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행 1만300원 티켓까지 등장…휴가철 항공사 ‘4단계 쇼크’

중앙일보

입력 2021.07.3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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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초등학생 자녀 두 명을 둔 은행원 김성호(45)씨는 올여름 휴가로 계획했던 제주여행을 포기했다. 직장에서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관광객이 몰리는 제주도 역시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다. 그는 제주 대신 경북 김천의 본가에서 휴가를 보낼 생각이다. 김씨는 “회사에선 직원들의 미팅도 자제하고 있는데 휴가지에서 감염되면 좋은 소리를 못들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격상 이후 2주 동안
14개 공항 탑승객 4.4% 감소
저비용 항공사들 운임 출혈경쟁

국내선 승객 얼마나 줄었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내선 승객 얼마나 줄었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김씨처럼 여름 휴가 계획을 바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람이 붐비는 휴가지를 피하는 모양새다. 29일 한국공항공사의 ‘전국공항 국내선 출발 기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이후 2주 동안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김포·김해공항 등 국내 14개 공항의 항공 이용객(국내선 출발 기준)은 131만1554명으로 4단계 이전 2주(6월 28일~7월 11일, 137만2310명)보다 4.4%가 줄었다. 공항공사 측은 “보통 7월 말 8월 초는 휴가 성수기로 이 무렵 항공 수요가 줄어드는 건 극히 이례적”이라며 “확실히 코로나 4차 대유행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는 국내선 승객 회복세가 뚜렷했다. 4단계 격상 이후 공항별로는 김포 -4.1%, 김해 -5.7%, 제주 -4.9%, 광주 -6.9%, 울산 -8.9%씩 이용객이 줄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적 부진을 거듭해 온 항공사들로선 여름 성수기가 그나마 유일한 ‘믿을 구석’이었다. 하지만 항공 수요가 줄면서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국내선 관련 프로모션을 쏟아내는 등 생존을 위협받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 ‘운임 출혈 경쟁’만 해도 ‘일단 승객을 태우자’는 절박한 심리가 반영돼 있다. 제주항공은 이달 말부터 오는 9월 15일까지 국내선 전 노선의 항공권을 1만6200원부터 판매한다. 유류할증료와 공항시설사용료가 포함된 가격이다.

에어서울 역시 ‘김포-제주노선’ 항공권을 편도 총액 기준 1만300원부터 판매한 바 있다. 또  김포~부산(김해), 부산(김해)~제주 등 부산이 포함된 여정을 예약하면 다음 부산 노선을 예매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을 발급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익명을 원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같은 대형 항공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대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LCC들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분위기까지 몰렸다”며 “하지만 본격적인 여객 수요가 회복되기 전에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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