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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 “美 신호 보내야”에 조셉 윤 “北 시간끌기 아닌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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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특파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특파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 미국 전문가들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남북 통신선 복원과 이후 대응을 놓고 시각차를 드러냈다.

김기정 원장, 워싱턴 세미나 #통신선 복원에 한미 시각차 #김 원장 "북한 대화할 준비" #美 인사 "고마워할 일인가"

정부 측 인사들은 북한이 대화 복귀의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지만, 워싱턴의 미국 전문가들은 시간끌기 전략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미국의 대북 접근법에 변화를 줄 이유가 없다고 봤다.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싱크탱크 미국평화연구소(USIP)와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서 "남북 통신선 복구는 북한이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2주가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된 8월 중순 이전에 북한의 도발을 막고 대화로 이끌 수 있도록 미국이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김 원장은 세미나 후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아무런 조치 없이 2주를 넘기게 되면 북한이 우리가 예상 못 한 방식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반도 상황이 경색되지 않게 미국이 좀 더 움직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가 정책의 관성 때문에 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하더라도 미국이 구두 표현 등 다른 방식으로 대화 의지를 보여야 북한이 오해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그간 한·미 연합훈련 철폐를 요구해왔다.

이와 관련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세미나에서 "지금까지 외교적 성과가 없었는데 앞으로는 얻을 수 있다는 데 대해 부정적"이라면서 "정말 북한이 신호를 보내왔을까, 시간을 끌려는 것 아닌가, 대화는 좋은데 어떤 대화를 하겠다는 건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는 여러 정부의 경험을 통해 대북 정책이 어떻게 이뤄졌고 어떤 성과를 낳았는지 잘 알고 있다"면서 "한국도 미국과 발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커스 갈로스카스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실 북한분석관은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일방적으로 통신선을 끊어 놓고 이제 와서 그걸 복원했다고 보상해준다? 그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북한이 도발하고 협박한 뒤 뭔가를 던져준다고 고마워할 건 아니지 않나"라며 "통신선 복원이 대단히 좋은 신호나 조짐이라고 보지 않고, 우리 접근에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단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북한에서 메시지를 보내왔으니 우리는 다음 행동을 어떻게 취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새 판이 깔렸는데 이를 잘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대북 제재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다시 중국으로 가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중국으로 더 기울기 전에 미국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취지다.

갈로스카스 전 분석관은 이에 대해 "북한은 그다지 절박하지 않다"면서 "북한 인민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절박하다고 생각하는 건 오해"라고 반박했다.

김기정 원장은 "워싱턴 대북정책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 즉 전략적 인내라는 아름다운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방치했다"면서 "미국이 좀 더 생산적으로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하노이에서 시도했던 빅딜이 아닌,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하는 스몰딜에서는 영변의 가치가 매우 높아진다"며 영변 핵시설에 대한 가치도 재평가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남북 간 철도 연결사업을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기회로 제안했다. 동행한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이 미국 측 참석자들에게 철도 연결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정부가 통신선 복원 이후 남북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다음 프로젝트로 철도 연결사업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원장 일행은 미국 정부나 의회 당국자를 직접 접촉하지 않으며, 언론과 싱크탱크 등 민간 전문가들을 만나 북한 상황을 설명하고 대화 재개에 대한 미국의 공감을 끌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 낙점됐다가 낙마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안보 당국자를 다수 배출한 '연정(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라인'의 핵심 인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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