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법조, 언론중재법 위헌 논란…“김어준 방송은 왜 빼냐”

중앙일보

입력 2021.07.30 05:00

업데이트 2021.07.30 08:07

방송인 김어준씨와 딴지방송국에서 운영 중인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157회 페라가모 오세훈, 슬기로운 박형준편 캡처. 뉴스1·유튜브 캡처

방송인 김어준씨와 딴지방송국에서 운영 중인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157회 페라가모 오세훈, 슬기로운 박형준편 캡처. 뉴스1·유튜브 캡처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제하는 내용의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개정안 강행 처리 방침을 밝히면서 정치권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여‧야는 ‘노무현 정신’까지 소환해 격돌했다.

법조계에서는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해외 주요국에서 유사한 입법 사례를 찾지 못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언론중재법’에 野 ‘노무현 정신 버렸다’

민주당이 입법속도전을 벌이는 언론중재법에 대해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한 것 ▶피해액을 언론사의 매출액과 연동해 1만분의 1~1000분의 1을 하한으로 상정한 것 등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언론의 다양성을 확보해서 국민이 취사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론관”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신다면 지금 언론법 개정에 개탄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과 함께 ‘언론개혁’을 주장해온 여권에서는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미 지난해 6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5월 KBS ‘저널리즘 토크쇼J’에 출연해 “악의적 허위보도에 대해서는 언론사가 망하는 수준의 배상액을 묻는 시스템이 있어야 언론의 팩트체크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며 입법을 촉구했다. 최 대표는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에 대해 이른바 ‘검언유착’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신분이다.

KBS '저널리즘토크쇼J'에 출연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화면 캡처

KBS '저널리즘토크쇼J'에 출연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화면 캡처

법조계 “위헌 소지 크고, 언론 자유 위축 우려”  

법조계에선 허위·조작 보도의 정의부터 명확하지 않으며, 피해액을 언론사 매출액에 따라 정하는 등 핵심 조항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표시했다. 지나치게 모호한 규정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한다면 위헌 소지는 물론 악용할 소지도 커지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배상액수의 현실화는 분명히 필요하다”고 전제하며 “개정안에서 고의·중과실로 추정하는 규정이 너무나 광범위하기 때문에 악용시 무과실 책임을 인정하는 것과 같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언론사 매출과 보도로 인한 피해 규모와는 무관한데 이를 연관 지은 것 등이 너무 모호하거나 광범위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현직 고법 부장판사는 “법 대상자가 일반인이 아니라 언론인이기 때문에 언론인들이 이러한 법으로 인해 실제로 위축감을 느끼고 취재의 자유가 제약된다면 위헌 소송 시 헌재 판단에 고려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행 대법원의 판례에서는 언론 보도에 ‘공익성’이 있다면 손해배상에 대한 책임을 보호하는 판례가 두텁게 형성되어 있는데 그 기준이 ‘고의·중과실’로 바뀔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이 폭넓게 인정될 수 있고 이에 따라 헌법상 보장되는 언론의 자유 역시 위축되는 수순을 밟을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위헌 여지가 크다”며 “제왕적 권력의 유일한 견제 역할을 하는 것이 언론이고 언론 보도는 국민의 알 권리와 자유민주주의와 맞닿아있는 헌법상 가치인데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현직 검사도 “징벌적 손해배상이 제기될 것을 염두에 두고 언론인들이 취재 활동을 벌이는 것 자체가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ct‧과도한 규제나 압력으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현상)”라며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개정안이 신문·방송·통신·인터넷신문사업자만 대상으로 하고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와 포털사이트를 제외한 점도 문제란 지적이 나왔다. 전직 법원장은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유튜버나 블로거 등의 영향력이 커졌고 이런 플랫폼으로 유통되는 ‘가짜뉴스’가 더 많은데 징벌적 손해배상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현행 법 내에서도 손해배상 등으로 충분히 구제될 수 있다”며 “사안별로 판단이 다를 뿐”이라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이준석 대표도 지난 29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우리나라의 시사방송 중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제기하는 방송도 있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왜 한 마디도 안하나”라고 물었다. 김어준씨가 서울시장 재보선 과정에서 유튜브 ‘딴지방송국’ 등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백바지를 입고 흰색 페라가모 구두를 신고 왔다”는 의혹을 제기한 걸 대상이 안 되는 걸 겨냥한 것이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회피하실까 봐 말씀드린다. 김어준씨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입장을 밝히라”며 “안 그러면 (이 지사는) 비겁자”라고 직격했다.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다는 것이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 결과다. 입법조사처는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보고서에 “언론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별도로 규정한 사례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언론중재법' 주요 내용 및 전문가·야당 의견 그래픽 이미지.

민주당 '언론중재법' 주요 내용 및 전문가·야당 의견 그래픽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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