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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무대책' 에 금리인상 당기나…홍남기 발언에 채권시장 들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의 28일 부동산 '무대책 담화'의 불똥이 채권시장에도 떨어졌다. 결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당기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을 것이란 전망에 채권금리가 오름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28일 부동산 정책 브리핑을 하는 홍남기 경제 부총리. 오른쪽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뉴스1]

28일 부동산 정책 브리핑을 하는 홍남기 경제 부총리. 오른쪽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뉴스1]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29일 오후 국채 3년물 금리는 전날(1.419%)보다 0.012%포인트 오른 연 1.431%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0.039%포인트 상승에 이은 것이다. 국채 5년물 금리도 27일 연 1.617%에서 29일 1.657%로 이틀 만에 0.04%포인트 올랐다.

금리가 오른 배경에는 28일 홍남기 경제 부총리의 발언이 있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홍 부총리는 '집값 조정'을 경고하며 그 근거로 한은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부의 경제수장이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을 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통상 정부 관료들은 경기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해 금리 인상을 달가워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태근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여전히 10월 기준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고 보지만 홍 부총리의 발언 등으로 시장은 8월에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접근하고 있다”며 “8월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다음 인상 시기도 빨라질 수 있어 단기물 중심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국고채 금리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고채 금리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은이 연내 인상을 예고한 상황에서 그간 시장은 8월보다는 10월 인상을 더 유력하게 봤다. 코로나19 확산 탓에 당장 한은이 움직이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집값 급등 불길'에 정부마저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하면서 8월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 교수는 “이미 한은이 금리 인상에 대한 신호를 많이 준데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계속되고 있어 8월 금리 인상을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한은도 금리 인상이 필요한 이유로 부채가 급증하고, 자산시장 가격은 급등하는 '금융 불균형' 을 언급해왔다.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수도권 집값을 꼭 집어 '고평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기재위에서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돼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지속될 것이라고 하는 시장의 기대가 자산시장으로 자금이 쏠리게 되는 하나의 원인은 된다"며 "주택가격 안정이 가계부채 억제하는 데 상당히 주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홍남기 부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세무사법 개정안 등을 의결했다. 이주열 한은총재와 홍부총리가 참석, 의원들의 긴급현안질의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홍남기 부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세무사법 개정안 등을 의결했다. 이주열 한은총재와 홍부총리가 참석, 의원들의 긴급현안질의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홍 부총리의 발언에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의 엇박자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다.  고려대 김진일 경제학 교수는 “한은이 운신의 폭이 넓어진 건 맞다”며 “그동안 경기를 확장시켜야 하는 정부는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 부정적인 스탠스였는데 현재는 부동산 문제로 인해 정부와 한은이 같은 걱정을 하고 있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여파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시장에 이미 금리 인상 시그널을 준 상황에서 코로나19 상황을 본 후 10월 중 금리를 올려도 늦지 않다”며 “최근 백신 수급이 어려워진 상황을 봤을 때 경기가 한은의 예측보다 침체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 내에선 이른바 '학습효과'를 들어 코로나19 4차 확산의 경제 여파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도 27일 “확진자 수가 과거보다 늘었지만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어졌고, 대면 서비스 등 특정 부분으로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정책으로 코로나19 확산과 금리 인상의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만 한두 차례 금리 인상만으로 당장 부동산 시장의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국토연구원은 금리 수준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수도권 주택가격은 연간 0.7%포인트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0월~2008년 9월(연 3.25%→5.25%), 2010년 7월~2012년 6월(연 2%→3.25%) 두 차례의 금리 인상기에도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오름세를 탔다. 기준금리 인상 초기에는 통상 경기가 회복 국면을 보이는 데다, 여전히 절대 금리 수준이 낮아 가계가 큰 부담을 느끼진 않는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금융그룹 수석위원은 “현재 부동산은 돈의 힘으로 올라간 유동성 장세이기 때문에 금리 상승의 여파가 과거보다는 클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올해에는 가격 하락보다는 거래량이 줄고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선에서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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