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강찬호의 시선

'피붙이' 김경수 유죄받았는데 입 닫은 문 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지난 26일 오후 경남 창원교도소 앞에서 재수감을 앞두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봉근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지난 26일 오후 경남 창원교도소 앞에서 재수감을 앞두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봉근 기자

 요즘 문재인 청와대는 '김경수'의 '김'자만 나와도 입을 닫는다. 기자들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 구속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이 뭐냐"고 질문하면 "없다"란 한마디가 전부다. "왜 없나"고 반문하면 "그걸 왜 말해야 하나"고 도끼눈을 뜬다. "기사 안 쓸 테니 말 못하는 속사정이나 듣자"고 해도 "묻지 말라. 우리가 왜 입장을 내야 하나"고 한단다. 어찌 이리 뻔뻔한 사람들이 다 있는가.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인 2015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댓글 공작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박근혜 대통령도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래놓고 자신의 최측근이 저지른 것으로 판결 난 대규모 댓글 공작에는 입에 빗장을 지르고 있다. 참모진도 덩달아 기자들에게 "어디서 감히" 하며 질문을 봉쇄하고 있다.
 김경수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 정도가 아니라 '혈육' 같은 사이다. 2017년 6월 문 대통령 방미 때 김경수와 함께 수행원으로 동행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에서 "문 대통령 내외가 김경수를 마치 피붙이처럼 편하게 대하더라"고 했다. 방미 기간에 두 사람을 지켜본 다른 소식통도 같은 얘기를 한다. "대통령은 김 전 지사를 '경수야'라고 부르며 아들처럼 대하더라. 김경수가 대통령 앞에 나타나면 경호원들이 알아서 비켜주더라."
 또 다른 민주당 중진 의원의 전언이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면 김경수·양정철·윤건영이 '빅3'인데 요즘 양정철은 좀 밀려난 것 같고 김경수·윤건영이 남는데 둘 중 톱은 단연 김경수다. 대통령이 외부 일정에 데리고 다니는 걸 보면 금방 안다. 마음 터놓고 편히 얘기하는 사이인 게 눈에 보인다."
 이런 피붙이 급 최측근이 4년 전 대선 당시 댓글 공작을 벌였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몰랐다면 누가 납득할지 의문이다. 게다가 특검에서 문 대통령과 드루킹 간에는 최소한 2가지 고리가 확인됐다. 김 전 지사가 문 대통령에게 "외곽 조직 중 드루킹이란 사람이 있다"고 얘기했다는 진술, 그리고 드루킹의 대외조직인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과 관련해 김정숙 여사가 경선 현장에서 "경인선도 가야지. 경인선도 가자"고 말한 동영상이 그것이다. 이건 특검을 지휘한 허익범 변호사가 직접 밝힌 얘기다.
 드루킹의 댓글 조작(4133만회)은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의 댓글 조작(39만회)의 100배가 넘는다. 덕분에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최소한 2~3%는 올랐을 것으로 허익범 특검은 추정한다. 국민의당 인사는 "낮게 잡은 수치"라고 했다. "2017년 4월초 안철수 후보가 턱밑까지 문 후보를 따라잡은 시점에서 안철수 악플이 폭증했다. 그런 중대 국면에서 지지율 2~3% 상승은 5~6% 이상의 효과를 낸다. 댓글 공작이 문 후보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한 거다."
 이러니 김경수 전 지사의 유죄 판결에 대해 "정권의 정통성에 근본적인 하자가 있음을 사법부가 확인한 것"이라고 한 윤석열 대선 예비 후보의 비판이 과하지 않다. 김 전 지사가 누구를 위해 그런 일을 했나. 온 국민이 다 안다. 본인이 알았건 몰랐건 댓글 조작의 최종 수혜자는 문 대통령 아닌가. 게다가 이 조작은 친정권 성향인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대법원에서 유죄로 결론 났다.'적폐 판결'이라고 도망갈 수도 없다.
 드루킹 특검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고발 덕에 개시됐다. 보수 세력 아니면 삼성의 '공작'으로 여기고, 치도곤을 낼 요량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다 자기편이 범인으로 드러나자 희생양을 찾기 시작했다. 열흘 단식 끝에 특검을 관철한 당시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였던 김성태 전 의원에게 화력이 집중됐다. 기자를 사칭한 수상한 목소리의 사찰성 전화에다 사법 당국의 계좌 조회, 통화 기록 조회가 잇따랐다. 독재 정권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이 정부 치하에서 거리낌 없이 자행됐던 거다.
 김 전 지사는 그제 재수감되면서 "사법부가 진실을 못 밝혔다"고 주장했다. 지방 권력 최고봉인 도지사가 중대 비리를 저지른 죄로 징역 2년 복역에 들어가면서 대법원 확정판결을 공개 부정한 것이다. 주변에선 대법원에서 이견 없이 유죄 판결이 난 데 대해 "당과 청와대가 너무 무능한 것 아니냐"며 분노하는 이들마저 있다고 한다. 이게 법치국가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한때 민주당 편이었다가 등을 돌린 권경애 변호사는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나치즘이 뿌리내리는 방식과 굉장히 닮았다"며 "문 정부는 합법을 가장한 파시즘 독재 정권"이라고 했다. 100% 공감한다.

김경수, 대통령과 혈육 같은 사이 #그러나 청와대는 "묻지마"로 일관 #대통령 댓글공작 알았는지 밝혀야