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활량도 적고 체력도 약한데…亞수영 최고 된 황선우 비밀

중앙일보

입력 2021.07.29 11:57

업데이트 2021.07.29 16:57

'수영 괴물' 황선우(18·서울체고)가 아시아 선수에게 벽처럼 느껴졌던 자유형 100m에서 선전했다.

29일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100m 결승 경기 레이스를 마치고 전광판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9일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100m 결승 경기 레이스를 마치고 전광판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황선우는 28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경영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47초82로 8명 중 5위를 기록했다.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1952년 헬싱키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스즈키 히로시(일본) 이후 69년 만의 최고 성적이다. 이후 올림픽 이 종목에서 메달을 딴 아시아 선수는 없다.

그동안 자유형 100m는 아시아 선수에게는 넘기 힘든 벽이라 느껴졌다. 그래서 주변에선 황선우에게 "올림픽에서 가장 메달에 근접한 종목인 자유형 200m에 전념하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아시아 선수는 자유형 100m에서 안 된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 더 오기가 생긴다”면서 자유형 100m에 애착을 보였다. 그리고 28일 준결승에서 47초56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다.

하루 만에 또 대단한 기록은 나오지 않았지만, 황선우는 '자유형 100m에서 아시아 선수는 어렵다'는 인식을 바꿨다.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차세대 수영 황제' 케일럽드레슬(25·미국)은 "황선우는 내가 18세였을 때보다 빠른 선수"라고 놀라워했다. 황선우는경기 후 "온 힘을 다하자는 생각이었다. 힘들지만 참고 계속 최선을 다해 좋은 기록을 얻었다. (메달을 따지 못해) 아쉬움은 있지만 멋진 선수들과 함께 레이스를 펼쳐 영광이었다"고 했다.

황선우 자유형 100m 기록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황선우 자유형 100m 기록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황선우는 이번 올림픽에서 기존에 굳어졌던 고정관념을 전부 깨뜨렸다.

우선 뛰어난 신체 능력을 물려받지 않았다. 황선우의 부모님은 취미로 동호회에서 수영했지만, 전문 선수급은 아니었다. 또 한국인 평균적인 체격에 스포츠와 관계된 일을 하고 있지 않다. 황선우는 부모님과는 다르게 키(1m87㎝)는 크고 양팔을 벌린 길이(1m93㎝)는 길다.

그런데 운동 신경은 없는 편이다. 그는 스스로 "물 밖에선 달리기도 느리고 축구도 못한다. 또 기초 체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동현 서울체고 코치는 "선우는 운동장에서 러닝훈련을 할 때 5바퀴 정도 뛰면 헉헉댄다. 5000m 수영하라고 하면 2500m 만에 체력이 소진됐다. 대표팀에서도 많은 훈련량을 따라가느라 고생했다"고 전했다.

수영 선수라면 응당 폐활량이 클 거라고 생각한다. 박태환의 폐활량은 7000㏄로 일반인(3000~4000cc)보다 2배 정도 컸다. 그러나 황선우의 폐활량은 보통이다. 민석기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박사도 “지난해 말 황선우 기록 연구를 위해 신체 능력에 대해 측정했는데, 다른 선수에 비해 폐활량 수치가 좋지 않아 놀랐다”고 전했다.

29일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100m 결승 경기 레이스를 마치고 전광판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9일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100m 결승 경기 레이스를 마치고 전광판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또 전담팀과 해외 전지훈련 없이 아시아 최고가 됐다. 박태환은 어렸을 때부터 노민상 전 대표팀 감독과 함께 훈련했다. 그리고 금메달을 땄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트레이너, 치료사, 훈련 파트너 등이 있는 전담팀을 꾸려 체계적으로 실력을 키웠다. 이후에는 호주 마이클 볼 코치를 비롯해 유명한 해외 지도자를 섭외했다.

황선우는 서울체중에 2학년 때 전학 왔고, 서울체고에 진학했다. 수영부원 30여명과 같이 훈련하고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국가대표 상비군에서, 그리고 올해 대표팀에서도 다른 동료들과 함께 훈련했다. 해외 대회 출전은 2018년 호주 맥도널드 퀸즐랜드 챔피언십이 유일했다. 2019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선 계영에만 나갔다.

운동 신경도 부족하고, 폐활량도 보통이고. 체계적인 지원도 받지 않은 황선우는 어떻게 자유형 100m에서 아시아 최고가 됐을까. 우선 물 타는 능력이 좋다. 황선우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수영을 시작할 때부터 한쪽 스트로크에 힘을 더 실어주는 로핑 영법을 구사했다. 체력 소모는 크지만 순간적으로 힘이 붙어 빠르게 가기 때문에 단거리 선수에게 적합한 영법이다.

또 순발력이 뛰어나다. 결승전에서 출발 반응 속도가 0.58초로 드레슬(0.60초)보다 더 빨랐다. 황선우는 "민첩성이 있다. 반응 속도가 좋은 건 레이스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또 발목이 굉장히 유연하다. 황성태 국가대표 이하 우수선수 경영 전임감독은 "발레 선수들이 과도하게 발목을 꺾어 까치발을 서는 것처럼, 황선우도 발목이 그 정도 꺾인다. 그 상태로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발목이 유연하면 킥을 찰 때 저항을 줄어 더 빠르게 수영할 수 있다.

황선우는 아직 채울 게 많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근력을 키우고, 국제대회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 경기 운영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한국에서 세계 최고 단거리 수영 선수가 나올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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