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황제조사' 공·검·경 중복수사···김진욱 3번 뺑뺑이 소환?

중앙일보

입력 2021.07.29 05:00

지난 6월 11일 이성윤 서울고검장. 연합뉴스

지난 6월 11일 이성윤 서울고검장. 연합뉴스

지난 3월 이성윤 서울고검장에 대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의 ‘황제 조사’ 사건을 두고 공수처와 검찰, 경찰 등 3개 수사기관이 동시에 수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장 세 수사기관의 수사 중복에 따른 수사력 낭비가 불가피하다. 이중 공수처가 수장인 김진욱 처장을 직접 수사한다는 점에선 ‘셀프 수사’ 논란도 불거졌다. 결국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정의의 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건의 주요 혐의는 뇌물이다. 김 처장이 지난 3월 검찰이 이첩한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 고검장을 면담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관용차를 내준 게 뇌물을 준 것이라는 의혹이다. 지난 4월 13일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하면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처음 수사를 시작했다.

① 뇌물 혐의 경찰 고발→② 경찰, 이성윤만 공수처 이첩

그런데 서울경찰청은 지난 5월 18일 하나의 사건을 반으로 찢어 공수처로 넘겨야 했다. 이 고검장의 뇌물수수 혐의를 공수처로 넘기고, 김 처장의 뇌물공여 혐의는 계속 직접수사하기로 한 것이다. 공수처법 25조 2항에 따르면 공수처 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 김 처장도 ‘공수처 검사’ 신분이지만 경찰은 “공수처법 해당 조항에서 지목하는 검사는 검찰청 소속 검사에 한정된다”고 해석해 공수처로 넘기지 않았다. 김 처장 혐의까지 공수처에 넘길 경우 김 처장이 셀프 수사하게 되는 점도 고려했다고 한다.

당시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공수처가 이 고검장의 뇌물수수 혐의만 수사하더라도 김 처장의 뇌물공여 혐의와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셀프 수사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라며 “공수처는 즉각 이 고검장 혐의를 경찰로 반송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28일 현재까지 이 고검장 혐의 사건을 들고 있다. 이날 공수처 관계자는 “사건처리 절차에 따라 (직접 수사에 착수할지 경찰로 되돌려보낼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7월 26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7월 26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③ 검찰도 ‘관용차 제공’ 뇌물·김영란법 위반 수사

이제는 검찰까지 수사에 나서게 됐다. ‘황제 조사’와 관련한 공수처의 허위 보도자료 배포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27일 고발인(권민식 사법시험준비생모임 대표) 조사를 하면서 “김 처장의 관용차 제공이 김영란법 위반과 뇌물공여죄에 해당하는지도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공수처가 황제 조사 사건을 보도한 기자 등에 대해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뇌물 사건에선 뇌물공여자의 진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라며 “김 처장은 앞으로 공수처와 검찰·경찰 등을 돌며 총 3번 조사받아야 할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졸속으로 수사기관 개혁을 진행하다 중복 수사 등의 부작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검찰과 경찰만 있었을 때는 검찰이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며 중복 수사를 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는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수사권을 독립한 데다 공수처라는 새 수사기관까지 만들다 보니 중복 수사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 교수는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까지 현실화한다면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공수처 검사와 검찰청 검사가 연루된 사건에 대해선 경찰이 도맡도록 관계법령을 고치든지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제 조사 사건은 지난 3월 7일 벌어졌다. 김 처장이 2019년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의 주요 피의자인 이 고검장을 면담 겸 조사하기 직전 자신의 관용차를 보내 이 고검장을 ‘모셔’온 것으로 드러난 게 핵심이다. 당시 운전자가 관용차 운전기사가 아니라 김 처장의 비서관인 김모(5급 별정직·변호사)씨였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이어 사건이 김 비서 등에 대한 특혜 채용 의혹으로도 확대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시민단체 등이 잇따라 고발장을 냈고, 김 처장은 지난달 17일 기자 간담회에서 “공정성 논란이 일지 않도록 좀 더 신중하게, 무겁게 일 처리를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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