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스라엘, 훈련 대신 골판지침대 부수니 韓에 져" 日의 조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스라엘 야구 대표팀 선수 벤 웽거가 자신의 틱톡에 올린 영상 중 한 장면. 9명이 뛴 이후 침대는 크게 손상됐다. 사진 SNS 캡처

이스라엘 야구 대표팀 선수 벤 웽거가 자신의 틱톡에 올린 영상 중 한 장면. 9명이 뛴 이후 침대는 크게 손상됐다. 사진 SNS 캡처

도쿄올림픽 최대 화제 중 하나는 '골판지 침대'였다. 선수촌 방마다 설치된 이 침대를 두고 개막 전부터 선수들의 경험담이 올라왔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친환경을 위해 준비한 골판지 침대로 약 200Kg 하중을 견딜 수 있고,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폭 90cm, 길이 210cm로 싱글 사이즈 침대보다 작아 선수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

여러 선수들이 SNS를 통해 골판지 프레임이 찌그러진 침대 사진을 올려 논란과 조롱거리가 됐다. 미국 '뉴욕타임스'에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막기 위한 '성관계 금지용' 침대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개막전 이같은 상황이 전해지자 일본 네티즌들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엄청 돈을 많이 쓴 것 치고는 초라한 느낌의 올림픽이다" "올림픽 영웅들을 종이 침대에서 재우면 좋겠나?" "한눈에 봐도 너무 약해 보인다" "일본인 사이즈로만 만들었나, 체구가 큰 운동선수들은 어떻게 자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연일 계속된 선수들의 골판지 조롱에 일본 네티즌들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스라엘 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골판지 침대를 망가뜨리는 영상이 공개되자 "변상하라"며 분노했고 한국 역도 선수가 공개한 찢어진 프레임 사진에 "일본을 깎아내리려 한다"며 폭발했다.

벤 웽거가 27일 틱톡에 올린 영상의 한 장면. 편안한 골판지라는 자막도 붙였다. 인터넷 캡처

벤 웽거가 27일 틱톡에 올린 영상의 한 장면. 편안한 골판지라는 자막도 붙였다. 인터넷 캡처

26일 이스라엘 올림픽 야구 대표팀 선수 벤 웽거(Ben Wanger)는 자신의 틱톡 계정에 한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은 성인 남성 2명부터 9명까지 올라가 침대 위를 동시에 뛰는 장면이 담겼다. 골판지 침대는 9명이 뛴 후 완전히 무게 중심을 잃었고, 일부는 찢겼다. 벤 웽거는 "내게 침대 하나 더 줄 사람?"이라며 골판지 잔해와 함께 자막도 넣었다. 논란이 되자 웽거는 영상을 내렸지만 조회수가 28만에 달했다.

이 영상에 대해 에어웨이브는 "침대를 만드는 기업으로서 침대가 파괴되는 영상이 퍼진 것은 아쉽다"면서 "그것보다 선수들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일본 네티즌은 침대를 파괴한 이스라엘 선수들에게 변상을 요구했다. 일본 포털 사이트 야후 재팬에서 해당 기사 댓글에 일본 네티즌은 "일본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스라엘 선수에게 변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도 "공공기물을 파괴한 명백한 증거 영상"이라며 "변상뿐 아니라 사과까지 받아야 할 것"이라고 썼다. 이 댓글은 9390개의 추천을 받으며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후 이스라엘 야구 대표팀이 예선 첫 경기에서 패하자 일본 네티즌은 "침대 부술 시간에 훈련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팩트 폭격을 가했다. 이스라엘 야구 대표팀은 한국과의 첫 경기에서 6대 5로 졌다.

일본 매체 ‘WoW! Korea’의 기사는 당시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 국제뉴스에서 가장 많은 댓글이 달렸다. 홈페이지 캡처

일본 매체 ‘WoW! Korea’의 기사는 당시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 국제뉴스에서 가장 많은 댓글이 달렸다. 홈페이지 캡처

이어 한국 역도 선수 진윤성(26·고양시청)이 개인 SNS에 올린 찢어진 골판지 침대에 일본 네티즌은 또다시 폭발했다. 일본을 깎아내리려 일부러 그런 것 아니냐는 억측 댓글에 수많은 이들이 공감 버튼을 눌렀다.

진윤성은 27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선수촌 내 자신의 골판지 침대의 프레임 일부가 찢어진 장면을 촬영해 올렸다. 그러면서 "일주일만 더 버텨봐…시합까지만"이라는 글을 함께 남겼다. 이 내용을 전한 일본 매체 ‘WoW! Korea’의 기사는 당시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 국제뉴스에서 가장 많은 댓글이 달렸다.

골판지 침대에 대한 상반된 평가와 논란

사진 폴 첼리모 트위터

사진 폴 첼리모 트위터

선수촌 골판지 침대 논란은 지난 17일 미국 육상 선수 폴 첼리모의 트윗이 주목받으며 시작됐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골판지 침대' 사진을 게재하고 "일등석도 못 타고 골판지 침대에서 자게 생겼다"며 "누가 소변이라도 본다면 골판지 상자가 젖어서 침대가 주저앉겠다. 특히 결승전 전날 밤에 그런다면 최악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 체조 선수 리스 맥클레너건은 자신의 트위터에 골판지 침대에서 폴짝폴짝 뛰는 영상을 공개했다. [맥클레너건 트위터]

아일랜드 체조 선수 리스 맥클레너건은 자신의 트위터에 골판지 침대에서 폴짝폴짝 뛰는 영상을 공개했다. [맥클레너건 트위터]

이어 아일랜드 체조선수 리스 맥클레너간은 침대가 견고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침대에서 뛰는 모습을 촬영해 공개했다. 맥클레너간은 "이 침대가 '안티 섹스'를 위해 골판지로 제작됐다는 말이 있다. 겉보기에는 움직임이 격렬하면 무너질 것 같지만, 이는 가짜 뉴스다"고 말했다.

이후 도쿄 올림픽 공식 트위터 계정은 맥클레너간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거짓 설을 폭로해 밝혀준 것에 감사하다. 지속 가능한 침대는 튼튼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골판지 침대에 대한 상반된 평가와 논란이 이어졌다.

뉴질랜드 조정 대표팀 선수가 모서리에 앉은 모습. 선수가 앉자마자 골판지 프레임이 접혔다. [뉴질랜드 대표팀 인스타그램 캡처]

뉴질랜드 조정 대표팀 선수가 모서리에 앉은 모습. 선수가 앉자마자 골판지 프레임이 접혔다. [뉴질랜드 대표팀 인스타그램 캡처]

뉴질랜드 조정 선수 마이클 브레이크는 21일 침대에 앉자마자 침대가 푹 꺼지자 폭소를 터트리는 모습을 SNS에 올렸다. 뉴질랜드 수영 대표 루이스 클라레버트는 침대 속에 3등분돼 있는 매트리스를 보여주며 "플라스틱 같다"고 질감을 설명하기도 했다.

반면 같은 날 호주 필드하키 선수들은 5명이 침대 위에 올라가도 끄떡없는 침대를 담은  단체 인증샷을 공개했다. 선수 3명이 침대에서 팡팡 뛰는 모습도 올렸다. 골키퍼 레이첼 린치는 "골판지 침대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이 부분을 시험해보기로 했다"며 "침대는 활동하기에 충분히 강하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침대 회사 대표 "기술 담긴 건 매트리스"

논란이 커지자 일본 니캇스포츠는 침대 제조사인 '에어 웨이브'사의 다카오카 혼슈(61) 회장을 인터뷰했다.

그는 '안티섹스 침대'논란에 대해 "그런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건 착각이다. SNS의 위력에 깜짝 놀랐다"며 매트리스 위에서 뛰어 안전을 입증한 맥클리너건 선수에 대해 언급하며 "그의 트위터에 고맙다고 답장을 보냈다. 비밀은 침대 매트에 있으니 거기도 잘 봐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골판지는 약하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질문에 대해 "오해다. 목재나 철제로도 실험했지만 가장 충격에 강한 게 골판지였다. 200kg까지 버틸 수 있다. 매클리너건보다 더 무거운 사람이 실험했다"며 "그래 봤자 골판지 아니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해가 깊어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혼슈 회장은 “코로나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이다. 회의 시간에도 가벼운 이야기로 아이스 브레이크를 한다. 이번 골판지 침대 논란이 도쿄 올림픽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리는 아이스 브레이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