 다음 날까지도 당 지도부와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당 일각에선 되레 조롱 섞인 말이 나왔다. 정청래 의원(3선·마포을)은 29일 벽화를 비판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향해 “정작 윤석열은 최재형의 분노에 분노하지 않을까?”라며 야권 대선주자들은 싸잡아 비꼬았다.

같은 날 김씨를 조롱하는 내용의 뮤직비디오가 등장하기도 했다. 가수 ‘백자’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나이스 쥴리 르네상스 여신 / 서초동 나리들께 거저 줄 리 없네” 등 김씨를 조롱하는 내용의 가사로 채워진 노래 ‘나이스 쥴리’의 뮤직비디오를 올렸다. 백자는 해당 영상을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지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이사람tv’와 함께 제작했다고 영상 소개란에 적었다. 영상 아래에는 “풍자가 진실을 알리는 모습 짱이다”,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초빙하라” 등 친여 성향 네티즌들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 정치인 발굴 및 육성 협력을 위한 정의당, 청년정의당, 뉴웨이즈의 업무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 정치인 발굴 및 육성 협력을 위한 정의당, 청년정의당, 뉴웨이즈의 업무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씨에 대한 비방이 여성혐오 논란으로 번지자 정치권에서 처음 우려를 제기한 건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였다. 29일 강 대표는 “여성혐오적 흑색선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식의 비난은 남성에게라면 결코 행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민주당과 민주당 후보들이 나서서 지지자들에게 중단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일각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누굴 지지하느냐 아니냐를 떠나, 쥴리 벽화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남영희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다양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작금의 통념으로 볼 때에도 쥴리 벽화는 금도를 넘은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친여 성향 유튜버 등을 통해 확산돼 온 김씨에 대한 의혹과 비방에 일정한 선을 그은 건 ‘피해호소인’ 악몽 재연을 막기 위한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7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당사자를 “피해호소인”(남인순 의원 등)이라고 불러 홍역을 치른 민주당은 소속 의원 전체를 상대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벌이는 등 자구 노력을 해 왔지만 2030 여성층의 지지를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최근에도 의원실 내 성폭행 사건 처리 과정에서 양향자 의원의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진 데다 경선과정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과거 형수 욕설 논란이 환기되는 등 젠더 리스크는 민주당의 고질적 문제가 됐다”며 “지지층 내부의 무분별한 인신공격에 선을 그은 건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도를 넘는 공격이 당 전체의 태도로 보일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내부에도 있다”며 “앞으로도 윤 전 총장에 대한 검증과 배우자의 혼전 사생활 문제는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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