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229만대 시대…"안돼, 나가" 이 주차장, 불법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30 05:00

인도에 불법주차돼 있는 오토바이들. 조해언 인턴기자

인도에 불법주차돼 있는 오토바이들. 조해언 인턴기자

“안 돼요. 오토바이는 못 들어와요. 저기 밖에 대세요.”

경기도 양평군의 한 관광지 주차장에서 문세훈(34)씨는 최근 출입을 저지당했다. 문씨는 “법이 바뀌어서 거절하시면 불법이다. 과태료 내실 수도 있다”고 말해봤지만, 주차장 관리인은 막무가내였다. 문씨는 “내 돈 내고 주차도 자유롭게 못 하는 게 이륜차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설자리 잃은 이륜차 229만대
9년 전 법 바뀌었는데 출입금지

이륜차의 주차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9년 전인 2012년 7월, 일반주차시설 이용이 가능한 ‘자동차’ 범위에 이륜자동차를 포함하는 주차장 법이 개정됐지만, 주차장에선 여전히 찬밥신세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이륜차는 총 228만 9000대. 서울에서만 45만 9000대의 이륜차가 운행 중이다. 하지만, 주차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인도 위에 세워진 오토바이, 주차구역 이회의 장소에 주차된 이륜차 등의 흔한 풍경은 모두 불법의 현장이다.

“주차거부, 승용차 ‘밀어내기’에 속수무책”  

주차 스티커를 발급받아 정당하게 주차한 라이더가 받은 메시지 . 사진 온라인 카페 ‘바튜매(바이크튜닝매니아)’ 캡처

주차 스티커를 발급받아 정당하게 주차한 라이더가 받은 메시지 . 사진 온라인 카페 ‘바튜매(바이크튜닝매니아)’ 캡처

이모(27)씨는 도로교통법 제2조 19항과 주차장법 2조 5항을 외우고 다닌다. 주차 거부를 당하면 주차장 관리인에게 법적인 근거를 대기 위해서다. 자동차 한 대 주차비를 받고 주차를 허가해주는 곳이 없진 않지만, 승용차 이용자에게 밀려나기 일쑤다. 김홍석(24)씨는 “정해진 주차 구획 안에 주차하고 나갔다 왔는데, 다른 승용차가 바이크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라이더 A씨도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했더니, 왜 오토바이가 한 칸을 다 차지하냐며 한 주민이 따져서 싸움이 난 적 있다”고 했다. 이륜차 라이더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처럼 승용차 운전자들과 실랑이를 벌인 사례가 잇따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라이더들은 불법 주차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장모(53)씨는 “권리와 의무는 함께 가야 불공평이 없는 거다. 이륜차는 자동차법상 차로 분류되어 있어 각종 검사와 보험, 세금 등의 의무가 부과된다. 그런데 그에 따르는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륜차=자동차’ 법 개정 9년인데 제자리걸음

9년 전 법 개정으로 이륜차 주차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했으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현행 주차장법 제17조 2항은 ‘노외주차장 관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그 이용을 거절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차관리인이 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 부과 또는 주차장 폐쇄 조치까지 가능하다.

주차장 관리인들은 “누군가 오토바이에 피해를 주면 주차장 측의 손해배상 위험이 높아 골치 아프다”고 말한다. “이륜차를 인식하는 정산 시스템이 없다” “이륜차 전용 구역이 없어서 안 된다”는 등 이유를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호영 변호사(법무법인 삼율)는 “일선 주차장 관리인들이 주차장법 취지를 잘 모르고 거절 가능한 ‘정당한 사유’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결과”라며 “주차장은 공공재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이용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국회에는 이륜차 주차난 해소 및 보행자 안전 확보를 위한 ‘주차장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도시 지역에 이륜차 전용주차구획 지정을 의무화하는 한편, 지자체별로 그 비율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주차장이 부족한 만큼 지역별로 이륜차 주차 구획의 비율은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게 유연성을 두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륜차 주차비를 받을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만드는 것 자체는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호영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지자체 권고규정에 불과했던 이륜차 주차구역 지정을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주차 문제는 일부이고, 바이크를 차별하는 고질적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륜자동차 주차관리대상구역인 서울 중구의 이륜차전용 주차구획. 주차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와 같은 전용 주차구획이 도시 곳곳에 늘어나게 된다. 조해언 인턴기자

이륜자동차 주차관리대상구역인 서울 중구의 이륜차전용 주차구획. 주차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와 같은 전용 주차구획이 도시 곳곳에 늘어나게 된다. 조해언 인턴기자

주차장 측 “현실적인 기준 먼저 마련돼야”

그러나 정작 주차장 관리업체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입장이다. ▶관제 시스템 교체 비용 ▶이륜차 주차비 징수 기준 ▶구획선 기준 ▶주민 민원 등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병옥 대한주차산업협회 이사는 “자동차는 한 대당 얼마로 주차비 기준이 있는데 오토바이도 똑같이 받을 순 없지 않냐.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륜차는 앞쪽에 번호판이 없어 자동 정산 시스템 인식이 불가능하다. 이륜차를 위한 정산 시스템으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그 비용을 주차장 측이 떠안게 될 수 있다. 노 이사는 “현재 관제 시스템이 차량용이기 때문에 오토바이에 맞추면 에러 날 확률이 높고, 요금 징수가 제대로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구획선의 규격 표준화 등도 해결돼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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