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자유"라는 건물주…법조계 "벽화 속 남성들도 문제된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9 18:00

업데이트 2021.07.29 18:28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는 합법일까, 불법일까. 윤 전 총장 측은 서점 주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지를 검토 중이지만, 벽화를 의뢰한 건물주이자 서점 주인 여모씨는 “개인의 자유를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건물주 “尹 출마선언 가소로워”

28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종로 12길의 한 건물 벽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강정현 기자

28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종로 12길의 한 건물 벽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강정현 기자

29일 서점 앞에서 취재진과 만난 여씨의 지인인 지승룡 민들레영토 대표에 따르면 여씨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대선 출마를 했다는 윤 전 총장의 말이 나에게 매우 불쾌하게 들렸다”며 “진정한 헌법적 가치는 자유인데 그렇다면 나는 벽화를 그려서, 자유 민주주의에 대해 작가한테 의뢰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지 대표는 “(벽화는) 정치적 행위가 아니다”며 “개인의 자유가 진정한 헌법적 가치라고 나름대로 저항하는 것이 이분의 뜻이다. 대표님은 모든 상황에 대해 당황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尹 측, 명예훼손 고소 여부 고심 

28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종로 12길의 한 건물 벽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강정현 기자

28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종로 12길의 한 건물 벽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강정현 기자

논란이 된 벽화는 종로구 관철동 건물 1층 외벽에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철판 위에 그려진 총 6점 가운데 2점이 윤 전 총장의 부인과 관련이 있다. 두 개의 그림에 ‘쥴리의 남자들’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쥴리는 김씨에 대한 루머에 등장하는 이름이다.

윤 전 총장 측은 건물주이자 서점주인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 여부를 고심 중이다. 여러 매체와 고발 건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벽화 논란이 불거진 것이어서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일단 하게 되면 명예훼손이 유력하고, 모욕죄 등은 법리 검토를 다시 면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공적 문제 아닌 사생활 비방, 명예훼손 성립”

보수 지지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한 중고서점 앞에 모여 ‘쥴리 벽화’를 가리고 있다. 벽화는 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지혜 기자

보수 지지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한 중고서점 앞에 모여 ‘쥴리 벽화’를 가리고 있다. 벽화는 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지혜 기자

법조계에선 명예훼손죄 성립이 어렵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윤 정 총장의 부인 김씨 뿐만 아니라 첫 번째 벽화에 이니셜과 직업 등으로 거론되는 남성들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변호사는 “정치인 비난은 공익성이 있다고 봐서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할 수도 있지만, 김씨나 양 검사 등은 사인이고 공공의 이익을 다툴 소지도 적기 때문에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벽화가 공직 후보자 부인의 표절 의혹 같은 공적 문제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사생활에 대한 비방만 담고 있기 때문에 명예훼손죄 성립을 피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공인이 사인을 상대로 일일이 형사고소를 하는 흐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지승룡 대표는 ‘명예훼손이나 민·형사상 문제도 있지 않겠냐’는 취재진 질의에 “(여씨는) 결과물에 대해서도 감당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자기 건물에 한 건데, 기껏해야 그런 부분에 대한 페널티 등은 별걱정을 안 하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여씨는 30일부터 “마음껏 표현의 자유를 누리셔도 된다”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걸 계획이라고 한다. 자신의 행위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종로 12길의 한 건물 벽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강정현 기자

28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종로 12길의 한 건물 벽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강정현 기자

종로구청 “본인 건물에 그린 그림, 못 막아”

한편, 관할구청인 종로구청은 “벽화 내용에 따라 명예훼손죄나 공연음란죄 등 문제가 될 순 있다”면서도 “본인 소유 건물에 그림 그리는 것 자체를 시나 구에서 막긴 어렵다”고 말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오전에도 관련 회의를 했지만, 지자체에서 딱히 조치할 수 있는 게 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권고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정치 성향과 관련된 부분이라 그것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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