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악마""꺼져" 난장판 쥴리벽화…"내일 윤짜장 현수막 건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9 16:23

업데이트 2021.08.01 15:52

29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한 중고서점 앞은 북적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이른바 ‘쥴리 벽화’를 놓고 이를 가리려는 보수 지지자들과 취재진 수십 명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온몸으로 벽화 가리기에 나선 보수층  

보수 지지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한 중고서점 앞에 모여 ‘쥴리 벽화’를 가리고 있다. 벽화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지혜 기자

보수 지지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한 중고서점 앞에 모여 ‘쥴리 벽화’를 가리고 있다. 벽화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지혜 기자

보수 유튜버와 단체는 전날에 이어 차량을 이용해 벽화 앞을 가로 막았다. “너무 보기 싫다”며 총 3대의 차량을 벽화가 그려진 벽 앞에 주차했다. 등쪽에 ‘윤석열 팬클럽’이라고 쓴 흰색 티셔츠를 입고 ‘공정·상식’이라고 적힌 빨간 우산을 쓴 단체 회원들도 속속 모여 들었다. 이들은 벽화 나머지 부분을 마저 가리며 “좌파는 악마” “자유대한민국은 상식과 정의가 무너졌다”고 소리쳤다.

보수 지지자들이 차량을 동원해 29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한 중고서점 앞에 그려진 ‘쥴리 벽화’를 가리고 있다. 벽화는 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지혜 기자

보수 지지자들이 차량을 동원해 29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한 중고서점 앞에 그려진 ‘쥴리 벽화’를 가리고 있다. 벽화는 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지혜 기자

한 보수 지지자는 확성기에 대고 “박원순 아들 박주신씨 소재지 제보해준 분께 확인 후 1만 달러를 송금하겠다”고 계속 외쳤다. 이 남성은 “박씨는 병역비리 의혹으로 법정증인이 채택된 지 5년이 넘도록 법원의 증인소환장을 받고도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보수 지지자는 특정 언론사를 언급하며 “꺼져” “타도”라고 비난했다. “대한민국 지킬 사람 윤석열, 윤석열 짱”이라고 개사한 노래도 흘러 나왔다.

1인 시위 중이라고 밝힌 남성은 취재진과 시민들이 벽화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온몸으로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현장엔 진보 유튜버도 등장했다. 이 유튜버는 “대선 주자들은 국민들로부터 검증을 받을 의무가 있다”며 “사람들 집결해 불법 주차하고 벽화 사진도 못 찍게 한다. 불법 집회가 아니고 뭔가”라고 주장했다.

‘쥴리 벽화’가 공개되지 않도록 온몸으로 제지하고 있는 보수 지지층. 김지혜 기자

‘쥴리 벽화’가 공개되지 않도록 온몸으로 제지하고 있는 보수 지지층. 김지혜 기자

“영업 방해” 신고에 경찰 출동 

서점을 찾은 시민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40대 정도로 보이는 한 남성은 “너무 시끄럽다. 완전 무법천지”라고 혀를 찼다. 50대로 추정되는 여성은 “(보수 지지자들이) 가게 앞에 쓰레기 버리고 소리 지르는데 두고 보고 있나”라며 “영업 방해로 경찰이나 구청에 신고하라”고 항의했다.

현장에 출동한 한 경찰관은 “이날 오전 차량이 길목을 막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112 신고가 들어와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불평이 잇따르자 서점 직원은 이날 오후 12시 40분쯤 “사람들이 모여 매장 앞에 쓰레기 버리고 고객과 싸우며 영업 방해를 하고 있다”고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유관부서들과 협의하며 해결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쥴리 벽화’를 막기 위해 동원된 보수단체 차량이 움직이다 중고서점 간판을 일부 찌그러뜨린 모습. 김지혜 기자

‘쥴리 벽화’를 막기 위해 동원된 보수단체 차량이 움직이다 중고서점 간판을 일부 찌그러뜨린 모습. 김지혜 기자

서점 직원은 “(벽화를 그리도록 지시한) 사장님은 현재 지방 출장 중”이라며 “현장 상황은 전달했는데 볼 일이 남아 바로 오시긴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이어 “벽화를 철거하라는 항의 전화는 계속 오고 있다”면서 “벽화 바로 옆이 유료 주차장인데 차량이 통행을 막아 난감하다”고 했다.

벽화 앞에 세워진 차량 3대 중 2대는 지난 28일 오후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 ‘불법주차’ 딱지가 붙은 상태다. 길을 트기 위해 세워둔 차량을 뺐다 주차하다를 반복하던 중 서점 간판 일부를 파손하기도 했다. 정경일 교통전문 변호사는 “주자창이 있는 데도 골목길에 차를 세워 통행을 방해할 경우 도로교통법 34조 주정차방법위반으로 승용차 기준 범칙금 4만원 부과대상이 될 수 있다”며 “불법 주차가 상당 시간 지속됐다면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로 최대 10년의 징역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점주인의 지인이 30일 내걸 예정이라고 밝힌 현수막. 오른쪽에 윤 전 총장을 조롱하는 윤짜장 패러디가 있다. 김지혜 기자

서점주인의 지인이 30일 내걸 예정이라고 밝힌 현수막. 오른쪽에 윤 전 총장을 조롱하는 윤짜장 패러디가 있다. 김지혜 기자

“내일 ‘통곡의 벽’ 현수막 내건다” 

이 서점 사장이자 건물주인 A씨는 현재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있다. A씨와 최근 ‘쥴리 벽화’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는 지인은 이날 서점에서 당사자의 의중을 전했다. 그는 “‘쥴리’에 정치적 의미를 담은 게 아니라 ‘표현의 자유가 진정한 헌법적 가치’라는 상징적 의미에서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내일 ‘통곡의 벽’이라고 적힌 현수막도 내건다고 한다”며 “벽화는 보존하는 대신 마음껏 표현의 자유를 누리길 바란다는 마음이라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가 기자에게 먼저 보여준 현수막 도안에는 ‘윤짜장’(윤 전 총장을 비하하는 표현) 마크가 찍혀 있었다.

현재 그려진 벽화는 이달 중순쯤 A씨가 작가에게 의뢰해 제작됐다고 한다. 가로 15m, 세로 2.5m에 달하며 총 6점으로 구성돼 있으며 ‘쥴리의 남자들’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등의 문구가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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