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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가 만든 물류로봇 “미국·태국서도 ‘콜’…내년 100억 매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율주행 물류로봇 전문기업 트위니의 천홍석(오른쪽), 천영석 쌍둥이 공동대표가 대전에 있는 회사 본사에서 인공지능 로봇 따르고와 나르고를 선보이며 포즈를 취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자율주행 물류로봇 전문기업 트위니의 천홍석(오른쪽), 천영석 쌍둥이 공동대표가 대전에 있는 회사 본사에서 인공지능 로봇 따르고와 나르고를 선보이며 포즈를 취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로봇의 시대다. 로봇 청소기부터 로봇 커피머신, 반려동물 로봇까지 ‘로봇 대중화’를 선언한 로봇들이 곳곳에 등장했다.

트위니 천홍석·영석 공동대표 인터뷰

그중에서도 일상에서 가장 빨리 만나게 될 로봇은 물류·배송 로봇일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 추세와 최저임금 인상 등 사회·경제적 문제의 해결방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무인 물류운송 로봇 분야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트업이 올해 창업 7년차인 ‘트위니’다.

회사명인 ‘트위니’는 쌍둥이라는 의미의 영어단어 트윈(twin)에서 따왔다. 실제로 창업자 천홍석·영석(41) 대표는 쌍둥이다.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과를 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형 천홍석 대표가 연구개발(R&D)을,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인 동생 천영석 대표가 재무·마케팅 등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문자 메시지 주고받으며 창업 결심  

천영석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형이 문자메시지로 ‘창업할까 고민 중’이라는 한마디에 “그래? 같이 하자”며 하루아침에 사표를 쓰고 합류했다. 천영석 대표는 “홍석 대표는 어려서부터 리더십이 남달랐고 믿을 수 있었다. 형이 창업한다면 반드시 좋은 회사가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트위니의 대표 상품은 2019년 상용화에 성공한 자율주행 로봇 ‘나르고’와 사람 추종 로봇 ‘따르고’다. 나르고의 가격은 기본 모델 기준으로 대당 3000만원이 넘고, 추적 로봇은 2000만원대다. 지난해까지 50대가량 판매됐고, 올해는 국내·외 대기업에서 주문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천영석 대표는 “창업 초기 막대한 액수를 연구개발비에 투자했는데 조만간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르고’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떤 환경에서도 자신의 위치와 동선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다는 점이다.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주변 환경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나르고를 주행할 장소에 가져다놓으면 가장 먼저 로봇 본체에 부착된 3차원(3D) 라이다 센서로 주변을 스캔해 메모리에 입력한다. 이를 ‘기본 정보’로 저장한 뒤, 오가는 사람이나 가구·화분 등 소품의 재배치 등 추가되는 ‘교란 정보’를 구분해 걸러낸다. 기본 정보를 기준으로 자신의 위치와 동선을 파악하되, 교란 정보는 장애물로 식별해 피해갈 수 있는 기술이다.

동선 잃어버리지 않는 ‘나르고’

기존의 대다수 자율주행 로봇은 큐알코드나 비컨(위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신호를 주기적으로 전송하는 장치) 등을 사용한다. 큐알코드를 바닥이나 천장에 심어놓고 로봇의 센서가 이를 통해 경로를 찾거나, 비컨에서 보내는 신호를 로봇이 수신하면서 주행하는 식이다.

천홍석 대표는 “타사 로봇이 정해진 레일 위로만 달리는 기차와 같다면, 나르고는 로봇이 상황에 맞춰 다양한 경로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자동차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큐알코드나 비컨으로 움직이는 로봇은 작은 사무실이나 레스토랑에서라면 효과가 있겠지만, 대형마트나 물류센터에서는 고장 가능성이 크고 인프라 구축비용도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

또한 트위니는 360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3D 라이더 센서를 사용한다. 천홍석 대표는 “로봇에 3D 라이더 센서를 달면 서버가 처리할 데이터의 양이 엄청나게 많아지는데, 트위니는 노이즈를 처리하는 특화 알고리즘을 개발해 연산 처리량을 줄였다”고 말했다.

사람 추종 로봇인 따르고는 특정인을 졸졸 따라다니며 물건을 이동하는 로봇이다. 물류 현장에서 작업자를 정확히 인식한 뒤 작업자 근처에서 물건을 운반하는 용도다. 로봇 센서가 켜지면 가장 가까운 대상의 색깔과 형태·크기·실루엣·거리 등을 인식한 뒤 따라다닌다. 추종 대상이 옷을 갈아입거나 색깔 등을 식별할 수 없는 어두운 곳에 있어도 정확히 찾아낸다.

천 대표는 “‘따르고’를 테스트할 때 쌍둥이 동생인 영석 대표와 같은 옷을 입고 교란해 봤는데, 헷갈리지 않고 처음 인지한 추종 대상을 정확히 식별해내더라”며 웃었다.

쌍둥이도 구별하는 ‘따르고’

천 대표는 ‘나르고’ ‘따르고’ 같은 로봇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도 힘을 쏟지만, 최근에는 자율주행 플랫폼인 ‘탈프(TARP)’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탈프는 트위니의 로봇 자율주행 기술과 다중 로봇 관제 및 자동 업무 배정 기술을 모듈화해 제공하는 기술 플랫폼이다. 천 대표는 “탈프의 기능을 일정하게 이용만 하면, 어떤 기술자든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같은 운영체제(OS)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물류로봇 전문기업 트위니의 천홍석(형·오른쪽), 영석 쌍둥이 공동대표가 대전에 위치한 트위니 본사에서 인공지능 로봇 따르고와 나르고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트위니는 지난 2015년 자본금 1억원으로 창업, 계속 성장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자율주행 물류로봇 전문기업 트위니의 천홍석(형·오른쪽), 영석 쌍둥이 공동대표가 대전에 위치한 트위니 본사에서 인공지능 로봇 따르고와 나르고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트위니는 지난 2015년 자본금 1억원으로 창업, 계속 성장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시장에서도 이미 트위니 기술력에 주목하고 있다. 천영석 대표는 “지난 5월 국제물류산업대전(‘Korea MAT’)에 참여했는데, 국내외 대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여 계약 관련 미팅이 줄줄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트위니 직원 95명 가운데 천홍석 대표의 동기와 후배 등 KAIST 출신이 40명을 넘는다. 투자자도 모여들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금은 물론, YG인베스트먼트·미래에셋 등에서 투자한 금액이 현재까지 230억원 규모다.

최근엔 회사 규모도 늘렸다. 창업 초기에는 기술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R&D 부서만 뒀는데, 올해부터 기획팀을 신설했다. 천홍석 대표는 “지금까지는 내부에서 기술 완성도를 높여가는 데 역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기술을 고도화·최적화하고 다양한 고객에게 이를 제대로 알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위니(Twinny)는 어떤 회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트위니(Twinny)는 어떤 회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나르고·따르고 제품의 라인업을 늘렸다. 기존에는 100㎏짜리 한 모델만 만들었는데, 실내용 60㎏과 물류창고용 500㎏을 추가로 개발했다. 천영석 대표는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60㎏ 모델인데, 500㎏ 모델은 출시되자마자 문의가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업계의 구글 될 것”

자본금 1억원으로 출발한 트위니의 올해 예상 매출은 60억원, 내년엔 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코스닥시장에서 기업공개(IPO)에도 나설 계획이다. 미국·태국으로 수출도 준비 중이다.

두 사람은 “현재 트위니의 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며 “내후년쯤 자율주행 로봇 분야 글로벌 1위 기업, ‘자율주행 업계의 구글’로 인정받는 것이 목표”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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