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통역 뺀 코로나 브리핑…청각장애인 소송, 정부에 이겼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9 12:30

업데이트 2021.07.29 12:51

영국의 한 청각 장애인 여성이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이 수어 통역 없이 진행됐단 이유로 소송을 제기해 최종 승소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의회에서 수어 통역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영국 스코틀랜드 의회에서 수어 통역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청각 장애인인 케이티 롤리(36)는 지난해 9월 21일과 10월 12일에 정부에서 진행한 코로나 브리핑이 수어 통역이 포함되지 않은 채 자막만 내보냈다며 마이클 고브 영국 국무조정실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부는 자막을 넣었기 때문에 법적 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영국, 지난해 수어통역 없이 코로나브리핑
청각 장애인 여성 "굉장한 스트레스" 소송
법원 "중요한 정보에 접근기회 박탈한 것"

청각장애인 독서연령 9세…자막 이해 어려워

수어 통역이 없는 코로나 브리핑을 접할 당시 롤리는 임신 25주였다. 롤리는 “나는 난독증이 있어 자막을 빨리 읽을 수 없다. 중요한 정보를 계속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머리가 어지럽고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임신 상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BBC는 청각 장애인의 평균 독서 연령은 9세이고,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자막만으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수어 통역을 생략한 채 브리핑을 한 것은 청각 장애인의 정보 접근 기회를 박탈하고 소외시킨 것”이라고 판결했다. 정부가 롤리에게 지급할 배상액 규모는 지방법원 판사가 정하게 된다.

지난 2월 서울 국립한글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제1회 한국수어의 날' 기념식에서 수어통역사가 시상 관련 내용을 통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서울 국립한글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제1회 한국수어의 날' 기념식에서 수어통역사가 시상 관련 내용을 통역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등을 누리기 위해 싸워야 했던 것 슬프다" 

법원 판결에 대해 롤리는 “매우 만족한다”며 “평등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 싸워야 했던 것은 조금 슬프다”고 말했다. 롤리의 변호사는 “현재 코로나 브리핑에 수어 통역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행 중인 소송이 260건 정도 더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정부 대변인은 “중요한 정보를 공개할 때 최대한 많은 청중에게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코로나19 브리핑에 수어 통역이 계속 제공되도록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