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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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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존 브래신스키 감독의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는 ‘소리의 스릴러’이자 ‘침묵의 호러’다. 소리가 나면 어디선가 몬스터가 나타난다는 간단한 설정은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만들며, 관객은 바스락거리는 소리 하나에도 앞으로 펼쳐질 살풍경에 지레 공포에 떤다. 최근에 등장한 장르 영화들 중 이 시리즈만큼 사운드를 영리하게 사용한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단지 흥행을 위한 전략은 아니다. 감독은 ‘콰이어트 플레이스 2’에서 소리에 섬세한 배려를 한다. 바로 리건(밀리센트 시몬스)의 장면이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2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2

애보트 가족의 큰딸인 리건은 청각 장애인이며, 역할을 맡은 배우 역시 장애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영화는 애보트가 느끼는 소리 혹은 소리 없음을 관객도 느끼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리건이 혼자 있을 때, 그 공간은 말 그대로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된다. 소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소리가 차단되어 아주 미세하게 소리를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상태가 된다.

관객은 그 장면을 인물의 시점, 아니 ‘청점’(聽點)으로 경험하게 되는 셈이며 이것은 청각 장애를 지닌 캐릭터의 감각을 경험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이 장면을 위해 배우가 실제로 어떻게 소리를 느끼는지 자문을 얻은 후 영화에서 재현했고, 배우의 어머니는 그 장면을 통해 딸이 느끼는 소리를 자신도 처음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며 감동했다고 한다. 소리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