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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고사 없애놓고···학력 부진자 찾아 보충수업시키란 정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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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지원 교육회복 종합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지원 교육회복 종합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학습 결손이 심각해지자 방과후 보충수업을 대책으로 내놨지만, 교육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목표가 빠져있는데다 학습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선별하기 위한 진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29일 코로나 19 장기화에 따른 교육회복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2학기부터 내년까지 교사가 방과 후나 방학 중에 3~5명의 소그룹 학생을 대상으로 보충 수업을 제공하는 '학습 도움닫기' 프로그램이 핵심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학습격차에 대한 우려가 매우 커진 만큼 기초학력 부진 학생뿐 아니라 희망하는 모든 학생에게 교과 보충 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했다.

국가수준 진단 없앴는데…"보충수업 대상 어떻게 가르나"

문제는 어떤 학생이 보충수업을 받느냐다. 교육부는 지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자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어떤 학생이 학업성취도평가에서 학력 미달인지 알 수 없다.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학업성취도평가를 중3과 고2 학생 중 3%만 표집해서 치르도록 했기 때문이다.

학력을 진단할 전국 단위 시험이 없어진 가운데, 교육부는 보충수업 대상 학생을 교사의 진단과 추천에 따라 선정하도록 했다. 현장에서는 학력 미달 학생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는 "코로나19로 학생들을 많이 대면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떤 학생을 보충수업 대상으로 할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사는 또 "학교 교사들에게는 업무가 될 뿐이고, 학생들에겐 실질적 도움이 안 되는 차원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학생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요구했다. 교총은 "개별 학생에 대한 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교사의 판단은 중요하지만, 객관적인 진단과 교육결과 담보 문제를 방기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 차원의 학력 진단을 하고 맞춤형 학습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태블릿PC를 통해 방학식 행사를 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14일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태블릿PC를 통해 방학식 행사를 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학생들 보충수업 잘 들을까…"단기적 대책 실효성 없어"

보충수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경상북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생 선발부터 교사 선발까지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지금도 선택형 방과후 수업을 하고 있지만, 신청률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6등급 이하 하위권 학생들은 수업을 원치 않고, 4~6등급 중위권 학생들은 차라리 학원에 다닌다"며 "특정 학생들을 위한 수업을 하라는 것은 수준별 수업의 부활이 아니냐"고 했다.

단기적인 보충수업만으로 코로나19 이전부터 누적된 학력 저하를 메우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이광현 부산교대 교수는 '기초학력 저하 원인에 대한 가설 분석과 기초학력 향상 방안' 논문을 통해 "기초학력 저하는 코로나19 이전인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주요 교과목에 대해 학생들이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진단하는 등 학력을 제대로 관리해오지 않아 학력 저하는 이전부터 진행됐는데, 오히려 코로나19가 (문제의 원인을) 덮어준 격"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100점 만점 중 20점 미만의 기초학력 미달도 문제지만 50~60점에 해당하는 기본 학력도 문제인데 이에 대한 교육 당국의 관리가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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