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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성희롱 결정, 비전문적" "실제 피해는 더 심각"…2차 진실공방 예고

중앙일보

입력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측이 ‘박 전 시장의 성적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피해 여성 측은 “오히려 소송을 통해 더 심각한 피해가 인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건의 실체를 두고 ‘2차전’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朴 유족, '성희롱 맞다'는 인권위 결정 불복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10일 오전 서울시청 시장실 앞에 고 박원순 시장의 사진이 보이고 있다.2020.07.10.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10일 오전 서울시청 시장실 앞에 고 박원순 시장의 사진이 보이고 있다.2020.07.10. misocamera@newsis.com

유족 측을 대리하는 정철승 변호사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의 부인이 국가인권위를 상대로 위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인데 내가 소송대리를 맡으려 한다”며 “국가인권위가 왜 그렇게 황당한 일을 무리하게 강행했는지를 위 행정소송 진행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3월 박 전 시장의 성적 괴롭힘을 주장한 피해 여성 주장 일부를 사실로 인정했다. 당시 인권위는 지난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2월 박 전 시장이 피해 여성에게 “좋은 냄새 난다, 킁킁” “혼자 있어? 내가 갈까” 등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건 부적절하다고 봤다. 또 박 전 시장이 러닝셔츠 입은 셀카 사진, 여성의 가슴이 부각된 이모티콘 등을 보낸 사실도 있다고 인정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박 전 시장이나 유족에 대한 부당한 공격 또는 불법 행위들에 대해 언론사, 유튜버 등을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대로 가차 없이 법적 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언급한 한겨레신문 기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고소를 예고한 데 이어 추가 고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인권위, 경찰보다도 비전문적"

정 변호사는 이러한 일련의 조치가 ‘피해자에 대한 반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변호사와 일문일답.

고 박원순 전 시장 유족 측을 대리하는 정철승 변호사. 중앙포토.

고 박원순 전 시장 유족 측을 대리하는 정철승 변호사. 중앙포토.

Q. 소송 제기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우려가 나온다.
A. 사자명예훼손 소송은 피해자의 주장을 허위라고 밝히기 위한 게 아니다. 애초에 그게 가능하지도 않다. 당사자(박 전 시장)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실체적인 진실은 누구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박 전 시장 사건은 이제 영원히 미궁 속으로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겨레 기자가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명백하게 밝혀졌다’고 단정했기 때문에 고소하는 것이다. 성폭력이라는 말은 마치 폭력 행위가 수반된 강간이나 강제추행같은 성범죄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피해자 주장에도 성희롱에 대한 것만 있지 강제추행은 없었다.

Q. 국가인권위 결정을 부정하는 이유는.
A. 모든 재판에서 사실 인정의 기본 원칙은 ‘반대신문권’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박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으면 그 증거나 증언은 사실인정의 증거로 쓸 수 없다. 경찰 수사에서 피의자가 수사 내용이 부당하다고 하면 검찰과 3심의 재판 단계까지 넘어간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확정된 사실이라야 ‘어떤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인권위의 결정은 그런 과정조차 없기 때문에 경찰 수준의 수사보다도 훨씬 비전문적이다.

Q. 지난 1월 서울시장 비서실 전 직원의 성폭행 사건 재판부가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명시했다.
A. 해당 재판부가 박 전 시장의 사건을 심리했다고 볼 수 없다. 인권위 결정과 마찬가지로 박 전 시장 측의 반박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애초에 해당 비서실 직원이 ‘피해 여성은 자신 때문이 아니라 박 전 시장 때문에 정신적 피해를 입은 것 아니냐’는 취지 주장을 해서 재판부가 이를 부정하는 차원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것 뿐이다.

Q. 박 전 시장의 아내 강난희 여사가 고소에 대해 ‘언젠가 때가 올 거라 생각하고 기다려왔다’는 말을 했다. 무슨 의미인가.
A. 박 전 시장이 떠난 1년 간 유족들은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하고 거의 숨어서 살다시피 했다. 부당한 공격이나 비방을 당하면서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저처럼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면 정당하게 대처하겠다, 그 때를 기다려왔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김재련 “실제 피해 더 심각, 오히려 소송 통해 밝혀지길"

유족 측의 입장에 대해 피해여성 측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시장 측 유족이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정 만으로 비난할 필요는 없다”는 글을 올렸다. 김 변호사는 인권위 결정에 대해 “수개월에 걸쳐 전문 조사관들이 투입되어 피해자 진술, 참고인 진술, 객관적 증거자료 확보 등을 토대로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사망한 박시장이 방어권 행사 할 수 없음을 감안해 최대한 신중하게 인권위가 조사 판단 하는 바람에 실제 피해자가 입은 피해의 최소한만 인정된 아쉬운 결정이었다”고 적었다.

김 변호사는 관련된 수사 및 판결 기록 일체를 면밀히 검토해달라며 “오히려 행정소송을 통해 실제 피해자가 입은 피해의 정도가 인권위가 발표한 내용보다 더 심각하고 중한 것이었음이 인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 측도 소송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암시한 셈이다. 이에 따라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여부를 두고 다시 한번 진실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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