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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샷 명소 된 '쥴리 벽화'…유튜버는 지운 문구 다시 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기, 나 좀 찍어줘.”
“이거 보러 양평에서 왔어요.”

'쥴리 벽화'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남성. 이영근 인턴기자

'쥴리 벽화'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남성. 이영근 인턴기자

30일 오전 일명 ‘쥴리 벽화’가 그려진 종로구 한 서점 골목길에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지나가던 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 든 이들은 벽화 앞 ‘인증샷’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벽화에서 문제가 된 문구는 지워졌지만, 서점 앞 유튜버들의 방송과 1인 시위는 계속됐다.

문제 문구 지워졌다 다시 등장…‘인증샷’ 명소됐다  

30일 오후 3시쯤 한 남성이 지워진 문구를 다시 적었다. 아래 사진은 서점 직원이 락카로 문구를 지우는 모습. 조해언 인턴기자

30일 오후 3시쯤 한 남성이 지워진 문구를 다시 적었다. 아래 사진은 서점 직원이 락카로 문구를 지우는 모습. 조해언 인턴기자

이날 오전 9시 19분쯤‘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쥴리의 남자들’ 등 논란이 된 벽화 문구가 지워졌다. 이어 벽화 앞을 가리고 있던 보수 유튜버의 차량이 자리를 떠나자 벽화를 구경하러 온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현장을 찾았다는 진모씨(53)는 “아내가 여기가 핫하다고, 사진 찍어오라고 성화여서 인증샷을 찍으러 왔다”고 말했다. 서점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 동료들과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경기도 양평에서 왔다는 60대 남성 A씨는 “벽화 구경하고, 건물주 응원도 좀 하려고 2시간 걸려서 왔다. 기념으로 책도 한 권 샀다”며 “지금 의정부에서 오는 친구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서점 앞에는 책을 사러 온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또 서점 입구에는 ‘사장님은 최고의 건물주이십니다. 쥴리를 찾는 사람들 일동’이라는 문구가 적힌 꽃바구니가 자리하고 있었다. 서점 관계자는 “어제 택배로 왔다. 누가 보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쯤에는 지워진 벽화 문구가 다시 등장했다. 페인트로 가려진 부분에 기존 문구를 그대로 적은 유튜버 A씨는 ‘문제 된 문구를 다시 적은 이유가 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기사화하지 말라”며 버럭 화를 냈다. 상황을 지켜본 서점 직원은 경찰에 “저희는 일단 다 지웠는데, 누가 다시 썼다. 저희가 다 지운 건 보셨지 않으냐”고 해명했다. 2시간 후 이 문구는 다시 지워졌다. 직원이 검은색 락카로 문구를 지우는 과정에서 보수 유튜버에 “그만 좀 찍으시라”고 말하자, 유튜버는 “애초에 왜 분란을 일으키냐”고 응수했다.

서점 입구에 놓인 꽃바구니. ‘사장님은 최고의 건물주이십니다. 쥴리를 찾는 사람들 일동’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영근 인턴기자

서점 입구에 놓인 꽃바구니. ‘사장님은 최고의 건물주이십니다. 쥴리를 찾는 사람들 일동’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영근 인턴기자

계속되는 소음…“시끄러워서 장사하겠나”  

난데없는 ‘아수라장’에 중고서점 벽화 인근 상인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친여(親與)ㆍ친야(親野) 유튜버들이 사용하는 확성기ㆍ앰프로 적지 않은 소음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벽화 바로 맞은 편 고깃집 직원 한모씨는 “확성기 소음을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주방 창문을 다 닫았다”며 “주방에 에어컨이 없는데 폭염에 직원들만 고생”이라고 했다.

실랑이도 자주 벌어진다. 이날 오전 8시쯤에는 유튜버 간 욕설이 오가는 소동이 벌어져 경찰이 중재에 나섰다. 또 벽화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친여 지지자들에게 보수 유튜버가 시비를 거는 탓에 “문재인 XXX”, “문재인 최고” 등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건물주가 ‘통곡의 벽’이라는 현수막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데 대해 한씨는 “시위대가 계속 몰려들면 사장님에게 얘기해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중고서점에서 30m 떨어진 치킨집에서 일하는 이모씨는 “유튜버들이 소리치고 경찰이 서 있으니까 손님들이 무서워서 가게 앞으로 안 온다. 건물주한테 특별한 감정은 없는데 유튜버들 때문에 아주 골치”라고 말했다. 서점 인근 한 주점 주인은 전날인 29일 저녁에도 “가게 입구를 구경꾼들이 가로막아서 비키라고 하느라 바쁘다”며 “장사도 안돼 죽겠는데 이렇게 난리면 누가 가게 들어오겠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쥴리 벽화’ 주변 상인이라고 밝힌 네티즌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는 “벽화 건물주가 불법주차 등으로 이전부터 주변 상인과 맨날 싸워서 피곤했다. 지난 24일에도 건물주 불법 주정차 신고를 했다”면서 “이제 시위대까지 몰려드니 너무 짜증 난다”고 적었다. 한편 종로구 주차단속 요원은 “사흘째 이곳에 신고가 계속되고 있다”며 “평소에도 신고가 많이 들어오는 곳이긴 한데 오늘만 해도 이곳으로 세 번째 주차 단속을 나왔다”고 말했다.

벽화 사진을 찍는 시민. 조해언 인턴기자

벽화 사진을 찍는 시민. 조해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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