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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걸까 무모한걸까…개미들, 폭락 中주식 쓸어담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직장인 장모(38)씨는 지난 27일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주당 8300원에 250만 원어치 사들였다. 지난 3~4월 이 ETF에 투자해 평균 매입 단가가 주당 9600원 정도였는데, 이날 주가가 급락하자 '물타기(저가에 추가 매수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것)'에 들어간 것이다. 장씨는 "조금 기다리면 반등할 것이란 생각에 추가 매수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규제 선풍'에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23~28일 4거래일간 6%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23~27일 사흘간 9.5% 급락했다.

지난 26일 급락한 주가 지수가 표시 된 홍콩 중심가 전광판. 홍콩 항셍지수는 23~27일 9.5% 급락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26일 급락한 주가 지수가 표시 된 홍콩 중심가 전광판. 홍콩 항셍지수는 23~27일 9.5% 급락했다. [AFP=연합뉴스]

홍콩 HSCEI ETF, 디디추싱도 순매수

용감한 걸까, 무모한 걸까. 최근 중국·홍콩 증시가 폭락세를 연출하자 국내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중국 ETF와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본 것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들은 지난 23~28일 'TIGER 차이나전기차솔랙티브(SOLACTIVE)' ETF를 414억원가량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TIGER 차이나항셍테크'와 'KODEX 차이나항셍테크'도 각각 397억원, 126억원어치 사들였다. 두 ETF 모두 중국 테크기업으로 구성된 항셍테크지수가 기초자산이다. 그 외 개인들은 KODEX 차이나H 레버리지(92억원), TIGER 차이나 CSI300 레버리지(86억원), TIGER 차이나CSI300(26억원), TIGER 차이나HSCEI(22억원) 등도 순매수했다. 나흘간 이들 7개 ETF를 1200억원 가까이 쓸어담았다.

인터넷 주식 게시판에는 "이틀 만에 10% 넘게 물렸다" 는 한탄과 함께 "공포에 사라, 주가가 떨어진 지금이 기회다"는 글도 잇따랐다. 익명을 원한 증권사 관계자는 "손실을 줄이려 물타기 한 투자자도 있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에 나선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미국이나 홍콩에 상장한 중국 주식을 사들인 '서학·중학 개미'도 적지 않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8~29일(결제일 기준) 국내 투자자는 홍콩 증시에 상장한 '항셍차이나엔터프라이즈인덱스' ETF를 6205만 달러(약 71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홍콩H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종목으로, 이 기간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주식이다. 지난 28~29일 해외 주식 결제 금액은 3일 전인 지난 23, 26일에 투자자가 주식을 순매수한 금액으로 집계된다. 중국 차량 공유업체인 디디추싱과 IT 기업 텐센트 홀딩스도 투자 대상에 포함됐다. 개인의 순매수 금액은 각각 384만 달러(44억원), 361만 달러(41억원)였다.

개미, 중국 ETF 얼마나 샀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개미, 중국 ETF 얼마나 샀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문가들은 "글쎄"…'규제 칼춤' 지속 가능성 

상당수 전문가들은 최근 급락을 단기 수익을 올릴 기회로 삼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전방위 규제'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중국 당국은 "디지털 플랫폼 분야에서 질서를 잡겠다"며 이를 경제 목표의 하나로 내세운 상황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개인정보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상장 인터넷·헬스케어·전기차(EV) 업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고 했다.

증시 급락 등 파문이 커지자 중국 증권감독 당국은 투자은행들과 온라인 회의를 열고 시장을 달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규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월가 등에선 '탈중국'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3일 투자 세미나에서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비관적 입장을 나타냈다. 캐시 우드는 '아크이노베이션 ETF'의 중국 주식 비중을 지난 2월 8%에서 최근 0.5% 미만으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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