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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백신 맞으면 100달러 지급을"… 공무원 접종도 의무화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 백악관 연설을 통해 연방 공무원은 모두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 백악관 연설을 통해 연방 공무원은 모두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가운데 백신 접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의무'라는 칼을 빼 들었다. 역풍을 맞을까 우려해 지금껏 사용하지 않은 카드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앞으로 연방 공무원들은 백신 접종 여부를 증명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고 정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연방 공무원 400만 명에게 백신 접종을 사실상 의무화한 것이다. 여기에 현역 군인은 포함되지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방부에는 군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백신 접종을 증명하지 못하는 연방 공무원은 사무실에서 항상 마스크를 써야 하며, 동료와 거리 두기를 지켜야 하고, 주 1~2회 진단 검사를 받고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백신 접종을 대놓고 명령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의 자유의사에 맡겨 놓았던 기존 방침에 강제성을 부여해 백신을 접종하라고 압박하는 조치다.

연방 공무원의 낮은 백신 접종률을 올리면서 민간 고용주에게 본보기를 보이기 위한 조치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연방 공무원뿐 아니라 연방 기관에서 일하는 외부 계약자들도 대상이며, 민간 분야 역시 이를 따르도록 권고할 방침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방부에 코로나19 백신을 군인들의 필수 예방접종 목록에 추가하는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국방부는 현재 미국에서 사용 중인 코로나19 백신 세 종류(화이자, 모더나, 얀센) 모두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은 상태여서 백신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FDA가 정식으로 사용승인을 하면 군인 접종을 의무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바이든 대통령 지시는 FDA의 사용승인 시점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신의 정식 승인 시기와 관련해 "초가을에는 결론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각 주 정부와 시 정부에는 백신을 접종하는 주민에게 100달러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하라고 촉구했다. 연방정부가 제공한 코로나19 지원 예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접종을 유인할 '당근'을 늘리라는 주문이다.

중소기업 직원이 가족의 접종을 돕기 위해 휴가를 쓰면, 그에 해당하는 비용을 정부가 보전해주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사용을 자제해왔던 '강제' 카드를 꺼낸 이유는 백신 접종률이 좀처럼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사이 델타 변이는 빠르게 퍼져 미국이 다시 코로나19 확산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주(19∼25일) 미국 신규 확진자는 50만33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그 전주보다 131% 늘었다.

강제성을 가미해 백신 접종을 압박할 경우 접종에 반대하는 이들의 반발이 더욱 커질 수 있어 그동안 자제해왔는데, 이대로 두다가는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 강도를 높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것은 공화당과 민주당 주(州)에 관한 것이 아니다. 삶과 죽음의 문제"라고 말했다. 대체로 공화당이 우세한 주의 백신 접종률이 낮고,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주는 백신 접종률이 높다.

하지만 흑인과 히스패닉 등 유색 인종의 백신 접종률이 백인보다 낮아, 정치 성향 이외에도 백신 미접종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백신 접종의 사실상 의무화 방향에 대한 반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 경찰이 국회의사당 출입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체포할 수도 있다며 새로운 마스크 지침 시행을 명령하자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차라리 잡아가라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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