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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 학대" 욕먹는다…日 후쿠시마 오염수 사육 실험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를 희석한 물에 넙치(광어) 등 어패류를 사육하는 실험을 한다고 발표했다. 바다에 방류하기 전의 오염수에 어류를 키워 안전성을 알린다는 계획이지만, 근본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먼 조치에 "어류 학대"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희석한 오염수에 어류 키워 안전 홍보 #오염수 방류는 2023년 여름 시작 예정 #"안전하면 직접 마시지 왜 어류를?" 비판도

올해 1월 촬영한 후쿠시마 제1 원전의 모습. 원전 내에 오염수를 담는 탱크가 늘어서 있다. [AP=연합뉴스]

올해 1월 촬영한 후쿠시마 제1 원전의 모습. 원전 내에 오염수를 담는 탱크가 늘어서 있다. [AP=연합뉴스]

30일 요미우리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를 해수로 희석한 물에 넙치 등의 어류와 조개류, 해조류 등을 사육하는 실험을 내년 여름부터 시작한다고 29일 밝혔다.

희석한 오염수는 2023년 봄부터 해양에 방출된다. 방류 이전 그 물에서 자라는 어류의 모습을 인터넷으로 중계해 오염수가 인체에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홍보하겠다는 것이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선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하루 평균 140t 가량씩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해 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에 보관 중이다.

일본 정부는 저장탱크를 무제한으로 늘릴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오염수를 희석해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방침을 지난 4월 발표했다. 하지만 ALPS로 정화한 오염수에도 기술적으로 제거가 불가능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 등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기 전 해수로 400~500배 희석해 삼중수소 농도를 일본 정부 기준치의 40분의 1에 해당하는 1ℓ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떨어뜨린다는 게 도쿄전력의 설명이다. 이럴 경우 트리튬은 극소량만 남게 돼 인체에 무해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소재 오나하마어시장 검사소에 후쿠시마 앞 바다에서 잡힌 조피볼락이 양동이에 담겨 있다. 당시 후쿠시마산 조피볼락에서 일본 정부 기준치의 5배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나오면서 이 어종의 출하가 중단됐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소재 오나하마어시장 검사소에 후쿠시마 앞 바다에서 잡힌 조피볼락이 양동이에 담겨 있다. 당시 후쿠시마산 조피볼락에서 일본 정부 기준치의 5배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나오면서 이 어종의 출하가 중단됐다. [연합뉴스]

하지만 풍평피해(뜬소문 피해)를 우려하는 후쿠시마 어민들은 오염수의 해양 방출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 등 주변국들의 반발도 거세지자 일본 측은 방류 전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국제검증단에 한국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도쿄전력의 구상에 따르면 어류와 해조류 등은 희석한 오염수를 담은 수조에서 자라게 된다. 이와는 별도로 원전 주변에서 길어올린 해수로도 수조를 만들어 어패류 등을 사육한다. 인터넷으로 어류들의 모습을 생중계하는 한편, 이상 유무 및 어류 내 트리튬 농도, 생존율 등을 조사해 공표한다.

도쿄전력은 "수치로 설명할 뿐만 아니라 안전함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선 "넙치 학대 아닌가", "그렇게 안전하면 직접 마시지 왜 어류를 희생시키느냐" 등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넙치는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서식하는 대표적인 어종이다. 후쿠시마현산 넙치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에도 납품돼 식탁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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