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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세계1위 꺾은 허광희, 그 순간을 TV선 볼수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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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남자단식 허광희가 세계랭킹 1위 겐토 모모타를 잡고 16강에 진출했다. [AP=연합뉴스]

배드민턴 남자단식 허광희가 세계랭킹 1위 겐토 모모타를 잡고 16강에 진출했다. [AP=연합뉴스]

남자 배드민턴 허광희(26·삼성생명)가 깜짝 메달 기대주로 떠올랐다. 세계랭킹 1위 모모타 겐타(일본)를 꺾고 8강에 진출했다.

일본 우승후보 모모타 조별리그에서 제압 #1번 시드 이긴 덕분에 8강까지 직행

세계 랭킹 38위 허광희는 28일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단식 예선 A조 경기에서 모모타에 2-0(21-15, 21-19) 승리를 거뒀다. 허광희는 31일 8강전에 나선다.

1차전에서 티모시 람(미국·88위)을 이긴 허광희는 2연승을 달리며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1번 시드인 모모타를 이긴 덕분에 16강을 부전승으로 통과해 8강에 직행하는 행운까지 따랐다.

허광희는 첫 번째 게임에서 5-10을 끌려갔다. 하지만 끈질기게 모모타의 공격을 받아내자 상대가 실수를 연발했다. 이후엔 구석을 찌르는 정교한 스트로크로 역전승을 거뒀다. 모모타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국 두 번째 게임도 19-19에서 허광희가 연속으로 포인트를 따내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허광희에 패배한 뒤 망연자실한 모모타 겐토. [AP=연합뉴스]

허광희에 패배한 뒤 망연자실한 모모타 겐토. [AP=연합뉴스]

허광희는 랭킹포인트가 낮아 개막을 한 달 앞두고서야 올림픽 출전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배드민턴하면 허광희라는 이름이 나올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출사표대로 큰 사고를 쳤다. 경기 뒤 그는 "도전자 입장에서 뛰었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달려들었고 잘됐다"고 말했다.

허광희는 처음에 육상을 시작했으나, 10살 때 달리는 모습을 본 배드민턴으로 전향했다. 지난해 8월 상무 소속으로 군복무를 마친 허광희는 "코로나 19 때문에 시합이 계속 밀렸다. 경기 준비는 계속했지만 취소가 반복돼 힘들었다. 경기에 참여하지 못한 만큼 훈련을 반복해 힘든 것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반면 우승후보로 꼽혔던 모모타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모모타는 2016 리우 올림픽에서도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불법 도박 문제로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엔 교통사고로 안와골절상을 입었다. 올해 1월엔 코로나 19에 감염되기도 했다. 연이은 악재에도 절치부심했으나 허광희에게 뜻밖의 일격을 당해 탈락했다.

가장 금메달이 기대되는 스타로도 꼽혔던 모모타가 탈락하자 일본 내에서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경기 뒤 모모타는 "중간부터 흐름이 밀렸다. 멘탈을 다잡지 못했고, 내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 상대의 흐름을 막지 못했고 나 스스로도 어쩔 줄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광희의 경기는 생중계되진 못했다. 지상파에선 양궁 남녀 개인 32강, 체조 남자 개인종합 결승, 수영 예선 남자 배영 200m 등이 중계됐다. 스포츠 채널에서도 일본과 프랑스의 축구 조별리그 경기가 방송됐다. 큰 기대를 모은 경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날 녹화방송을 통해 전경기가 중계됐다.

한편 여자 복식에서는 동메달을 확보했다. 세계 5위 김소영(29·인천국제공항)-공희용(25·전북은행) 조는 2위 마쓰모토 마유-나가하라 와카나 조를 세트 스코어 2-1로 이겼다. 이어 4위 이소희-신승찬(이상 27·인천국제공항) 조도 17위 셀레나 픽-셰릴 세이넨(네덜란드)을 2-0으로 꺾었다.

이소희-신승찬과 김소영-공희용은 4강에서 만나지 않는다. 두 조 모두 4강에서 패해도 동메달 결정전이 한국 선수들의 맞대결로 치러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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