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 세뇌시켜 150억 받았다, 딥러닝 전도사 된 '천재소년'[팩플]

중앙일보

입력 2021.07.29 05:01

업데이트 2021.07.29 09:34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 사진 보이저엑스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 사진 보이저엑스

열아홉 소년은 첫 직장에서 ‘천재’ 소릴 들었다. 인턴 시절 기획·개발한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의 성공 덕이었다. 승승장구는 계속됐다. 네이버에 인수된 검색엔진 ‘첫눈’에서 장병규 창업자(크래프톤 의장)와 통했고, 이후 네이버에선 카메라 앱 B612 등으로 이름을 날렸다.

팩플 인터뷰, ‘보이저엑스’ 남세동 대표

남세동(42) 보이저엑스 대표 이야기다. 그는 2017년 보이저엑스를 창업했다. 딥러닝 인공지능(AI)이 갈 수 있는 모든 미지(𝑥)의 영역을 탐험하는 항해자(Voyager)란 뜻이다.

보이저엑스는 지난달 소프트뱅크벤처스·알토스벤처스·옐로우독에서 100억원씩 총 300억원을 투자받았다. 남 대표는 “지금의 보이저엑스는 모바일로 되는 건 다 해보던 2009~2010년의 카카오 같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카카오톡도 나온 것” 아니냐며.

딥러닝, 보이저엑스의 본능

보이저엑스의 서비스. 영상 편집기 '브루(2018년 출시)', 모바일 스캐너 '브이플랫(2019년)', 손글씨 폰트 제작 서비스 '온글잎(2020년)' 3가지다. 그래픽=정다운 인턴

보이저엑스의 서비스. 영상 편집기 '브루(2018년 출시)', 모바일 스캐너 '브이플랫(2019년)', 손글씨 폰트 제작 서비스 '온글잎(2020년)' 3가지다. 그래픽=정다운 인턴

보이저엑스의 대표 서비스는 영상 편집기 ‘브루’와 모바일 스캐너 ‘브이플랫’. 브루는 영상 속 음성을 인식해 자동으로 자막을 달아주는 AI, 브이플랫은 책·문서의 곡면까지 알아서 펴주는 스캔 AI다. 지난해엔 손글씨 폰트 제작 서비스 ‘온글잎’도 내놨다. 원하는 수준의 기술이 완성되면, 손글씨를 폰트로 만드는 데 10만원, 10분이면 된다고 한다. 이 회사는 왜 이것저것 다 해보는 걸까. 남 대표를 만나 물었다.

보이저엑스는 뭘 하려는 건가.
우리 회사를 관통하는 건 ‘딥러닝’이다. 딥러닝이 바꿀 일상의 혁신을 찾는다, 그러다보니 길 가다, 뉴스 보다, 택시 잡다, 영화 보다가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창업 후 시도해본 프로젝트만 22개다. 살아남은 게 브루, 브이플랫, 온글잎이다.
하나만 파도 될까 말까한 게 스타트업이다. 왜 여러 일에 도전하나.
대기업은 왜 여러 일을 할까? 여기저기 도전하는 게 기업의 본능이다. 돈, 사람, 시간이 있다면 굳이 하나만 할 이유가 없다.
프로젝트를 계속 할지 말지 결정하는 기준이 있나.
①언젠가 1억명 이상 쓰거나 연간 10억원 이상 매출이 날 것 ②딥러닝으로 가능해진 것 ③향후 10년간 성장할 것 ④6개월 내 런칭 가능할 것 ⑤글로벌에서 통할 것.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이 다섯 가지 기준에 맞는지, 몇 주 내지는 몇 달 간격으로 꾸준히 점검한다. 하나라도 충족 못하면 관둔다.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의 이력. 그래픽=정다운 인턴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의 이력. 그래픽=정다운 인턴

한방 크게, 세상이 놀랄 만한 거대 프로젝트를 해볼 생각은?
반대로 묻고 싶다. 거대한 일이란 게 뭔가? 화성에 가거나 달 탐사선을 만드는 것? 영상 편집과 디지털 문서 시장은 지금이 태동기다. 올해 1월 기준 구독자 10명 이상인 유튜브 채널은 최소 4800만개, 주요 모바일 스캐너 앱의 추정 사용자는 최소 5억명이다. 브이플랫은 지난 1년간 5배 성장했다. 현재 월 사용자(MAU)가 100만명이다. 10년 후엔 ‘브루’와 ‘브이플랫’이 영상·이미지 시대의 파워포인트와 엑셀이 될 거다. MAU 1억명도 가능하다. 1억명, 충분히 거대하지 않나.
딥러닝으로 어디까지 가능할까.
한계를 모르겠다. 신기한 AI는 다 ‘딥러닝’이다. 통·번역, 시 쓰기, 그림 그리기, 암 판별, 자율주행…. 적어도 인간 지능은 전부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인공지능 방법론 중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차이. 그래픽=정다운 인턴

인공지능 방법론 중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차이. 그래픽=정다운 인턴

장병규도 세뇌시킨 딥러닝 전도사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보이저엑스를 공동창업했다, 왜?
장 의장과는 25년 된 사이다. KAIST 컴퓨터 동아리 선후배로 만나, 네오위즈에서 창업자와 인턴으로, 첫눈에서 창업자와 개발·기획팀장으로 함께 했다. 언제 한 번 같이 창업하자는 얘긴 꾸준히 오갔다. 작은 회사 만들긴 싫고, 100억원 있으면 창업해야지 하던 차에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가 터졌다. 장병규 의장이 150억원을 개인 투자했다.
크래프톤과 자연어처리 AI인 'GPT-3'의 한국어 모델도 개발한다고.
크래프톤 의뢰로 함께 개발 중이다. 언어 모델은 AI 학습의 기초적인 토대다. 이 기술 개발해놓으면 언젠가 쓰겠지 싶다. GPT-3 프로젝트는 내가 장 의장에게 딥러닝 얘기를 하도 많이 해서 하게 된 거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딥러닝 공부를 시작한 것도 나한테 딥러닝의 중요성을 세뇌당한(?) 장 의장 추천 때문으로 알고 있다(웃음).

“52시간제는 사다리 걷어차기”

남세동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주52시간제' 관련 글 일부 캡처. 사진 남세동 대표 페이스북

남세동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주52시간제' 관련 글 일부 캡처. 사진 남세동 대표 페이스북

남세동 대표는 평소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술과 창업에 대한 인사이트와 경험, 생각을 가감없이 나눈다. 최근엔 “스타트업에게 주 52시간제를 강요하는 것은 하향 평준화고 사다리 걷어차기”란 글을 써 화제가 됐다. 이달 1일부터 보이저엑스 같은 5~49인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됐기 때문. 여기에 여러 국내외 IT 인사들이 댓글을 남기면서 그의 페이스북 피드에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주 52시간제로 보이저엑스에 변화가 있었나.
우리 회사는 원래도 주 40시간, 하루 6시간만 일하면 된다. 직원들 상당수가 회사 주주기도 하고. 하지만 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출퇴근 시간은 물론 간단한 산책 시간까지 기록하게 됐다. 자율과 책임만으로 잘 돌아가던 회사에, 직원도 회사도 귀찮아하는 복잡한 절차와 규제가 생긴 거다.
페이스북 글이 논란이 됐다. 이미 법은 적용됐는데, 어쩌자는 건가.
회사가 적절한 보상을 제공한다면 일을 더 하고 싶은 사람은 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국가가 개인의 노동 시간까지 일괄 강제해선 안 좋지 않겠나. (논란과 관련해선) 52시간이란 단어가 한국에서 이 정도로 큰 정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단 걸, 내가 몰랐다. ‘병역특례 제도, 스타트업한테 완전 좋아요’라고 외쳤는데, 사람들이 ‘국방은 필요없다는 거냐?’ 따지는 느낌이었달까.
52시간이 왜 스타트업에게 사다리 걷어차기인가.
지식·문화산업은 업무 시간과 성과가 비례하지 않는다. 놀다가, 쉬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공부와 일의 구분도 쉽지 않다. 몰입 노동으로 자아실현하는 사람도 많다. 스타트업은 필연적으로 구성원들의 자발적 헌신을 통해 큰다. 그걸 막으면 초기 기업은 고속 성장이 불가능하다. 해외투자가 줄어들 수도 있다. 주 70~80시간씩 일하는 데가 넘쳐나는 실리콘밸리가 보기엔, 52시간제는 이해 안 되는 규제니까. 보상 많이 받고, 즐겁게 일한다는데도 '많이' 일하는 게 나쁜 건가.
사용자 관점 아닌가. 직원들은 자신이 로켓(유망 스타트업)에 인재로 올라탈지, 연료로 태워질지 솔직히 알기 어렵다.
주 52시간제의 가장 큰 문제는 사용자와 근로자를 착취-피착취 관계로만 보게 한다는 점이다. BTS와 김연아가 회사와 부모님한테 착취당한 걸까? 지식 노동자의 성장에는 배울 수 있는 동료가 있는 회사만큼 좋은 게 없다. 회사와 근로자는 얼마든지 윈윈(win-win)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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