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연중 기획 혁신창업의 길

쌍둥이가 만든 물류로봇…“자율주행의 구글 될 것”

중앙일보

입력 2021.07.30 00:37

업데이트 2021.07.30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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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형수 기자 중앙일보 기자

R&D 패러독스 극복하자 ③ 천홍석·영석 트위니 공동대표

천홍석(오른쪽)·영석 트위니 공동대표가 29일 대전의 본사 사무실에서 자율주행 로봇 ‘따르고’와 ‘나르고’를 소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천홍석(오른쪽)·영석 트위니 공동대표가 29일 대전의 본사 사무실에서 자율주행 로봇 ‘따르고’와 ‘나르고’를 소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로봇이 사람의 노동을 대체한다는 말이 나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상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될 로봇은 물류·배송 로봇일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 추세와 최저임금 인상 등 사회·경제적 이슈의 해결방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3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 형제
형은 기술개발, 동생은 관리 책임
자율주행 로봇 ‘나르고’‘따르고’
라이다 센서로 ‘똑똑한’ 동선 관리
올해 100대 판매, 해외서도 러브콜
내년 100억 찍고 코스닥 상장도

정부는 2018년 기준 5조7000억원대인 로봇산업 규모를 앞으로 4년 안에 20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로봇산업 육성계획’을 내놓았다. 로봇을 활용한 신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상용화를 지원하고 규제를 개혁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국내 여러 기업이 무인 물류운송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트업이 올해 창업 7년차인 ‘트위니’다.

형제가 문자메시지 주고받으며 창업

회사 이름인 ‘트위니’는 쌍둥이라는 뜻의 영어단어 트윈(twin)에서 따왔다. 실제로 창업자 천홍석·영석(41) 대표는 3분 차이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다.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과를 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형 천홍석 대표가 연구개발(R&D)을 총괄하고,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인 동생 천영석 대표가 재무·마케팅 등 경영 전반을 맡고 있다.

천영석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처음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다녔다. 그러다 형이 문자메시지로 ‘창업할까 고민 중’이라는 한마디에 “그래? 같이 하자”며 직장에 사표를 내고 합류했다. 천영석 대표는 “(천홍석 대표는) 어릴 때부터 리더십이 남달랐다”며 “형이 창업한다면 반드시 좋은 회사가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트위니(Twinny)는 어떤 회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트위니(Twinny)는 어떤 회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트위니의 대표 상품은 2019년 상용화한 자율주행 로봇 ‘나르고’와 사람 추종 로봇 ‘따르고’다. 나르고의 가격은 기본 모델 기준으로 대당 3000만원이 넘고, 따르고 역시 2000만원대로 상당히 고가다. 지난해까지 누적 50대가량 판매됐고, 올해는 국내외 대기업에서 주문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천영석 대표는 “올해 100대 판매를 예상한다”며 “창업 초기 막대한 금액을 R&D에 투자했는데 조만간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르고’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떤 환경에서도 자신의 위치와 동선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주변 환경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나르고를 주행할 장소에 가져다 놓으면 가장 먼저 로봇 본체에 탑재된 3차원(3D) 라이다 센서로 주변을 스캔해 메모리에 입력한다. 이를 ‘기본 정보’로 저장한 뒤, 오가는 사람이나 가구·화분 같은 소품의 재배치 등 추가되는 ‘교란 정보’를 구분하고 걸러낸다. 기본 정보를 기준으로 자신의 위치와 동선을 파악하되, 교란 정보는 장애물로 인식하고 피해가는 게 핵심이다.

로봇이 자기 위치를 인식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나르고는 로봇에 장착된 센서를 활용한다. 또는 마커나 비컨(블루투스 신호를 기반으로 거리를 측정하는 장치) 등 인프라를 사용하는 방식이 있다. QR코드와 같은 마커를 특정 위치에 심어놓고, 로봇의 센서가 이를 읽어가면서 위치를 인식하는 것이다. 비컨에서 보내는 신호를 로봇이 받아서 위치를 인식하기도 한다. 천 대표는 이를 기차와 자동차에 빗대 설명했다.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법이 정해진 레일 위로 달리는 기차와 같다면, 나르고는 상황에 맞춰 다양한 경로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자동차의 운행방식과 비슷합니다. 다만 인프라를 깔아두면 센서 가격이 저렴해 로봇의 단가는 떨어집니다. 대신 구축비용이 들어가고, 고장이 나면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가령 100대의 로봇이 움직이다가 인프라의 고장으로 인해 모두 멈춰버릴 수 있지요. 따라서 인프라 기반 로봇은 작은 사무실이나 레스토랑에서는 활용도가 높지만, 대형마트·물류센터 등 넓은 공간에서는 부적합니다.”

이런 기술 아이디어는 세계 최초의 로봇 호텔인 일본의 ‘헨나호텔’을 방문하고 나서 떠오른 것이다. 천 대표는 “헨나호텔은 기대했던 만큼의 기술 수준이 아니었다”며 “그런데 공항으로 가는 길에서 라이다 센서 아이디어를 구상했다”고 전했다.

천 대표는 가까운 후배과 이런 주제로 토론을 나누면서 “창업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데 의기투합했다. 현재 트위니 직원 100여 명 가운데 천 대표의 동기와 후배 등 KAIST 출신은 30명이 넘는다. 천홍석 대표를 지도했던 김병국 KAIST 명예교수는 “(천홍석 대표가) 사교적인 성격이라 스타트업에 잘 맞는다고 추천했다”고 말했다.

쌍둥이가 ‘교란’해도 인지력 정확

또 다른 핵심 기술은 3D 센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자율주행 로봇 중에도 인프라 구축이 필요 없는 모델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2차원(2D) 라이더 센서를 사용해 상대적으로 시야가 좁고, 위치 인식이 정확하지 못하다. 예컨대 할인 행사로 손님이 몰려든 아웃렛에서 2D 라이더 센서로는 정확한 위치 인식이 어렵다. 마치 키 작은 어린아이가 복잡한 어른들 틈에 끼어 있을 때 자기 위치를 알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천홍석 대표는 “로봇에 3D 라이더 센서를 달면 서버가 처리할 데이터의 양이 엄청나게 많아지는데, 트위니는 노이즈(불필요한 정보)를 처리하는 특화한 알고리즘을 개발해 연산 처리량을 줄였는데, 이것이 차별화한 기술력”이라고 자랑했다.

추종 로봇인 ‘따르고’는 특정인을 졸졸 따라다니며 물건 이동을 도와준다. 물류 현장에서 작업자를 정확히 인식한 뒤 그 작업자를 따라다니면서 물건을 운반하는 용도다. 로봇 센서가 켜지면 가장 가까운 대상의 색깔과 형태·크기·실루엣·거리 등을 인식한 뒤 따라다닌다. 추종 대상이 옷을 갈아입거나 색깔 등을 식별할 수 없는 어두운 곳에 있어도 정확히 찾아낸다. 천 대표는 “처음 ‘따르고’를 테스트할 당시 쌍둥이인 영석 대표와 같은 옷을 입고 교란해 봤는데, 전혀 헷갈리지 않고 처음 인지한 추종 대상을 정확히 식별해내더라”고 말했다.

기술이 입소문을 타면서 투자자도 모여들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금은 물론 YG인베스트먼트·KT인베스트먼트·미래에셋 등에서 230억여 원을 모았다. 김진수 KT인베스트먼트 이사는 “대부분의 로봇 업체가 인지와 플래닝(정해진 위치까지 어떻게 빠르게 도착할지 계획), 컨트롤(계획한 대로 제어하는 능력) 등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기 어렵다”며 “그런데 트위니는 상용화 수준의 실내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투자 배경을 밝혔다.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에도 도전

천 대표는 최근 자율주행 플랫폼인 ‘탈프(TARP)’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탈프는 트위니의 자율주행 기술과 로봇 관제·자동 업무배정 기술 등을 모듈화해 제공하는 기술 플랫폼이다. 천 대표는 “쉽게 설명해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OS)를 로봇에 적용한 것”이라며 “탈프의 기능을 일정하게 이용하면 어떤 기술자든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도 이미 트위니 기술력을 인정하고 있다. 천영석 대표는 “지난 5월 국제물류산업대전(Korea MAT)에 참여했는데, 국내외 대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여 계약 관련 미팅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금 1억원으로 출발한 트위니의 올해 예상 매출은 60억원, 내년은 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 코스닥시장에서 기업공개(IPO)에도 나설 계획이다. 미국·말레이시아 등으로 수출도 준비 중이다.

문상미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서비스로봇혁신팀장은 “물류 로봇 시장은 2019년 이후 매해 40%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시장이 활기를 띠는 만큼 성장성이 돋보이는 분야”라고 말했다. 김병국 명예교수는 “트위니는 로봇 분야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갖춘 경쟁력 있는 회사”라며 “적극적인 후속 투자와 함께 영업력과 재정, 경영 능력 등이 뒷받침되면 보다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두 사람은 “현재 트위니의 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며 “앞으로 2~3년 내에 자율주행 로봇 분야 글로벌 1위 기업, ‘자율주행 업계의 구글’로 인정받는 것이 목표”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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