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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인 찾는 쌍용차, 평택공장 외곽이전이 신의 한 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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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쌍용차는 이 공장 부지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쌍용차 홈페이지 캡처]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쌍용차는 이 공장 부지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쌍용차 홈페이지 캡처]

기업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평택 공장부지 가격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쌍용차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현재의 부지(85만㎡)를 팔고 공장을 교외로 옮길 계획이다. 평택공장 부지는 최근 자산재평가에서 약 9000억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이 부지가 주·상업용 용지로 변경되면 1조5500억원까지 치솟는다는 분석이다. 청산가치가 잔존가치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은 쌍용차 입장에서는 부지 가격에 따라 생사가 갈릴 수 있다.

주택용지로 개발 땐 최대 1.5조 #여유자금 5000억 확보해 숨통 #쌍용차 인수의향서 접수 오늘 마감 #HAAH·에디슨모터스 인수 의사

29일 쌍용차에 따르면 쌍용차는 지난 9일 평택시와 공장 이전 및 공장 건설을 위한 공동 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세부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평택시는 늘어나는 주택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쌍용차 부지를 주택 용지로 개발하는 데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 입장에서는 주거용도로 용지변경이 이뤄지면 전기차 등 신차 개발과 새로운 생산라인을 갖추는 데 드는 1조원가량을 제외하고 5000억원 정도를 여유자금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일(30일)을 하루 앞둔 29일 미국 HAAH오토모티브와 국내 전기버스 전문업체 에디슨모터스 등이 인수 의사를 밝혔다. HAAH오토모티브 창업주인 듀크 헤일 회장은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으로 HAAH오토모티브를 청산하고 새로 ‘카디널 원 모터스’를 설립해 쌍용차를 인수하겠다”고 했다. HAAH오토모티브는 지난해부터 쌍용차 인수를 검토했으나 투자 결정을 계속 미뤄왔다.

비상장사인 에디슨모터스는 상장사인 초소형 전기차 생산업체 쎄미시스코를 인수하며 쌍용차 인수 준비를 했다. 에디슨모터스의 전기 모터,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기술력을 승용차에 적용해 쌍용차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HAAH오토모티브나 에디슨모터스는 대형 업체가 아니다 보니 인수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쌍용차의 인수 금액은 공익 채권(약 3900억원)을 포함해 약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HAAH오토모티브는 2019년 기준 연 매출이 230억원,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89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쌍용차의 지난해 매출은 2조9297억원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 한다”는 말이 나온다. 듀크 해일 회장은 약 2900억~4000억원을 투자해 쌍용차를 인수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재 중동과 캐나다 등에서 자본을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디슨모터스는 약 2500억원 규모의 쎄미시스코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쪽 모두 자금력이 풍부한 재무적 투자자(FI)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매각 작업이 순조롭지 않아도 공장부지 용도 변경을 통해 5000억원 가량을 확보하면 운용자금에 숨통을 트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쌍용차 관계자는 “부채를 줄여가면서 공장이전 작업을 진행하고, 신차 개발을 일정에 맞춰 진행할 경우 채권단에 긍정적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직원 절반 2년 무급 휴직’ 등 쌍용차 노사가 내놓은 자구안에 대해 여전히 부족하다며 “산은과 정부가 아닌 투자자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추가 노력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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