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제주행 1만300원도 등장…휴가철 항공사 '4단계 쇼크'

중앙일보

입력 2021.07.29 11:18

업데이트 2021.07.29 11:49

초등학생 자녀 두 명을 둔 은행원 김성호(45) 씨는 올여름 휴가로 계획했던 제주여행을 포기했다. 직장에서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관광객이 몰리는 제주도 역시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다. 그는 제주 대신 경북 김천의 본가에서 휴가를 보낼 생각이다. 김 씨는 “회사에선 직원들의 미팅도 자제하고 있는데 휴가지에서 감염되면 좋은 소리를 못들을 것 같았다”며 “올해는 그냥 안전하게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 "휴가철에 여객 감소(-4.4%)는 극히 이례적"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이전의 김포공항 국내선 출국장.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4단계 격상 이후 휴가철임에도 항공 이용객이 4.4%나 줄었다. [연합뉴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이전의 김포공항 국내선 출국장.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4단계 격상 이후 휴가철임에도 항공 이용객이 4.4%나 줄었다. [연합뉴스]

제주행 여객 -4.9%(2만6723명) 

김 씨처럼 여름 휴가 계획을 바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람이 붐비는 휴가지를 피하는 모양새다. 29일 한국공항공사의 ‘전국공항 국내선 출발 기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이후 2주 동안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김포ㆍ김해공항 등 국내 14개 공항의 항공 이용객(국내선 출발 기준)은 131만1554명으로 4단계 이전 2주(6월 28일~7월 11일, 137만2310명)보다 4.4%가 줄었다. 공항공사 측은 “보통 7월 말 8월 초는 휴가 성수기로 이 무렵 항공 수요가 줄어드는 건 극히 이례적”이라며 “확실히 코로나 4차 대유행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는 국내선 승객 회복세가 뚜렷했다.

국내선 승객 얼마나 줄었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내선 승객 얼마나 줄었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4단계 격상 이후 공항별로는 김포 -4.1%, 김해 -5.7%, 제주 -4.9%, 광주 -6.9%, 울산 -8.9%씩 이용객이 줄었다. 조사 대상 14개 공항 중 이용객이 늘어난 곳은 청주(0.4%), 무안(25%), 양양(0.1%), 포항(15.4%), 원주(9.1%) 정도였다. 하지만 이중 청주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4개 공항은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이후 2주 동안 이용객이 1만명이 채 안 되는 소규모 공항들이다.

벼랑끝 LCC들, 제주행 1만300원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적 부진을 거듭해 온 항공사들로선 여름 성수기가 그나마 유일한 ‘믿을 구석’이었다. 하지만 항공 수요가 줄면서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국내선 관련 프로모션을 쏟아내는 등 생존을 위협받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 ‘운임 출혈 경쟁'만 해도 '일단 승객을 태우자’는 절박한 심리가 반영돼 있다. 한 예로 제주항공은 이달 말부터 오는 9월 15일까지 국내선 전 노선의 항공권을 1만6200원부터 판매한다. 유류할증료와 공항시설사용료가 포함된 가격이다. 제주항공은 이달 초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1925억원이던 자본금을 385억원으로 줄이는 무상감자를 단행한 바 있다.

에어서울 역시 ‘김포-제주노선’ 항공권을 편도 총액 기준 1만300원부터 판매한 바 있다. 또  김포~부산(김해), 부산(김해)~제주 등 부산이 포함된 여정을 예약하면 다음 부산 노선을 예매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을 발급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진에어도 다음 달 말까지 운항 항공편을 대상으로 하나카드 등 제휴카드를 이용해 항공권을 예매하는 이에게 최대 1만5000원의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 중이다.

익명을 원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같은 대형 항공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대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LCC들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분위기까지 몰렸다”며 “하지만 본격적인 여객 수요가 회복되기 전에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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