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시의회 “세월호 포함 기억 공간 만들자”…서울시 “반대 여론 높아”

중앙일보

입력 2021.07.29 16:50

업데이트 2021.07.29 19:05

최근 광화문광장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세월호 기억공간)’이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한 것과 관련, 서울시의회 의장단이 대안 마련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제시했다. 의장단은 협의체 구성원을 세월호 유가족으로 제한하고, 세월호뿐 아니라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 안전에 대한 주제를 아우르는 공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오 시장은 “심사숙고하겠다”고 했지만, 기억공간 재설치에 대해선 여전히 마음의 문을 닫고 있다. 서울시 여론조사 결과, 재설치에 대해 반대 여론이 51.4%로 높게 나온 탓이다.

시의회 의장 ‘포괄적 안전 기억 공간’ 제시

29일 오전 시청으로 출근하는 오 시장(오른쪽)과 의장단 회의를 위해 시장실로 향하는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모습. 뉴시스.

29일 오전 시청으로 출근하는 오 시장(오른쪽)과 의장단 회의를 위해 시장실로 향하는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모습. 뉴시스.

29일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은 오 시장과의 비공개 조찬 간담회 후 중앙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세월호 기억공간 향후 운영 방안을 논의하자는 유족 뜻을 오 시장에게 전했다”며 “당초 서울시가 협의체 구성 자체를 ‘논의대상이 아니다’며 거부했는데 이는 옳은 시정(市政)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조찬회의는 관련 논란이 불거진 후 시의회와 오 시장의 첫 협의 자리였다.

김 의장은 “촛불 혁명과 더불어 ‘과거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 안전에 대한 기억 공간을 함께 아우르면 되지 않겠느냐’고도 전했다”며 “(세월호) 유족 측에서 꼭 세월호만의 기억공간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오 시장에게 ‘협의체에 대해 거부감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세월호가 정치화하는 것을 우려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吳 정치화 우려엔…“소통 없이 예단 안돼”

4ㆍ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서울시의회 로비로 세월호 기억공간 물품들을 옮기고 있다. 김성룡 기자.

4ㆍ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서울시의회 로비로 세월호 기억공간 물품들을 옮기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에 대해 의장단은 “당사자인 세월호 유족들만 협의체에 들어오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며 “아직 협의체에 시민단체가 들어오겠다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예단하는 건 '불통'하겠다는 것 아니겠냐. 일단 이같이 제안했으니 공은 오 시장에게 넘어갔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의장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심사숙고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서울시 차원에서 제시된 뚜렷한 대안은 없다. 지난 5일 서울시는 세월호 사고를 기억하기 위한 나무심기와 표지석 설치를 제안했지만, 유족들이 거부해 향후 대안이 될 가능성은 작다. 민주당 측은 촛불 혁명 기념물에 세월호 관련 내용을 넣자고 제안한 상태다.

서울시 "시민 51.4%가 반대” 

27일 물품이 모두 정리된 후 폐쇄된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 허정원 기자.

27일 물품이 모두 정리된 후 폐쇄된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 허정원 기자.

기억공간 재설치를 서울시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7일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기 전 서울시민 1000명을 상대로 전화 여론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51.4%가 ‘기억공간을 재설치할 필요 없다’고 답했다. ‘필요하다’는 29.2%, ‘표지석·나무심기 등 기념물 대체’는 15.6%였다. 오 시장은 이를 근거로 ‘기억공간이 서울시민의 마음을 떠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기억공간을 현재 구조물이 아닌 다른 형태로 만들 지는 미지수다. 서울시는 지난 27일 낸 입장문에서 “유가족 협의회의 정리된 의견으로 제안해 주시면, 광화문 광장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 아픔을 기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당초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는 어떤 구조물도 없는 '새 광화문광장 조성'의 일환이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합의됐던 일이라 협의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유족 “공간 지킨 시민 뜻 우선해야”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유가족 등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사진을 정리하고 있다.유가족은 이날 기억공간 내 물품을 서울시의회에 마련된 임시공간으로 직접 옮겼다. 김성룡 기자.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유가족 등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사진을 정리하고 있다.유가족은 이날 기억공간 내 물품을 서울시의회에 마련된 임시공간으로 직접 옮겼다. 김성룡 기자.

세월호 희생자 중 한명인 유예은 양의 아버지인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기억공간은) 추모가 아닌,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농성하던 것에서 출발했다”며 “오래전부터 모든 시민이 생명ㆍ안전의 사회, 올바른 민주주의가 자리 잡고 키워져 가는 공간으로 기능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이 공간을 만들고 지켜온 시민 뜻이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단원고가 있는 경기 안산시의 국가 추모시설(가칭 4·16 생명안전공원)로 이전하는 것은 반대했다.

한편 서울시는 29일 오전 8시부터 기억공간 내부 철거에 나섰다. 철거에는 일주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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