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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푼 영국 vs 마스크 다시 쓰는 미국…한국이 가야할 길은

중앙일보

입력

관람객들이 24일 런던 알렉산드라 궁전 공원에서 열린 페스티벌에 참석하며 춤을 추고 있다. 연합뉴스

관람객들이 24일 런던 알렉산드라 궁전 공원에서 열린 페스티벌에 참석하며 춤을 추고 있다. 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확산 중인 가운데 미국과 영국이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놓으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은 마스크 벗기나 거리두기 해제 등 봉쇄령을 풀어버린 반면 미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을 다시 권고하고 나섰다. 두 달 전인 지난 5월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는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했던 지침을 번복한 셈이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시행된 지 18일째를 맞은 현재, 한국은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

영국, 봉쇄 풀고 확진자 감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연합뉴스

영국은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위드(with) 코로나’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락다운(봉쇄)에 가까운 조치를 취했던 영국은 지난 19일 대부분의 방역 조치를 해제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나 사적 모임 인원 제한, 거리두기 조치 등이 사라졌다. 영국 정부는 당초 6월 21일에 규제를 풀 예정이었지만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한 달 정도 적용을 유예했다. 다만 봉쇄를 풀 당시 상황이 안정됐던 건 아니다. 영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당시 일일 신규 확진자는 4만6789명이었다. 6월 말부터 2~3만명대의 일평균 확진자가 나왔지만 7월 15일 6만명을 기록한 후 확산 세가 커질 무렵이었다.

그럼에도 방역 완화를 강행한 결과는 어떨까. 아이러니하게도 확진자는 줄고 있다. 이날 영국의 신규 확진자는 2만7734명이다. 지난 7일 동안의 확진자 총합을 그 전주와 비교하면 약 36.1%가 감소했다.

한국(검은색), 영국(주황색), 미국(초록색)의 최근 1주 평균 인구 100만명당 확진 사례. [아워월드인데이터]

한국(검은색), 영국(주황색), 미국(초록색)의 최근 1주 평균 인구 100만명당 확진 사례. [아워월드인데이터]

전문가들은 이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건 항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영국은 워낙 걸린 사람이 많았고 백신 접종률도 높다 보니까 당장은 더이상 걸릴 사람이 없는 셈이다. 엄청난 인명피해가 동반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영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약 580만명이다. 전체 인구 6790만명의 8.5%가 이미 감염돼 항체를 갖고 있다. 여기에 접종률도 높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영국의 12세 이상 인구 중 80.1%가 1차 접종을, 64.3%가 2차 접종을 완료해 집단면역을 어느 정도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정 교수는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규제 완화 조치가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변이 등을 고려하면 언제든 또 확진자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내에서도 불안감은 이어지고 있다. 확진자는 줄었지만, 사망과 입원 환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보건당국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일일 사망자는 91명으로 지난 7일 동안 498명이 사망했다. 직전 주(132명)보다 약 36.1% 증가했다. 입원환자 역시 이날 825명이 발생했고 주간 집계로는 직전 주보다 약 23.4%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두 달 만에 실내 마스크 착용 권고 

19일(현지시간) 마스크 착용이 다시 의무화된 미 LA카운티의 할리우드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상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마스크 착용이 다시 의무화된 미 LA카운티의 할리우드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상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반면 미국의 경우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의 기쁨을 맛본 지 두 달 만에 다시 방역 강화 카드를 꺼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6만3697명이다. 지난 6일 1만3000명대까지 떨어진 이후 급격한 확산 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 접종을 완료했어도 감염 세가 큰 지역에 있는 경우 실내에서 마스크를 다시 착용하라”고 개정된 지침을 내놨다.

정재훈 교수는 미국에서 신규 확진자가 늘어난 건 델타 변이 확산이 이제 시작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경우 6월부터 델타 변이 확산이 이어져 현재는 정체 상태라면 미국은 현재 주간 신규 확진자 가운데 83%가 델타 변이 감염자로 집계되며 확산이 이어지고 있다. 톰 프리든 전 CDC 국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4~6주 이내에 하루 신규 감염자가 20만명대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면역을 가진 이들이 영국보다 떨어진다는 점도 봉쇄 조치를 할 수밖에 없는 점으로 지적됐다. 미국도 영국처럼 누적 확진자는 높은 상황이다. 인구 3억3000명 가운데 지금까지 코로나19에 확진된 이는 총 3467만명으로 약 10.5%가 면역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접종률은 영국보다 낮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12세 이상 인구 중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한 비율은 66.8%, 2차 접종을 완료한 비율은 57.7%로 집계됐다.

한국, 접종률 낮고 확진자 적어 방역 완화 안 돼

일별 누적 백신 접종 인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일별 누적 백신 접종 인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피로감이 쌓여있지만 지금 당장은 봉쇄를 풀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교수는 “우리나라는 감염이 돼 면역을 획득한 사람이 너무 적다. 접종률도 아직 낮기 때문에 엄청난 인명피해를 동반했던 영국의 사례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영국이 지나치게 빠르게 규제를 풀었다. 8월 말만 돼도 영국은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할 수 있다. 나중에 다시 봉쇄령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현재 1차 접종률도 30%대를 기록하고 있어 봉쇄 완화를 논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효과를 지켜보면서 좀 더 강한 방역 조치가 필요할지 여부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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