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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반도체 3차 대전환의 시대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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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삼성전자가 올 2분기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 호조에 힘입어 12조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쓸어담았다. 사진은 7월 29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뉴스1]

삼성전자가 올 2분기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 호조에 힘입어 12조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쓸어담았다. 사진은 7월 29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뉴스1]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의 매출(129조600억원)을 달성했다. 여기에는 반도체의 기여가 결정적이었다. 특히 2분기에는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12조5700억원) 가운데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7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모습만 보면 ‘반도체 코리아’는 거대한 항공모함처럼 보인다. 적어도 지난 30년간 반도체 코리아 독주시대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

인텔의 반격과 TSMC 질주에 입지 흔들 #국가적 총력 대응 없으면 위기 못 막아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대한민국의 반도체 신화가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으로 촉발된 3차 반도체 패권 전환의 시대에 직면하면서다. 그 흐름을 되돌아보면 1차 반도체 패권 전환은 미국에서 일본으로 주도권이 넘어갈 때였다. 일본은 1970~80년대 세계 정상급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뒷받침에 힘입어 미국에서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빼앗아 왔다. 그러나 이 패권은 미국이 일본 반도체 기업의 수출 쿼터를 규제하면서 힘을 잃기 시작했다.

그 반사이익은 한국으로 돌아갔다. 일본이 미국의 규제로 힘을 잃기 시작할 무렵, 마침 삼성전자는 시행착오를 반복한 끝에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을 개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1992년 9월 25일부터 반도체 패권은 한국으로 넘어왔다. 일본 기업들이 추격했지만 치킨게임을 불사한 삼성전자의 스피드 경영에 무릎을 꿇었다. 그로부터 한국은 30년간 반도체 종주국의 지위를 누렸다. 2차 대전환으로 한국은 기술력과 시장점유율 모두를 장악했다.

미국과 대만이 시동을 건 3차 대전환이 본격화하면,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는 뉴스가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무엇보다 대만 TSMC의 질주가 위협적이다. 4차 산업혁명이 맞춤형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생산 수요를 촉발하면서 애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주력해 온 TSMC로선 날개를 달게 됐다. 미국에 공장 6개 건설에 나섰다. 더 위협적인 것은 그동안 일본·한국 기업에 차례로 내준 실지(失地) 회복에 나서겠다는 인텔의 반도체 생산 본격화다.

인텔은 반도체의 종가였다. 중앙처리장치(CPU) 등 컴퓨터의 핵심 장치 생산에 주력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미·중 패권 전쟁과 4차 산업혁명으로 고성능 메모리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다시 직접 생산에 뛰어든다고 선언했다. 미 정부가 반도체 인프라에 500억 달러를 투자해 지원한다. 기술력이 관건이지만 미국의 역량을 총동원해 삼성전자의 첨단 기술을 뛰어넘는 초격차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나서면 1990년대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도 반도체 패권을 지키기 어려워진다. 일본의 전철을 밟는 데 5년도 안 걸릴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 국민도 비상한 각오로 반도체 대전환의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