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시간씩 일합시다" 이걸 제안한 건 MZ세대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30 06:00

에쓰오일 관계자들이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부생가스를 공급하는 배관 설비를 점검하는 모습. [사진 에쓰오일]

에쓰오일 관계자들이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부생가스를 공급하는 배관 설비를 점검하는 모습. [사진 에쓰오일]

“일할 때 오래 일하더라도 더 길게 쉴 수 있는 4조2교대로 바꾸자”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최근 서울과 울산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단체협약 조인식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SK이노베이션 노사는 현행 4조3교대인 근무 형태를 4조2교대로 전환하기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9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노조원들의 '일할 때 일하고 더 길게 쉴 수 있게 4조2교대로 바꾸자'는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팬데믹 시기에 입사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기업의 근무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정형화돼 있던 사무 공간이 공유 오피스로 변신했고, 제조 현장에는 4조2교대 전환 움직임이 거세다. 자율과 효율을 추구하는 MZ세대를 따라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던 굴뚝기업까지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복장도, 좌석도 ‘내맘대로’ 

공유오피스 형태로 운영되는 SK이노베이션 사무실. [사진 SK이노베이션]

공유오피스 형태로 운영되는 SK이노베이션 사무실. [사진 SK이노베이션]

지난 23일 GS칼텍스는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앞으로 시간·장소·상황을 감안한 자율적 판단으로 복장을 착용할 수 있다”며 “반바지도 착용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사내 게시판 등에 올라온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기존에도 자율복장제를 운영했지만 캐주얼 정장 등으로 일부 제한이 있었다”며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이 같은 가이드라인도 없앴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복장을 포함해 근무시간, 근무좌석도 직원의 자율에 맡겼다. 선택적 근무제에 따라 권장 협업시간(오전 10시~오후 3시)을 지킨다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근무 공간 역시 자율좌석제를 통해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 부서별로 나뉘어져 있던 사무공간을 공유 오피스 형태로 리모델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매일 출근 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이 일하고 싶은 자리를 지정할 수 있다.

일할 땐 일하고 휴식은 길게

근무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쉴 때는 제대로 쉬고 싶어하는 MZ세대로 인해 대기업 제조현장에서는 4조2교대 전환 논의가 활발해졌다. 보통 제조현장에서는 하루 8시간씩 번갈아 일하는 4조3교대 근무가 일반적이다. 이를 4조2교대로 바꾸면 2개 조는 하루 12시간씩 주·야 교대 근무를 하고 나머지 2개 조는 쉴 수 있다. 이 경우 연간 총 근로시간은 동일하지만 휴일이 연간 80일 이상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지난 2011년 포스코가 4조2교대를 도입했지만 이 같은 근무 형태가 확산된 것은 최근이다. 에쓰오일은 2년간 4조2교대 근무를 시범 운영한 끝에 올해 초 이를 정식 도입했고 SK실트론도 올해부터 4조2교대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이 밖에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현대제철 등도 4조2교대 전환을 논의 중이다.

2주 이상 휴가를 몰아서 사용하는 집중휴가제는 MZ세대 직원들이 입사한 이후 이용률이 높아졌다. 이미 정보통신(IT) 업종을 비롯해 제조업, 유통업, 건설업까지 다양한 업체에서 집중휴가제를 도입했지만 회사와 근무여건에 따라 제도가 유명무실한 경우도 많았다. 유통기업에서 근무하는 6년차 신 모(32)씨는 “회사에서 하계 집중휴가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간 일주일 넘게 휴가를 쓰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며 “이에 반해 저연차 직원들은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면보다 온라인으로

LG화학이 지난달 온라인 가상공간 플랫폼을 활용해 석유화학사업본부 신입사원 온라인 교육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진은 가상 회의실에서 있는 LG화학 신입사원들. [사진 LG화학]

LG화학이 지난달 온라인 가상공간 플랫폼을 활용해 석유화학사업본부 신입사원 온라인 교육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진은 가상 회의실에서 있는 LG화학 신입사원들. [사진 LG화학]

온라인에 익숙한 MZ세대 직원들은 각종 대면업무도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있다. 올해 한 대기업에 입사한 김 모(25)씨는 “다른 부서 직원들과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회의실을 빌리지 않고 화상플랫폼으로 회의를 진행한 적이 있다”며 “모두 사무실에 출근한 상태였는데 블루투스를 착용하고 자기 자리에서 대화를 나눈 것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가속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 현대모비스, 네이버 등 많은 기업이 올해 신입사원 연수에서 메타버스·화상회의 플랫폼 등 온라인 도구를 활용했다. 이들 기업의 신입사원들은 가상 공간에 마련된 강의실, 휴게실, 식당 등을 오가며 교육을 받고 동기들과 교류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열린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메타버스를 사내 교육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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