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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버트 “한·일, 과거와 미래 다른 바구니에 담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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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8일(현지시간)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 공동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 ‘평화 콘퍼런스’에 참석한 마크 램버트(가운데) 미국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가 청중의 질문을 듣고 있다. 왼쪽은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오른쪽은 박명림 연세대 교수. 박현영 특파원

28일(현지시간)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 공동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 ‘평화 콘퍼런스’에 참석한 마크 램버트(가운데) 미국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가 청중의 질문을 듣고 있다. 왼쪽은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오른쪽은 박명림 연세대 교수. 박현영 특파원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가 28일(현지시간) 한·일 갈등 해법으로 과거와 미래를 분리하는 ‘두 바구니론’을 제시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구체적으로 해결책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정부, 한·일갈등 해법 첫 언급 #과거·미래 분리해 협력하란 메시지 #“양국이 원한다면 미국이 역할해야” #남북 통신선 복구엔 “흥미로운 진전”

램버트 부차관보는 이날 워싱턴에서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가 공동 주최한 ‘평화 콘퍼런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일 관계에 개입할 의사가 있나’라는 질문에 “몇 년간 우리가 공통의 기반을 찾기 위해 도쿄, 서울과 협력해 왔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 솔직해지자. 역사는 바뀌지 않는다”면서 “20세기에 일어난 ‘잔혹 행위(atrocities)’는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들을 한 바구니에 담아 그에 걸맞게 대하고, 다른 바구니에는 21세기에 양국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들로 채우려 노력하는 게 우리 같은 실무자들에게는 도전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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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구니에는 과거를, 다른 바구니에는 미래를 담자는 주문이다. 문맥상 ‘20세기 잔혹 행위’는 일제 식민시대의 각종 만행을 뜻한다. 동시에 ‘과거 바구니’와 ‘미래 바구니’의 분리는 한국을 향해 과거는 과거로 대하라는 메시지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기로 결정했으나 갑자기 취소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지난주 웬디 셔먼 부장관이 아시아에 갔을 때 ‘우스운(funny)’ 일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부장관이 탄 비행기가 중간 기착지에 내렸을 때 서울(주한 미국대사관)에서 받은 첫 보고는 돌파구가 마련돼 문 대통령이 올림픽에 간다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도쿄에 도착했을 때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 명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는 불안(anxious)했는데 다음 날 한·일 차관을 만났을 때 그들이 서로를 정중히 대하는 것을 보고 솔직히 안도했다”고 말했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일본과 한국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두 동맹”이라면서 “일본과 한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내 나라(미국)가 덜 안전하고, 그들 역시 덜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두 나라 모두 미국이 역할을 하길 원한다면 미국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북한이 지난 27일 전격적으로 남북 통신 연락선을 복원한 데 대해서는 “흥미로운 진전(interesting development)”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을 맞는 날에 일어났다”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램버트 부차관보는 한국이 고고도 미사일방어(THAAD) 체계 배치로 중국의 보복을 당할 때 미국이 손 놓고 있었다는 일각의 주장에는 반박했다. 그는 “중국 측 인사가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나는 ‘외람되지만 당신은 그럴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또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할 때 미국이 중국에 맞서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미국이 한국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이의를 제기한다”면서 “우리는 한국과 어깨를 걸고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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