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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바이러스 속도 못 따라간 거리두기...강도 더 높아지나

중앙일보

입력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사회 내 신규 확진자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주일 사이 최고점이 올라갔다.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일단 앞으로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나 곧 지방자치단체와 추가 방역대책을 협의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4단계가 효과 없다는 판단이 정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어서다.

중대본 내부서도 "4단계 의미 없다" 판단 나와

올라간 고점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9일 0시 기준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1674명으로 집계됐다. 지역사회 발생환자가 1632명, 해외유입이 42명이다. 지역사회 환자는 전날(28일 0시 기준) 발표 때보다 191명 줄었다. 하지만 지난주 같은 요일에 비해서는 99명 많다. 전날도 그렇고 최고점이 올라간 양상이다.

이번 4차 대유행은 전체적인 환자발생 규모가 커지면서 수도권·비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6대 4 정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수도권의 경우 유행상황 반전을, 비수도권은 전파차단을 목표로 각각 대응 중이다. 수도권은 지난 12일부터 거리두기 최고강도인 4단계에 단란·유흥주점 등 유흥시설 집합금지, 백신 접종완료자 혜택중단 등 ‘+α(알파)’ 조처까지 시행에 들어갔다. 거리두기 효과는 통상 일주일~10일 후 나타나나 환자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4단계라지만 옛 2.5보다 약해 

지난 3차 유행 땐 ‘옛 거리두기’로 대응했다. 최고 단계 직전 2.5단계에서도 헬스장과 학원, 노래방을 문 닫게 했다. 집합금지를 최소화한 현 거리두기와 분명히 달랐다. 전파력이 센 델타(인도)형 변이가 우세종이 된 현재 적용 중인 4단계가 오히려 강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휴가철을 맞아 이동량까지 늘었다. 4단계 카드에도 사람 간 접촉이 줄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전국 주간(19일~25일) 이동량은 지난주(12~18일) 대비 오히려 0.8%(187만 건) 증가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전반적인 이동량이 많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우려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8일 오전 서울시청 안전통합 상황실에서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28일 오전 서울시청 안전통합 상황실에서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α 또 나오나 

또다른 ‘+α’ 방역수칙 도입 여부가 검토되는 이유다. 큰 방향은 사적모임 제재나 영업제한 강화다. 하지만 국민 수용성 문제와 자영업·소상공인 반발 우려로 현재로써는 쉽지 않다. 서울시의 경우 어떤 종류의 추가 조치가 필요할지 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중대본의 한 관계자는 “확산세 꺾기가 너무 힘들다. 이동량이 30% 이상 줄어야 하는데 델타 전파력이 빨라도 너무 빠르다”며 “4단계가 현재 의미가 거의 없다. 기존 2.5단계보다 약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오후 6시 2인 이상 금지 외에는 효과 있는 조치가 없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서울 4단계 해도 휴가철이라 3단계 지역, 부산 같은 곳으로 이동해서 노니까 막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비수도권은 지난 27일부터 거리두기 단계를 일괄 3단계로 격상했다. 당시 1·2단계 지역까지 선제적으로 높였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하다. 대전(4단계)이 대표적이다. 한 주간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이 4.6명으로 보고됐다. 서울(4.8명)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강원은 3.1명으로 경기와 같은 위험도를 보인다. 부산·경남(각각 2.8명), 제주(2.7명)도 심각하다.

대전에서 태권도장과 콜센터를 매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n차 감염이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29일 대전 서구 도안초등학교에서 격리해제 예정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스1

대전에서 태권도장과 콜센터를 매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n차 감염이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29일 대전 서구 도안초등학교에서 격리해제 예정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정부 "비수도권 일괄 4단계 비합리적" 

하지만 일괄 4단계 격상은 비합리적이라는 게 중수본 입장이다. 손영래 반장은 29일 오전 코로나19 상황 기자단 설명회에서 “비수도권의 3단계 격상이 27일부터였다. 며칠 사이 환자 수가 증가해 전국적으로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비수도권 3단계 시행이 얼마 되지 않아 판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하면 반드시 사회·경제적 피해가 동반된다”며 “더욱이 저소득 서민층의 피해가 지나치게 커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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